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생산지

[이탈리아] 베네토(Veneto)

까브드맹 2017. 10. 19. 07:00

베네토의 와인 생산지 지도
(이미지 출처 : http://winewitandwisdomswe.com/wp-conten t/uploads/2014/09/Veneto.jpg)

1. 베네토의 지역 특성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인 베로나(Verona)와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있는 베네토는 피에몬테와 토스카나 다음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레드 와인 생산지입니다. 화이트 와인인 소아베(Soave), 레드 와인인 발폴리첼라(Valpolicella)와 바르돌리노(Bardolino)가 유명하죠. 옅은 색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인 소아베는 생선 요리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발폴리첼라는 원래 평범하고 일반적인 와인이었지만, 리파쏘(Ripasso)라는 양조법을 사용하면서 질감이 풍부한 레드 와인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리파쏘에 대해선 아래의 아파씨멘토(Appassimento) 항목을 참조하세요.

베네토의 포도 재배 면적은 90,000헥타르이며, 이 중 35,400헥타르가 DOC 포도밭입니다. 연간 와인 생산량은 8,500,000헥토리터이며 이중 DOC 와인 생산량이 약 21%인 1,700,000헥토리터 정도로 이탈리아에서 DOC 와인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이죠. DOC 와인의 55%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2. 베네토 와인의 역사

역사상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 중 하나로 약 3,000년 전 청동기 시대부터 와인을 만들어 마셨습니다. 하지만 로마가 베네토까지 영역을 넓히기 전까지 와인은 주민의 기호 식품 정도였지 생계 수단은 아니었습니다. B.C. 200년경 로마가 이곳을 점령하면서 와인 소비 형태를 바꿔놓았습니다. 로마는 포도밭을 만들려고 땅을 나눴고,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은 주요 산업으로 떠오릅니다. 로마인은 훗날 베로나(Verona)로 성장하는 도시를 건설했고, 베로나는 지금도 베네토의 주요 도시입니다.

6세기경 로마의 작가 카시오도루스(Cassiodorus)는 "발폴리첼라의 달콤한 와인은 이탈리아 동고트 왕국 (Ostrogothic Kingdom of Italy)의 궁정에서 가장 좋아한다"라고 기술했습니다. 

서기 8세기 이래 베네치아 공화국은 비잔틴 제국과 유럽의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중개무역지였습니다. 중개무역에만 종사한 것이 아니라 멋지고 뛰어난 공산품을 만들어 수출했죠. 전함, 각종 무기와 갑옷, 항해용 빵, 유리 같은 공예품이 주요 수출품이었고, 그중에는 베로나에서 생산한 와인도 있었습니다. 베네치아는 1885년에 이탈리아 최초의 포도 재배학과를 개설했고, 와인 관광 도로를 깔 정도로 와인 산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후에 베네토의 와인 생산자들은 프랑스로부터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소비뇽 블랑, 피노 비앙코 등의 포도 묘목을 가져와 심었습니다. 현재는 완전히 정착해서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죠.

반응형

 

3. 베네토의 지리 및 기후

서쪽은 가르다(Garda) 호수, 동쪽은 아드리아(Adria)해, 북쪽은 트렌티노-알토-아디제(Trentino-Alto-Adige), 남쪽은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 지방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북쪽의 알프스산맥은 가혹한 북유럽 기후로부터 이곳을 보호해주며, 산맥 기슭의 서늘한 기후는 소아베 와인의 주요 품종인 가르가네가(Garganega) 같은 청포도가 잘 자라도록 해줍니다. 아드리아해 근처의 평지와 가르다(Garda) 호수 일대의 따스한 지역에선 적포도로 발폴리첼라, 아마로네, 바르돌리노 같은 레드 와인을 생산합니다.

알프스 산맥과 주위의 지형
(이미지 출처 : https://media1.britannica.com/eb-media/70/370-004-CC5C08FE.jpg)

와인 생산지는 두 지역으로 명확히 구분됩니다. 베네치아 석호 지대에 가깝고, 트레비소(Treviso) 언덕과 피아베(Piave) 강 유역의 평야, 아드리아해 해변 사이에 있는 동부에서는 글레라(Glera)로 만드는 프로세코(Prosecco)를 생산하고, 메를로(Merlot), 까르메네르(Carmenere), 베르두쪼(Verduzzo), 라보소 삐아베(Raboso Piave), 레포스코(Refosco), 토캐(Tocai), 베르디조(Verdiso), 마르제미노(Marzemino) 포도로 와인을 만듭니다. 가르다 호수와 베로나시에 가까운 서부에서는 꼬르비나(Corvina), 론디넬라(Rondinella), 가르가네가, 트레비아노 디 소아베(Trebbiano di Soave), 오제레타(Oseleta) 포도로 와인을 만듭니다.

