보르도 지방을 양분하며 흐르는 지롱드(Gironde) 강 왼편에는 좌안, 즉 레프트 뱅크(Left Bank)라고 부르는 와인 생산지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대서양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 기후 지대로 지역을 둘러싼 거대한 침엽수림이 종종 바다에서 불어오는 폭풍으로부터 포도밭을 보호해주죠. 레프트 뱅크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지는 메독(Médoc)입니다. 메독은 두 지역으로 나뉩니다. 하류 쪽을 바-메독(Bas-Médoc), 즉 낮은 메독이라고 하며, 상류 쪽을 오-메독(Haut-Médoc), 즉 높은 메독이라고 부르죠.
1936년 11월 14일 INAO(Institut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가 법령에 따라 지정한 오-메독 AOC은 메독 반도를 따라 이어진 약 60㎞의 와인 생산자입니다. 토양은 자갈과 석회암, 진흙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오-메독의 배수가 좋은 자갈 언덕들은 북쪽으로 가면서 진흙이 많은 축축한 토양으로 바뀝니다.
1. 오-메독의 포도 품종
다른 보르도 와인 생산지처럼 오-메독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된 여러 포도 품종을 섞어서 와인을 만듭니다.
1) 레드 와인용 포도
①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 보르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레드 와인용 포도입니다. 보르도 좌안의 메독과 그라브, 페싹-레오냥 등지에서 와인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하죠.
②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 보르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래드 와인용 포도로 좌안보다 우안 와인에서 사용 비율이 높습니다.
③ 메를로(Merlot) : 보르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레드 와인용 포도입니다. 보르도 우안의 쌩떼밀리옹과 뽀므롤 등지에선 와인을 만들 때 메를로를 가장 많이 넣죠.
④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 최고급 와인에 이국적인 향신료 향과 색상, 탄닌을 보태려고 사용합니다. 하지만 날씨가 아주 더워야 제대로 익고 숙성도 느려서 일반 보르도 레드 와인에 사용하는 일은 드뭅니다.
⑤ 말벡(Malbec) : 한때 보르도에서 많이 재배했지만,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에 밀려나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꿀뤼르(Coullure) 현상이 자주 일어나 재배 면적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⑥ 까르메네르(Carménère) : 19세기 말에 유럽에 들이닥친 해충인 필록세라(phylloxera)와 까다로운 재배법 때문에 보르도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도 재배를 하는 곳이 약간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메독 뽀이약의 보르도 그랑 크뤼 5등급 와인인 샤토 클레르 밀롱(Château Clerc Milon)으로 까르메네르가 1%가량 들어갑니다.
⑦ 마쓰롱(Marselan) : 까베르네 소비뇽과 그르나슈(Grenache)를 교배해서 만들었습니다. 남부 프랑스의 마르세이유(Marseillan) 부근에서 폴 트루엘(Paul Truel)이 1961년에 처음 기르기 시작한 포도로 포도 이름은 마을 이름을 딴 것입니다.
⑧ 뚜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 포르투갈의 대표 포도 중 하나로 가장 뛰어난 포르투갈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수확량이 적고 포도알도 작지만, 강화 와인인 포트(Port)를 만들 때 많이 사용하며 도오루(Douro)와 다옹(Dão) 지역에선 고급 레드 와인을 만들기 위해 점점 재배지가 늘고 있습니다. 뚜리가 나시오날 포도는 탄닌이 많아서 와인의 구조를 튼튼하게 해 주고 검은 과일의 풍미가 집약되어 있습니다.
⑨ 까스떼(Castets) : 남부 프랑스의 아베롱(Aveyron)에서 재배해 오던 포도입니다. 남서부 프랑스에서도 일부 재배하죠. 품종의 다양성이 줄어들어 이제는 거의 멸종한 상태라고 합니다.
⑩ 아리나르노아(Arinarnoa) : 1956년에 확인된 품종으로 따나(Tannat)와 까베르네 소비뇽의 교배종입니다. 포도알은 중간 크기이지만 포도송이는 큽니다. 당도가 좋아 알코올이 잘 나오고 산도도 좋습니다. 와인은 색이 짙고 탄닌도 많으며 복합적인 향이 지속됩니다.
2) 화이트 와인용 포도
메독에선 공식적으로 레드 와인만 인정되기에 화이트 와인은 메독 지역의 지역 명칭 생산지를 표시할 수 없고, 보통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 등급을 붙입니다(2009년 9월 1일 이후엔 Appellation d'Origine Protegee도 사용).
