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포도 품종 13

[스페인] 뗌프라니요 - 스페인의 사역마. 그 자체로도 훌륭한 품종 (재업)

스페인의 대표 포도인 뗌프라니요(Tempranillo)는 스페인 전역에서 다양한 맛과 향의 와인으로 생산됩니다. 스페인에선 최고급 와인이든 값싼 와인이든 가리지 않고 뗌프라니요로 와인을 양조하고, 포르투갈에선 주정 강화 와인인 포트(Port)를 만들 때도 사용합니다. 스페인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정치사회적으로 혼란하여 내전까지 일어났습니다. 와인 산업은 어지러운 국내 정세 속에서 다른 와인 생산국보다 뒤쳐지고 말았죠. 그러다 보니 스페인 와인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뗌프라니요도 덩달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죠. 20세기 후반부터 스페인 와인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뗌프라니요와 뗌프라니요 와인에 대한 소비자와 와인 평론가의 평가도 날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1. 뗌프라니요의 특성 1) 이름의 ..

[프랑스] 카르미네르 - 진한 선홍색으로 신대륙에서 부활한 품종 (재업)

오늘날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이 된 카르미네르(Carmenère)의 어원은 진홍색(Crimson)을 뜻하는 프랑스어인 카민(Carmin)입니다. 가을에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포도 잎사귀뿐만 아니라 카르미네르 와인의 빛이 진하고 선명한 진홍색을 띠기 때문에 카민이 어원이 된 것이죠. 1. 카르미네르의 특성 와인 생산국의 대표적인 양조용 포도로 아르헨티나에 말벡이 있다면 칠레에는 카르미네르가 있습니다. 국내에선 카르미네르란 품종명이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보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인지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이 포도가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재발견된 지 25년 정도밖에 안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카르미네르는 까베르네 소비..

[프랑스] 말벡 - 흘러간 세기의 위대한 여행자 (재업)

한때 프랑스 곳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를 제외하곤 보기 힘든 품종, "흘러간 세기의 위대한 여행자(un grand voyageur des siecles passes, Les Mot de la vigne et du vin)”라 일컬어지는 포도. 그러나 신대륙에서 다시 찬란하게 부활한 품종. 바로 말벡입니다. 1. 말벡의 특성 프랑스 보르도가 원산지지만 현재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진하고 선명한 색, 적당한 산도, 부드러운 과일 향으로 마시기 무난한 레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죠. 꼬(Cot), 또는 프레삭(Pressac)이라고도 부르며, 프랑스 서남부의 까오르(Cahors)에선 오쎄후아(Auxerrois)라는 별칭으로 부릅니다. 보르도에서 말벡은 까베르네 소비뇽(..

[프랑스] 가메 - 신선한 과일 향의 상큼한 어린 아이 (재업)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이면 전 세계적으로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출시됩니다. 수확한 해가 가기 전에 마실 수 있는 와인인 보졸레 누보는 한 해의 포도 농사와 와인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와인입니다. 신선한 과일 향과 가벼운 탄닌이 어우러져 상큼한 느낌이 나는 보졸레 누보를 만들 때 사용하는 포도가 가메(Gamay)입니다. 1. 가메의 특성 가메 와인은 붉은 체리 향이 진한 것이 특징입니다. 과일 향이 풍부하고 산도도 충분하죠. 가메로 만든 보졸레 와인은 빛깔이 참 아름답습니다. 루비의 붉은빛(Ruby pink), 진한 담홍색(Scarlet, Purple Pink), 홍당무의 붉은빛(Reddish Red) 등으로 표현되며 매우 투명하고 찬란합니다. 색상만 따진다면 부르고뉴의..

[프랑스] 소비뇽 블랑 - 청초하고 싱그러운 아가씨 (재업)

햇살이 제법 따갑게 내리쬐는 초여름이면 생각나는 와인을 만들며, 풀꽃처럼 청초한 느낌을 주는 싱그러운 소녀같이 매력적이고 톡 쏘는 맛과 향이 담긴 포도. 그것이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입니다. 1. 소비뇽 블랑의 특성 1) 신선하고 상쾌한 와인 소비뇽 블랑 와인에 대해 말하길 "현대적인 와인"이라고 합니다. 또는 "유행, 모드를 아는 와인" 이라고도 하죠. 아마 현대적인 양조 기술과 잘 맞고, 한편으로 현대인의 입맛에 어필하는 향과 맛을 가졌기 때문일 겁니다. 쎄미용(Sémillon)과 샤르도네(Chardonnay) 같은 포도가 전통 양조법과 오크통 숙성을 통해 묵직한 느낌의 와인으로 만들어지는 데 비해 소비뇽 블랑은 청량하고 경쾌한 맛이 나는 가벼운 와인으로 많이 생산됩니다. 소비뇽 ..