 

 

4.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1) 포도 재배

① 베네토 동부에선 포도나무를 가꿀 때 전통적으로 실보즈(Sylvoz) 시스템을 사용했지만, 오늘날에는 귀요(Guyot) 시스템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서부에서는 전통적인 페르골라(Pergola) 시스템을 여전히 사용하죠. 

페르골라(Pergola) 시스템의 모습

② 베네토의 와인 생산자들은 현대적인 포도 재배법과 양조법을 사용합니다. 전통 와인은 클레라나 베르두쪼 같은 지역 품종을 사용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베네토 와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샤르도네, 피노 품종들로 실험적인 와인도 생산합니다.

③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학교 중 하나인 꼬넬리야노(Conegliano)가 이곳에 있으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와인 박람회인 비니탈리(Vinitaly)가 매년 4월 첫째 주 즈음에 베로나에서 열립니다.

2) 아파씨멘토

① 베네토의 독특한 와인 양조법으로 가을에 수확한 포도를 이듬해 2월~3월까지 약 5개월간 밀짚이나 철망 위에서 반 건조하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레지네이트(rasinate)라고 하죠. 아파씨멘토로 반쯤 말린 포도로 여러 가지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합니다.

아파씨멘토(Appassimento) 하는 모습

②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는 반 건조한 포도를 완전히 발효해서 만드는 레드 와인입니다. 장기 숙성이 가능하며 알코올 도수가 15~17도까지 올라가죠. ‘Amarone’는 영어로 dry라는 뜻이지만, 최근의 생산자들은 풍미는 달콤하면서 여운에 다소 쓴맛이 있는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법정 최저 숙성기간은 24개월입니다.

③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Recioto della Valpolicella)는 반 건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 때 도중에 발효를 중단시켜서 만듭니다. 미처 발효하지 못한 당분이 남아서 단맛이 많이 나죠. 레치오토의 어원은 ‘recie’로 귀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orecchie’에서 나왔습니다. 포도송이 중에는 종종 귀처럼 두 갈래로 나뉘어 포도알이 달리는 것이 있는데, 귀 모양을 이루는 부분이 햇빛을 많이 받아서 단맛이 더 납니다. 레치오토를 만들 때 이 부분을 항상 사용하기 때문에 귀에서 유래한 이름이 붙은 것이랍니다. 법정 최저 숙성 기간은 14개월이며 알코올은 최저 14도 이상이어야 합니다.

④ 레치오토 디 소아베(Recioto di Soave)는 소아베에 사용하는 포도를 2~3개월간 건조해서 만듭니다. 벨벳같이 부드럽고 쓴맛이 조금 있으면서 중간 정도의 단맛을 가진 풀 바디 와인이 만들어지죠. 알코올은 최저 13도이며 최적의 음용 시기는 출시 후 4~5년 뒤입니다.

⑤ 발폴리첼라 리파쏘(Valpolicella Ripasso), 또는 리파쏘 델라 발폴리첼라(Ripasso della Valpolicella)는 아마로네나 레치오토를 만들 때 프리 런 쥬스(free run juice)를 빼고 남은 포도 껍질을 바로 일반 발폴리첼라 와인에 넣고 한 번 더 발효해서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일반 발폴리첼라 와인에 복합적인 풍미가 더해지고 바디와 탄닌도 더 강해지면서 품질이 더욱 좋아집니다.

 

 

5. 대표 생산지 및 와인 특성

1) 소아베

① 19세기 후반부터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다른 나라 소비자들의 인식은 '생산량만 많은 저질 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산도가 높고 상큼한 화이트 와인인 소아베가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 최고의 식전주(食前酒)로 평가받으면서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이 바뀌게 되었죠. 이처럼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지워버리고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을 세계에 알린 선봉장격인 와인이 소아베입니다.

② ‘Soave’라는 단어는 "부드럽게, 사랑스럽게, 상냥하게"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오페라 아리아나 악보에서도 흔히 사용합니다. 소아베란 이름의 유래에 관해선 13세기에 '신곡(La divina commedia)'을 쓴 이탈리아의 위대한 시인 단테와 얽힌 전설이 있습니다. 단테가 소아베의 부드러움에 매료되어 ‘Soave(부드러워)’라고 칭송했고, 와인에 소아베란 이름이 붙었다는 겁니다.

③ 20세기초의 이탈리아 시인인 가브리엘레 단눈치오(Gabrielle d'Annunzio)는 “이 와인은 젊음과 사랑의 와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점차 신중해지고 사려 깊어진 나에게 더는 어울리는 와인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내 화려한 과거에 대한 찬미로 이 와인을 마신다. 이 와인이 나에게 다시 젊음을 돌려주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다시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라며 소아베를 젊음과 사랑의 와인으로 평가했습니다.