① 쎄미용(Sémillon) : 프랑스의 청포도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재배하며 주 생산지는 역시 보르도입니다. 보르도에서는 산미가 적은 쎄미용을 산미가 풍부한 소비뇽 블랑과 혼합해서 여러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을 만듭니다.
②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 쎄미용과 적절하게 섞어서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과 쏘테른(Sauternes)의 스위트 화이트 생산에 사용합니다. 쎄미용을 섞는 것은 소비뇽 블랑의 장기 숙성 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려는 것이죠.
③ 무스까델(Muscadelle) : 모스까토(Moscato)와 비슷한 향이 나지만 다른 포도입니다. 화이트 와인에 포도와 건포도, 꽃 향을 강화할 때 사용합니다.
④ 알바리뇨(Alvarinho) : 포르투갈에서는 알바링뉴라고 부르며 스페인 서북부의 갈리시아(Galicia) 지역에서 많이 재배합니다. 12세기에 수도승들이 갈리시아 지역에 가져온 것으로 추측되며 알자스 리슬링(Riesling) 포도의 클론(clone)이라고 추정됩니다. 알바리뇨란 이름은 라틴어로 흰색을 뜻하는 "albus"가 변형된 albar, albo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⑤ 쁘띠 망상(Petit Manseng) : 남서부 프랑스에서 많이 재배하며 고급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포도송이가 작고 포도알은 더 작아서 보통 1헥타르당 15 헥토리터 밖에 수확하지 못합니다. 보르도 AOC의 기본 포도 수확량이 헥타르당 55 헥토리터임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양이죠. 그러나 당도와 산도가 매우 높아서 향긋하고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죠. 디저트 와인인 레이트 하베스트 와인을 만들기에도 좋습니다.
⑥ 릴리오일라(Liliorila) : 프랑스 원산의 포도로 바로끄(Baroque)와 샤르도네(Chardonnay)의 교배종입니다. 포도송이와 포도알이 작아서 수확량도 적지만 일정한 편입니다. 와인은 무게가 있고 향도 강렬하지만 산미가 약하죠. 회색 곰팡이균(grey rot, Botrytis cinerea)이 잘 달라붙어서 귀부 와인을 만들기 좋습니다.
2. 오-메독의 지역 명칭 생산지(AOC)
1) 오-메독(Haut-Médoc) AOC
메독 남쪽 지역으로 지롱드 강 상류에 있습니다. 남북 45km, 폭 10km의 지역으로 4,800 헥타르의 포도밭에서 매년 2,390만ℓ 가량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와인의 레이블엔 ‘Haut-Médoc’이란 지역 명칭이 붙지만, 유명한 하위 생산지 6곳은 각 생산지의 지역 명칭이 레이블에 표시됩니다. 주요 포도는 까베르네 소비뇽이지만, 1800년 이전에는 말벡이었습니다.
오-메독 AOC에는 와인을 생산하는 15개 마을이 있습니다. 이중 아래의 8개 마을은 가론(Garonne) 강과 지롱드(Gironde) 강 근처에 있습니다.
① 블랑크포르(Blanquefort)
② 파럼퓌어(Parempuyre)
③ 뤼동(Ludon)
④ 마까우(Macau)
⑤ 아르상(Arcins)
⑥ 라마르끄(Lamarque)
⑦ 퀴삭(Cussac)
⑧ 쌩-세랑-드-깨두르느(Saint-Seurin-de-Cadourne)
나머지 7개 마을은 내륙에 있죠.
① 르 따이앙(Le Taillan)
② 르 피앙-메독(Le Pian-Médoc)
③ 아방상(Avensan)
④ 쌩-로랑-메독(Saint-Laurent-Médoc)
⑤ 쌩-소뵈르(Saint-Sauveur)
⑥ 시삭(Cissac)
⑦ 베르테이(Vertheuil)
주목할 만한 와인 생산자는 대부분 마고와 쌩-줄리앙 사이의 12.8㎞의 회랑 지대에 있습니다. 오-메독의 몇몇 와인 생산자는 1855 그랑 크뤼 와인과 견줄 만한 와인을 만들며, 대다수의 크뤼 부르주아 등급 와인은 지난 20년 동안 품질이 매우 상향되었습니다.
1855 그랑 크뤼 와인으로 3등급인 뤼동(Ludon) 마을의 샤토 라 라귄(Château La Lagune), 4등급인 샤토 라 뚜르 까르네(Château La Tour-Carnet), 5등급인 샤토 벨그라브(Château Belgrave)와 샤토 까망싹(Château Camensac), 마까우(Macau) 마을의 샤토 깡뜨메를르(Château Cantemerle)가 있습니다.
