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농후한 관능미 - 퀸타 데 라 퀴투드 코랄 데 깜파나스

까브드맹 2014. 3. 28. 06:59

모든 와인이 그런 건 아니지만, 마실 때 저절로 이미지가 떠오르는 와인이 있습니다. 청순한 아가씨, 건장한 젊은이, 어린 소녀, 말쑥한 신사, 고귀한 귀부인, 연륜이 느껴지는 어르신 등등… 마시는 동안 여러 형태의 모습이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죠. 그러한 이미지 중에선 ‘관능미’도 있습니다.

제가 마신 와인 중에서 관능미가 느껴졌던 와인으로는 라스 모라스 말벡(Las Moras Malbec), 두인 야닌(Duijn Jannin), 보데가 베네가스 돈 티부르치오(Bodega Benegas Don Tiburcio) 등이 있습니다.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모두 섹시한 기운이 느껴지는 와인이었죠. 그중에는 섹시를 넘어 퇴폐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있었습니다.

관능과 열정의 나라 스페인에서도 그런 와인이 나옵니다. 퀸타 데 라 퀴투드(Quinta de la Quietud)의 코랄 데 깜파나스(Corral de Campanas)는 아예 와인 생산자 에브라르가 “섹시 와인(Sexy Wine)”이란 별칭을 붙였을 만큼 관능미가 퍼져  나오는 와인입니다. 농후한 검은 과일 향에 섞인 태운 나무 향, 볶은 견과류와 밀키(milky)하고 달콤한 코코넛 풍미, 여기에 이어지는 그윽하고 기분 좋은 시가 향기는 묘한 기운을 한껏 전해줍니다. 여기에 입안에 진득하게 달라붙는 탄닌의 느낌은 정말 퇴폐적인 분위기를 선사하죠. 깊고 어두운 겨울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마실 와인을 찾는다면 권해드립니다.

(2014년 1월 22일 작성되어 와인비전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