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48

[7인 7색] 농후한 관능미 - 퀸타 데 라 퀴투드 코랄 데 깜파나스

모든 와인이 그런 건 아니지만, 마실 때 저절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와인이 있습니다. 청순한 아가씨, 건장한 젊은이, 어린 소녀, 말쑥한 신사, 고귀한 귀부인, 연륜이 느껴지는 어르신 등등… 마시는 동안 여러 형태의 모습이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죠. 그러한 이미지 중에선 ‘관능미’도 있습니다. 제가 마신 와인 중에서 관능미가 느껴졌던 와인으로는 라스 모라스 말벡(Las Moras Malbec), 두인 야닌(Duijn Jannin), 보데가 베네가스 돈 티부르치오(Bodega Benegas Don Tiburcio) 등이 있습니다.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모두 섹시한 기운이 느껴지는 와인이었죠. 그중에는 섹시를 넘어 퇴폐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있었습니다. 관능과 열정의 나라 스페인에서도 그런 와인이 나옵니..

[7인 7색] 보기 드문 신대륙 카베르네 프랑 와인 - 스테핑 스톤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은 보르도 블렌딩 스타일 와인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와 함께 세 개의 축을 구성하는 포도입니다. 하지만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신대륙에서 단일 품종 와인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는 반면, 카베르네 프랑만 사용해서 만든 신대륙 와인은 찾아보기 힘들죠.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희귀합니다. 향이 뛰어난 카베르네 프랑이지만, 탄닌이 카베르네 소비뇽만큼 많지 않아 현대 와인 애호가들이 만족할만한 바디가 나오지 않기 때문일까요? 제가 맛봤던 와인 중에서 카베르네 프랑을 주로 써서 만든 신대륙 와인이라면 미국의 코너스톤(Cornerstone) 와이너리에서 만든 스테핑 스톤 카베르네 프랑(Stepping Stone Cabernet Franc)을 들 수 있습니다. 90%..

[7인 7색] 윌리엄 페브르, 산에서 재배한 포도 - 에스피노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칠레는 오래전부터 구세계의 와인 생산자들에게 흥미로운 곳이었습니다. 스페인의 토레스를 비롯한 많은 회사가 칠레에 땅을 사거나 칠레 와인 회사와 합자해 와인을 생산했죠. 부르고뉴 샤블리에서 프르미에 크뤼를 생산해온 윌리엄 페브르(William Fevre) 역시 그러한 생산자 중 하나입니다. 샤르도네를 재배하기 좋은 떼루아를 찾아 칠레로 건너간 윌리엄은 산 후안 데 피르퀘(San Juan de Pirque)에서 훌륭한 땅을 발견합니다. 윌리암은 즉시 땅 주인인 빅토르 피노 토르케(Victor Pino Torche)에게 땅을 팔라고 했지만, 빅토르는 그의 요청을 거절했죠. 대신 두 사람이 합작해서 에스피노(Espino) 와이너리를 만들고 와인을 생산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하여..

[7인 7색] 사천분의 일의 행운 - 티파우메

레이블에 홀로 울부짖는 늑대 한 마리가 그려진 이 와인은 지난 25년간 칠레에 머물며 와인을 만든 한 프랑스인의 노력의 결실입니다. 포도재배학자이며 와인 생산자인 이브 푸제(Yves Pouzet)는 오랫동안 미국종 포도나무 뿌리를 접붙이지 않은 순수한 유럽종 포도나무를 유기농법과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 농법으로 재배했습니다. 그의 포도와 와인은 2001년 독일 정부기관인 BCS-Ök의 인증을 받았고, 2011년에는 스위스 오가닉 인증협회인 IMO(Institute for Market ecology Organization)의 인증도 받았죠. 아울러 독일의 바이오다이나믹 전문 인증기관인 데메터(DEMETER)의 인증도 함께 취득했습니다. 이브 푸제는 크지 않은 8헥타르의 포도밭에서 1천 상자 분..

[7인 7색] 반건조 포도의 맛과 향이 첨가된 매력적인 와인 - 제나토 리파쏘 발폴리첼라 수페리오레

신상 안치소의 계곡(Valley of Cellars)을 뜻하는 라틴어인 ‘Vallis Cellis'에서 지명이 유래한 것으로 추측되는 발폴리첼라는 베네토 지방의 대도시인 베로나(Verona) 북쪽의 마을 이름이며,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발폴리첼라에서 만드는 와인 중에는 밀짚 위에서 반쯤 말린 포도를 쓰는 것도 있습니다. 반건조 포도로 달게 만든 것을 레치오토 델라 발폴리첼라(Recioto della Valpolicella), 달지 않고 드라이하게 만든 것을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Amarone della Valpolicella)라고 하죠. 두 와인을 만들고 난 다음 발효 탱크에 남은 젖은 포도 껍질과 씨앗을 일반 발폴리첼라 와인에 넣어서 바디와 탄닌을 강화하고 좀더 복합..