2) 쌩-테스테프(Saint-Estèphe) AOC
독자적인 지역 명칭을 붙일 수 있는 여섯 마을 중 가장 북쪽에 있습니다. 포도밭의 토양은 지롱드 강에 의해 침식된 퇴적물이 뒤섞인 진흙 토양입니다. 이런 토양은 물 빠짐이 느려서 포도를 기를 때 건조한 여름에 유리하죠. 쌩-테스테프에서도 까베르네 소비뇽이 주요 포도이지만, 오-메독의 다른 지역보다 진흙 토양에서 잘 자라는 메를로를 더 많이 재배합니다.
쌩-테스테프에는 5개의 그랑 크뤼 샤토와 수많은 크뤼 부르주아 와인 생산자가 있고, 마르퀴스 드 쌩-테스테프(Marquis de Saint-Estèphe)나 깡트레인(Canterayne) 같은 협동조합 형태의 생산자도 있습니다. 쌩-테스테프 와인은 다른 다섯 곳의 레드 와인보다 산도는 강하지만 향은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받습니다.
3) 뽀이약(Pauillac) AOC
쌩-테스테프 남쪽에 있고 메독에서 표고가 가장 높습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Château Mouton Rothschild)나 샤토 퐁테-까네(Château Pontet-Canet) 같은 포도원은 지표면에서 30m 높이에 있죠. 뽀이약의 포도원들은 다른 메독 지역처럼 포도밭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 않고 고지대나 경사면에 하나의 형태로 이뤄져 있습니다. 1855년 공식 등급의 1등급 와인 중 샤토 라피트-로칠드(Château Lafite-Rothschild), 샤토 라투르(Château Latour), 샤토 무통 로칠드가 이곳에서 생산되고, 그 외에 15개의 그랑 크뤼 등급 와인 생산자가 있습니다.
4) 쌩-줄리앙(Saint-Julien) AOC
뽀이약과 마고(Margaux) 마을 사이에 있는 두 개의 고지대에 자리한 곳으로 오-메독의 주요 와인 생산지중 와인 생산량이 가장 적습니다. 와인 생산지는 두 곳으로 하나는 쌩-줄리앙 마을 주변의 강변이고, 다른 하나는 크뤼 부르주아 와인이 많이 나오는 베이슈벨(Beychevelle) 마을 남쪽이죠. 기후의 영향으로 지롱드 강어귀의 강물이 따뜻하고 포도밭 대부분이 남동쪽을 향해서 수확철에 까베르네 소비뇽이 충실하게 무르익습니다. 수확량은 적지만 보르도 전 지역에서 그랑 크뤼 와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7개의 그랑 크뤼 와인 생산량이 지역 내 전체 와인 생산량의 80%를 차지하죠.
5) 중부 메독(Central Médoc)
쌩-줄리앙과 마고 마을 사이의 지역으로 크뤼 부르주아 와인이 많이 나옵니다. 마을 이름을 지역 명칭으로 쓸 수 있는 리스트락-메독Listrac-Médoc) AOC와 물리-엉-메독(Moulis-en-Médoc) AOC가 있죠. 물리-엉-메독은 그랑 뿌죠(Grand Poujeaux) 마을 인근에서 좋은 와인이 나오고, 고지대의 석회암 토양 위에 자리 잡은 리스트락-메독 AOC의 와인은 탄닌이 매우 많아서 맛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일정 기간 숙성해야 합니다.
6) 마고(Margaux) AOC
마고 AOC는 마고 마을뿐만 아니라 인근의 아르삭(Arsac), 라바드(Labarde), 쑤쌍(Soussans), 깡뜨낙(Cantenac) 마을까지 포함합니다. 토양에 자갈이 많고 흙이 적어서 물 빠짐이 매우 좋죠. 마고 와인은 성장기와 수확기에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1등급 와인은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 하나지만, 그랑 크뤼 와인은 다른 마을보다 많아서 21개나 됩니다.
3. 오-메독 와인 시음기
<참고 자료>
1. 영문 위키피디아 보르도 와인 생산지 항목
2.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
3.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4. 오즈 클라크 저, 정수경 역, 오크 클라크의 와인 이야기(OZ Clark's Introducing Wine), 서울 : (주)푸른길, 2001
5. 로버트 파커 저, 손진호 외 역, 로버트 파커의 보르도 와인, 서울 : (주)바롬웍스, 2007
6.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