④ 소아베는 가르가네와 트레비아노 디 소아베, 피노 비앙코(Pinot Bianco), 샤르도네로 만듭니다. 가르가네가를 70% 이상 넣어야 하며, 비아노 디 소아베와 피노 비앙코, 샤르도네는 합쳐서 30% 이하로 사용합니다.

⑤ 소아베, 소아베 수페리오레, 소아베 클라시코가 있으며, 소아베를 비롯한 13개 마을에서 생산합니다.

 

 

2) 발폴리첼라

① 발폴리첼라는 베로나시 북쪽에 있는 발폴리첼라 마을과 주변 지역에서 생산하는 레드 와인입니다. 발폴리첼라의 어원은 알려지지 않았고, "많은 지하창고의 계곡(the valley of many cellars)"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고 추측할 뿐입니다.

② 꼬르비나 베로네즈(Corvina Veronese), 론디넬라(Rondinella), 몰리나라(Molinara)의 세 품종을 주로 사용하며, 여기에 로시뇰라(Rossignola), 네그라라(Negrara), 바르베라(Barbera)를 넣기도 합니다.

꼬르비나 베로네즈(Corvina Veronese), 론디넬라(Rondinella), 몰리나라(Molinara) 포도의 모습

③ 법으로 정한 최저숙성 기간은 14개월입니다. 알코올 도수는 11%이며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는 12%입니다. 20개 마을에서 생산하며 마라노 디 발폴리첼라(Marano di Valpolicella) 등의 7개 전통 원산지에서 생산한 와인에는 ‘클라시코(Classio)’ 표시를 붙입니다.

④ 아파씨멘토를 사용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 와인도 나옵니다.

3) 바르돌리노

① 가르다 호수 동쪽에 있으며 발폴리첼라와 같은 포도를 사용하지만, 색이 더 연하고 맛도 더 가볍습니다. 드라이하고 신선한 풍미가 있으며 살짝 쓴맛이 있죠. 어떤 때에는 가벼운 탄산이 녹아있을 때도 있습니다. 종종 프랑스의 보졸레와 비교됩니다.

② 바르돌리노 수페리오레(Bardolino Superiore)는 소아베 수페리오레, 레치오토 디 소아베와 함께 베로나 지방의 3대 DOCG 와인입니다.

③ 바르돌리노, 가르다, 라찌체(Lazice), 아피(Affi), 코스테르마노(Costermano), 까바이온(Cavaion) 마을에서 생산하는 와인엔 바르돌리노 클라시코(Bardolino Classico) 표시를 붙일 수 있습니다.

4) 비앙코 디 쿠스토자(Bianco di Custoza)

① 바르돌리노 남쪽 지역이며 트레비아노 토스카나(Trebbiano Toscana), 가르가네가, 프리울라노(Friulano)를 혼합한 화이트 와인을 만듭니다.

② 상쾌하고 부드러우며 약간 복합적인 와인으로 쓴맛이 살짝 있습니다. 최저 숙성 기간은 5개월로 알코올 도수는 11%이며, 수페리오레는 12.5%입니다.

 

 

5) 트레비소

① 발도비아데네(Valdobbiadene) 마을 주변의 구릉 지대에서 재배한 글레라 포도를 써서 샤르마(Charmat) 방식의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Prosecco)를 생산합니다.  

② 프로세코는 스푸만테 타입도 있고 프리잔테 타입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드라이하지만 스위트 스파클링 와인도 생산합니다.

6) 브레간제(Breganze)

① 베네토의 북서쪽에 있으며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생산합니다.

② 레드 와인은 메를로를 최소 85% 이상 사용해야 하며, 마르제미노, 까베르네 프랑, 까베르네 소비뇽, 로시뇰라, 피노 누아 등을 최대 15%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③ 화이트 와인은 프리울라노를 최소 85% 이상 사용해야 하며, 베스파이올로(Vespaiolo)와 피노 비앙코,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리슬링 이탈리코(Riesling Italico), 마르제미나 비앙카(Marzemina Bianca),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최대 15%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④ 단일 품종 와인은 레이블에 표시한 품종을 100% 사용해야 하지만, 까베르네 프랑과 까베르네 소비뇽은 서로 혼합할 수 있습니다.

⑤ 대부분 드라이 와인이지만, 베스파이올로는 드라이 와인과 스위트 와인을 모두 생산합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김의겸 저, 소믈리에 실무, 서울 : 백산출판사, 2007

4. 영문 위키피디아 베네토 와인 항목

5.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