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포도 품종

[이탈리아] 가르가네가 - 이탈리아 청포도의 부모? (재업)

까브드맹 2023. 12. 28. 19:00

가르가네가 포도와 잎의 모습

가르가네가(Garganega)는 이탈리아 동북부의 베네토(Veneto)주에서 많이 재배하는 토착 청포도입니다. 가르가네가에 다른 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소아베(Soave) 와인은 와인 매장에서 종종 볼 수 있지만, 라벨에 품종명을 적지 않는 일이 많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르가네가는 아직 낯선 품종입니다. 그러나 숙성하면서 풍부한 시트러스 과일과 구운 아몬드 향이 나오는 가르가네가 와인은 드라이한 스타일로 사랑받는 중요한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입니다.

1. 가르가네가의 특성

1) 포도의 특성

가르가네가는 수확량만 따져 보면 이탈리아 청포도 중 6위에 들어갈 만큼 재배량이 많습니다. 특히 베네토주의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인 소아베의 기본 품종으로 베로나(Verona) 일대에서 많이 기르죠. 포도알은 황금빛 노란색을 띠며 껍질이 두껍고 과즙이 많습니다. 크기는 중간 정도이죠. 포도송이는 긴 원통형이고 오각형의 잎은 다섯 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2) 와인의 특성

가르가네가 와인은 옅은 노란색에 귤 같은 시트러스와 흰 꽃, 구운 아몬드 향을 풍기며, 벨벳처럼 부드러운 맛과 뛰어난 산미를 갖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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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르가네가의 역사

유전자 과학이 발달하면서 이탈리아 양조학자들은 수백 종이 넘는 이탈리아 토착 포도의 근연 관계를 파악하려고 많은 조사를 했습니다. 그리하여 2003년과 2008년의 DNA 조사를 통해 가르가네가와 시칠리아(Sicilia)에서 재배하며 그레카니오(Grecanio)라고도 부르는 그레카니코 도라토(Grecanico Dorato)의 유전자가 똑같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이탈리아의 북쪽과 남쪽에서 다른 이름으로 부르며 재배하는 두 포도가 사실은 같았던 겁니다. 이 연구가 있기 전부터 종묘 학자들은 포도송이와 포도알, 잎의 특성까지 비슷한 두 포도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기는 했습니다. 가르가네가와 같은 품종인 시칠리아의 그레카니코 도라토는 늦게 익고 와인에선 아주 톡 쏘는 신맛이 납니다. 가르가네가도 늦게 익고 산도가 강하며 매우 강건한 특성이 있죠.

2008년 이탈리아 학회에서는 유전자 조사를 통해 가르가네가와 유전자가 같은 포도 한 종과 DNA가 아주 비슷한 일곱 종의 이탈리아 포도를 발표했습니다. 유전자가 같은 것은 그레카니코 도라토였고 근연종은 아래의 품종들이었죠.

• 알바나(Albana)

• 카타라토(Catarratto)

• 엠피보떼(Empibotte)

• 그레코 비앙코 델 폴리노(Greco Bianco del Pollino)

• 말바지아 디 칸디아 아 사포레 셈플리체(Malvasia di Candia a Sapore Semplice)

• 마르제미나 비앙카(Marzemina Bianca)

• 트레비아노 토스카노(Trebbiano Toscano) : 프랑스의 우니 블랑(Ugni Blanc) 입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가르가네가가 근연 관계가 있는 포도들의 부모 품종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그러나 가르가네가의 부모 품종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가르가네가와 각 포도 사이의 정확한 관계는 아직 결론 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이탈리아 국경 너머에서 건너온 트레비아노 토스카노를 비롯한 7종의 포도가 북부 이탈리아부터 남부 이탈리아까지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가르가네가가 이탈리아 청포도의 발생에서 가장 핵심적인 품종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2020년에 소아베 컨소시엄은 크뤼(cru) 와인의 신설을 승인했습니다.

3. 가르가네가의 재배지

1) 소아베

소아베에서 가르가네가는 가장 중요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 때 약 70% 정도의 비율로 들어갑니다. 나머지 30%는 트레비아노(Trebbiano)를 넣고, 때때로 샤르도네(Chardonnay)를 넣기도 하죠. 이곳에선 소아베 DOC, 소아베 수페리오레(Soave Superiore) DOCG, 레치오토 디 소아베(Recioto di Soave) DOCG 와인을 생산합니다.

소아베 DOC의 포도밭 구분 지도

소아베 클라시코(Soave Classico)는 소아베 DOC의 하위 생산지로 이곳의 와인은 레몬과 아몬드, 향신료 향을 풍기고 맛이 섬세해서 꽤 인기가 높습니다. 소아베 수페리오레 DOCG는 소아베 와인 중 특히 품질이 좋은 것으로 최저 알코올 도수가 12%를 넘어야 하죠.

소아베 클라시코 지역을 벗어난 다른 마을은 땅이 평탄하고 비옥해서 헥타르당 포도 수확량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가볍고 밍밍한 맛이 나는 가르가네가 와인이 나오곤 합니다.

레치오토 디 소아베(Recioto di Soave) DOCG는 말린 가르가네가 포도로 만드는 디저트 와인입니다. 포도를 말리면 풍부한 당분이 자연스럽게 농축되어 아주 달콤한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포도의 높은 산도는 단맛과 조화를 이루며 맛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죠. 레치오토 디 소아베 DOCG는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서 병에서 10년 이상 숙성하면 맛과 향이 더욱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2) 베네토주의 다른 지역

소아베 동쪽의 비첸차(Vicenza) DOC와 아르코레(Arcole) DOC, 감베랄라(Gambellara) DOC, 레치오토 디 감베렐라(Recioto di Gambellara) DOCG, 콜리 베리치(Colli Berici) DOC, 콜리 유가네(Colli Euganei) DOC, 쿠스토자(Custoza) DOC, 몬티 레시니(Monti Lessini) DOC에서 가르가네가를 주로 사용하거나 일부 사용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3) 기타 이탈리아 지역

롬바르디아(Lombardia)주의 가르다(Garda) DOC와 트렌티노-알토 아디제(Trentino-Alto Adige)주의 발다지데 / 에치탈러(Valdadige / Etschtaler) DOC에서도 가르가네가를 주로 사용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합니다. 시칠리아주에서도 그레카니코 도라토란 이름으로 부르며 재배합니다.

3. 가르가네가 와인의 향

가르가네가 와인의 주요 향인 레몬과 귤

가르가네가 와인의 주요 향은 레몬과 귤, 사과, 복숭아, 멜론, 오렌지와 오렌지 껍질, 박하와 비슷한 향이 나는 마조람(marjoram), 미네랄과 염분 향 등입니다.

4. 가르가네가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가르가네가 와인에는 각종 샐러드와 해산물, 생선구이, 닭고기 같은 가금류, 해산물로 토핑한 파스타, 라비올리(Ravioli), 새우요리, 두부, 일식 등이 어울립니다.

마시기 좋은 온도는 7~12℃입니다. 디캔팅은 필요 없지만, 마시기 전에 20~30분 정도 열어주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