[7인 7색] 자연과 전통으로 빚은 오가닉 와인 - 페랑 에 피스 꼬뜨 뒤 론 빌라주 깨란느 뻬이어 블랑슈

꼬뜨 뒤 론(Cotes du Rhone)은 론 밸리 지역에서 가장 일반적인 와인입니다. 국내에도 다양한 꼬뜨 뒤 론 와인이 수입되어서 마트나 와인 샵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죠. 꼬뜨 뒤 론 와인 중에서 특별히 품질 좋은 와인들이 있습니다. 그 와인들의 레이블에는 꼬뜨 뒤 론 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이랄 수 있는 꼬뜨 뒤 론 빌라주(Cotes du Rhone Villages) 표시가 들어가고, 와인을 생산한 마을 이름을 붙일 수 있죠. 꼬뜨 뒤 론 빌라주 와인을 만드는 마을은 모두 18개이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으로는 깨란느(Cairanne), 세구레(Seguret), 비상(Visan), 사브레(Sablet) 등이 있습니다. 페랑 에 피스 꼬뜨 뒤 론 빌라주 깨란느 뻬이어 블랑슈(Perrin & Fils..

[7인 7색] 품질 좋고 가격 좋은 와인이라 함은 바로 이런 와인 - 다이나스티아 비방코 크리안자

전 세계에서 만드는 와인의 종류는 밤하늘의 별 만큼 많지만, 그중에서 정말 맛있는 와인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더욱이 맛과 향이 좋은데다 가격까지 착한 와인을 찾기란 녹록치 않은 일입니다. 좋은 와인은 평론가들의 눈에 띄기 마련이고, 그 순간 높은 점수와 함께 가격이 치솟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좋아하는 와인을 발견하면 “제발 이 와인이 평론가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소서!”하고 기원합니다. 다이나스티아 비방코 크리안자(Dinastia Vivanco Crianza)는 비록 와인 스펙테이터와 로버트 Jr. 파커의 눈길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아직도 가격이 좋은 와인 중 하나입니다. 스페인 와인은 가격 보다 품질이 훌륭한 것이 많은데, 이 와인 역시 뛰어난 맛과 향을 보여주지만 가격은 4만 원대..

[7인 7색] 저 멀리 아르헨티나에서 왔습니다. - 도나 파울라 말벡

며칠 전 ‘걸신이라 불러다오’라는 팟캐스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음식과 문화를 엮어서 1시간 넘도록 수다를 떠는 방송인데, ‘와인과 공룡알’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와인과 관련된 내용이 나왔습니다. 방송 중에 음악 평론가 강헌 씨가 아르헨티나 와인을 추천하는데, 그 이유로 아르헨티나 와인이 아직 국내에 덜 알려져 있어서 품질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한 점을 들더군요. 저 역시 동의합니다. 와인 생산량 세계 5위의 와인 대국이고 고급 와인도 많이 생산하지만, 아르헨티나 와인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품질 좋은 중저가 와인’ 정도에 머무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로버트 파커를 비롯한 많은 평론가가 좋은 점수와 함께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의 장래성을 높게 평가하며, 와인 컨설턴트인 미쉘 롤랑은 아르헨티나 곳곳에서 ..

[7인 7색] 천천히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향기 - 라 담 드 몽로즈

프랑스 와인의 단점이라면 코르크를 땄을 때 즉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겁니다. 특히 보르도 와인이 그렇죠. 저렴한 보르도 와인이라도 최소 30분에서 1시간가량 지나야 제 모습을 슬슬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보르도 와인을 마실 때에는 미리 따놓거나 시간을 충분히 갖고 아주 천천히 마시는 게 좋습니다. 샤토 몽로즈는 로버트 파커가 "1989년 이래 가장 믿을 만한 쌩-떼스테프 그랑 크뤼"이며 "1855 등급을 새롭게 분류한다면 1등급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격찬한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입니다. 숙성 잠재력이 엄청나고 구조가 탄탄하며, 검은 과일 향을 비롯한 각종 향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와인이죠. 저도 기회가 되어서 몇 차례 마신 적이 있었는데 늘 좋은 평가를 내리곤 했습니다. 다만 가격이..

[7인 7색] 화려한 라벨 속에 들어있는 사우어 체리의 풍미 - 바론 리카솔리 로카 기치아르다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이탈리아의 대표 와인인 키안티(Chianti)는 레드 와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키안티 지방에서 만들었던 와인은 화이트 와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레드 와인 생산이 늘어났고, 18세기가 되면 키안티는 당연히 레드 와인인 걸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죠. 그러나 이 당시 키안티 와인은 오늘날의 키안티와 맛과 향이 좀 달랐다고 합니다. 주로 사용한 포도도 까나이올로(Canaiolo)라는 품종이었죠. 그러던 중 이탈리아 총리를 지냈던 바론 리카솔리(Baron Ricasoli)경이 오랜 연구 끝에 1872년 새로운 키안티 와인을 개발합니다. 그가 만든 키안티 와인은 산지오베제 70%에 까나이올로 15%를 넣고, 청포도인 말바지아와 지역 토착 품종을 넣은 것이죠. 그후 몇 차례 규정이 변하긴 했지만, 그가 창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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