[독일] 리슬링 - 추운 북국의 향기롭고 강인한 귀부인 (재업)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와인을 만들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선택한 포도가 리슬링(Riesling)이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 와인을 만들려고 시도했을 때 고른 포도도 역시 리슬링이었습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양조용 포도로 리슬링을 선택한 것은 리슬링이 추운 날씨에도 강건하게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리슬링의 뿌리는 영하 20℃의 추위도 견디는 강한 내한성이 있어서 겨울 날씨가 매서운 독일에서 주로 재배하지만, 호주의 일부 지역에서도 훌륭한 리슬링 와인이 나옵니다. 1. 리슬링의 특성 1) 리슬링과 변종 품종 독일의 와인 학자들은 리슬링을 바탕으로 많은 변종을 만들었습니다. 만생종인 리슬링은 완전히 익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독일의 쌀쌀한 가을 날씨를 생각할 때 포도 수확 시기는 늘 문제였기 때문..

[프랑스] 피노 누아 - 섬세한, 그러나 강인한 부르고뉴의 왕 (재업)

피노 누아(Pinot Noir) 만큼 까다로우면서 매혹적인 품종도 없을 겁니다. 작황이 좋은 해의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은 마치 비단처럼 매끄럽고 탄탄하며, 풍부하고 복합적인 향으로 많은 와인 애호가의 마음을 사로잡지만, 아직 어리거나 작황이 안 좋은 해에는 너무 진하거나 묽고 맛도 안 좋아서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숙성 기간이 짧은 고급 피노 누아 와인은 딸기와 크랜베리 같은 달콤한 붉은 과일 향이 나오고, 숙성을 거치면 송로버섯과 부엽토 같은 복합적인 부케를 풍깁니다. 1. 피노 누아의 특성 1) 이름의 뜻 피노(Pinot)는 영어로 파인(Pine)으로 소나무를 뜻합니다. 촘촘하게 알이 맺힌 포도송이 모양이 솔방울과 형태가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죠. 누아(Noir)는 검다는 뜻으로 포..

[프랑스] 시라/쉬라즈 - 강렬한 스파이스 향, 오랜 역사의 포도 (재업)

유럽에선 시라(Syrah), 호주를 비롯한 신세계에선 보통 쉬라즈(Shiraz)라고 부르는 이 포도의 특성은 ‘강렬한 향신료 향과 탄닌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라/쉬라즈로 만든 와인은 감칠맛이 뛰어나고 달콤한 과일 향을 풍기며 때로는 매콤할 때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맛을 한꺼번에 담아내기도 하죠. 가장 강렬한 맛을 풍기는 시라/쉬라즈 와인은 색이 짙고 탄닌이 많으며 여러 가지 향을 풍깁니다. 숙성을 거치면서 달콤한 블랙커런트와 라즈베리 향이 발달하고 벨벳처럼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까지 갖추게 됩니다. 1. 시라/쉬라즈의 특성 진보랏빛 색채의 포도알은 껍질이 까베르네 소비뇽만큼 두껍지 않지만, 풀 바디 와인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탄닌이 들어있습니다. 산미가 풍부하고 당분이 많아 알코올 도수..

[프랑스] 샤르도네 -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하얀 도화지 (재업)

샤르도네(Chardonnay)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화이트 와인용 품종입니다. 와인이 보여주는 맛과 향의 다양성과 놀라운 완성도에 한 번 맛을 본 사람은 흠뻑 빠지고 마는 품종이죠. 샤르도네는 토양과 기후, 양조법과 숙성 방법 등 모든 외부의 영향을 100% 받아들여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훌륭하고 완벽한 원자재"로서 떼루아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품종이기도 합니다. 마치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하얀 도화지와 같죠. 1. 샤르도네의 특성 1) 재배하기 쉬운 포도 레드 와인에서 까베르네 소비뇽이 차지하는 위상과 특성을 가진 화이트 와인용 품종이 샤르도네입니다. 까베르네 소비뇽이 왕이라면 샤르도네는 여왕이랄까요?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같은 국제 품종은 따뜻하거나 더운 지역에서 ..

[프랑스] 메를로 - 과일 향 넘치는 화려한 조연에서 주연으로 (재업)

멀롯, 또는 멜로라고도 발음하는 메를로(Merlot)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함께 보르도 블렌딩 레드 와인의 중심이 되는 품종입니다. 까베르네 소비뇽이 카리스마 있는 레드 와인의 황제 품종이라면, 메를로는 와인으로 만들면 부드럽고 온화하여 마시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품종이라고 할 수 있죠. 1. 메를로의 특성 원래 보르도에서 메를로는 까베르네 소비뇽의 보조 역할을 하는 품종이었습니다.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에 섞어서 지나치게 강한 까베르네 소비뇽의 성질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했죠. 그러나 지금은 메를로만 사용한 와인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메를로는 까베르네 소비뇽보다 포도알이 통통하고 물기가 많으며 좀 더 동그랗습니다. 껍질이 얇고 당분은 다른 품종보다 많은 편이죠. 탄닌이 주로 씨앗과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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