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생산지

[이탈리아]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Trentino-Alto Adige)

까브드맹 2017. 10. 30. 07:04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Trentino-Alto Adige)의 와인 생산지 지도
(이미지 출처 : https://vineyards.com/photos/maps/Trentin_Haut_Adige_EN_K.png)

1.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지역 특성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또는 쥐드트롤(Sudtirol)은 이탈리아 북동쪽에 있는 와인 생산지입니다.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죠. 와인 품질을 높이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품질 표준을 정하려고 가장 노력한 곳으로 이탈리아에서 DOC 와인의 분포가 가장 높은 곳입니다. 

생산한 와인의 절반 정도를 수출해서 전체 와인 생산량 중 수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주요 고객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입니다. 

신성로마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통치를 오랫동안 받아와서 이곳의 와인은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떤 와인들은 DOC 대신에 오스트리아의 QbA 등급을 사용하기도 하죠.

독특한 역사와 알프스 남부 및 돌로미티(Dolomiti) 산악지대 안쪽이란 위치 때문에 이곳에선 다른 이탈리아 지역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포도가 자랍니다. 산이 너무 많고 평지가 15%에 불과해서 아디제강 유역에서만 포도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2.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역사 

이곳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포도 씨는 철기 시대의 것이지만, 와인 양조에 관한 고고학적 증거는 BC 400년까지 올라갑니다.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와인 생산은 약 3,0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졌으며, 가장 초기의 와인은 로마가 점령하기 전에 이 땅의 주인이었던 라에티아인이 만든 와인일 겁니다. 대 카토(Cato the Elder)는 <농업론(De agricoltura)>에서 로마에 편입되기 전의 라에티아 와인을 강조해서 적었습니다.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와 뒤를 이은 티베리우스 황제 역시 라에티아 와인의 가치를 인정했죠. 플리니우스에 따르면 로마는 라에티아인에게서 나무통을 사용해 와인을 저장하고 수송하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대 카토(Cato the Elder)의 두상

720년 프레이징(Freising)의 초대 주교이자 판무관인 코르비니오(Corbinio)가 부르그라비아토(Burgraviato)에 포도밭을 개간했고, 12세기부터 독일 남부의 수도원과 귀족들이 와인 양조를 본격적으로 장려했습니다. 

중세 후기부터 합스부르그(Habsburg)가문이 통치하는 동안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와인 생산은 넘쳐날 정도로 늘어납니다. 19세기부터 와이너리들의 노력 덕분에 와인 생산과 판매가 늘어났고, 20세기부터는 협동조합이 뒤를 이어 와인 산업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그러나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와인은 20세기에 몇 차례 위기를 겪었습니다. 포도 뿌리에 서식하는 필록세라(phylloxera)가 이곳까지 퍼졌고, 이어서 터진 1차 대전은 오스트리아-헝가리-바바리아(Bavaria)를 잇는 전통 시장을 파괴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파시스트의 억압이 있었고, 얼마 안 있어 2차 대전이 터집니다. 

대량 생산시대를 맞이해서 와인 산업도 1980년대까지 통합되어 갔지만, 스위스에서 탱크 단위로 와인을 판매하면서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와인 산업은 큰 위기를 맞습니다. 이러한 위기에 와인 생산자들은 판매 전략을 변경해서 양보다 품질로 승부를 걸죠. 1971년에 DOC 규정에 따라 생산지를 나누고 등급을 정하면서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와인 산업은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하죠. 이후 20년이 넘도록 와인의 품질을 추구하고, 벌크 와인이 아닌 750㎖ 병에 담긴 와인을 널리 판매하면서 트렌티노-알토 아디제는 높은 평판을 얻게 됩니다.

 

 

3.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포도 품종

거의 모든 화이트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며, 청포도 재배 비율은 1980년 이후 20%에서 60%까지 올라갔습니다. 

많이 재배하는 청포도는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와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피노 비앙코(Pinot Bianco)와 샤르도네(Chardonnay)이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뮬러 투르가우(Muller Thurgau), 실바너(Sylvaner), 케르너(Kerner), 리슬링(Riesling), 그뤼너 벨트리너(Gruner Veltliner), 모스까토(Moscato)도 많이 재배합니다.

적포도는 지역 품종인 스키아바(Schiava), 라그레인(Lagrein), 테롤데고(Teroldego)과 함께 피노 네로(Pinot nero), 메를로(Merlot),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백년 넘게 재배해왔습니다. 가장 많이 재배하는 적포도는 메를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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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지리 및 기후

로마 시대 이전부터 와인을 만들어 온 오랜 역사를 가진 곳으로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포도 재배지가 아디제 계곡부터 남쪽의 메란(Meran)시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런 기후와 지형은 매우 다양한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양조를 가능하게 해주죠. 하지만 북쪽의 빈슈가우(Vinschgau) 계곡과 아이사크(Eisack) 계곡의 기후는 매우 혹독해서 화이트 와인 양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5.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포도 재배 및 와인 양조 

친환경 기술을 사용해서 포도를 재배하지만, 가파른 계산식 경사 때문에 노동집약적입니다.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농부들은 이른바 "통합적인 와인 생산"을 사용해서 포도밭의 천연 저항력을 늘리며, 익충을 보호하고 확산시키려 노력합니다. 수확량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포도나무의 수형(樹形)을 전통적인 페르골라(Pergola) 시스템에서 현대적인 기요(Guyot)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포도 품질도 향상되었습니다.

160개의 와이너리에서 다양한 화이트와 레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합니다. 와인의 약 70%는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며, 25%는 알토-아디제 주 와이너리 협회에서 만듭니다. 나머지 5%의 와인을 독립적인 와인 생산자가 만들죠.

 

 

6. 트렌티노-알토 아디제의 생산지와 대표 와인

작지만 재미있는 와인 생산지로 13,000에이커의 포도밭에서 20개의 품종을 재배해 390만 상자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알프스 기후대와 지중해성 기후대 사이라는 기후적인 특성과 해발 200m에서 시작해서 1,000m를 넘는 고지대라는 지리 덕분에 트렌티노-알토 아디제는 작지만 DOC 와인의 밀집도가 높습니다.

추출물이 많은 진한 자줏빛 와인인 테롤데고 로탈리아노(Teroldego Rotaliano)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개성이 강한 와인으로 평가받습니다. 숙성 잠재력도 크죠. 

알토 아디제의 볼차노 남쪽에 있는 트라민(Tramin, Termeno) 마을은 게부르츠트라미너의 원산지로 추정됩니다. 게부르츠(향신료) + 트라민(마을 이름) = 게부르츠트라미너(향신료 향이 나는 트라민 마을의 포도)가 되는 거죠.

스키아바로는 가볍고 드라이하며 산미가 있는 부드러운 와인을, 라그레인으로는 진하고 강렬한 레드 와인을 만듭니다. 두 와인 모두 오스트리아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_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_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영문 위키피디아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항목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