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7인 7색 (2013)

[7인 7색] 윌리엄 페브르, 산에서 재배한 포도 - 에스피노 카베르네 소비뇽

까브드맹 2014. 3. 12. 06:00

포도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칠레는 오래전부터 구세계의 와인 생산자들에게 흥미로운 곳이었습니다. 스페인의 토레스를 비롯한 많은 회사가 칠레에 땅을 사거나 칠레 와인 회사와 합자해 와인을 생산했죠. 부르고뉴 샤블리에서 프르미에 크뤼를 생산해온 윌리엄 페브르(William Fevre) 역시 그러한 생산자 중 하나입니다. 

샤르도네를 재배하기 좋은 떼루아를 찾아 칠레로 건너간 윌리엄은 산 후안 데 피르퀘(San Juan de Pirque)에서 훌륭한 땅을 발견합니다. 윌리암은 즉시 땅 주인인 빅토르 피노 토르케(Victor Pino Torche)에게 땅을 팔라고 했지만, 빅토르는 그의 요청을 거절했죠. 대신 두 사람이 합작해서 에스피노(Espino) 와이너리를 만들고 와인을 생산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하여 고산지대인 산 후안 데 피르퀘에 작은 포도원이 설립됩니다.

당시 칠레 와인 생산자들은 저지대에서 포도를 재배했기에 고지대에 포도밭을 만든 에스피노를 기이한 눈으로 바라봤고, 두 사람의 도전 정신을 미쳤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많은 칠레 와이너리가 에스피노를 본받아 높은 곳에 포도밭을 가꾸고 있죠. 빅토르와 윌리엄은 지난 20년 동안 입을 열지 않다가 드디어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병 안에 뭔가 말할 만한 것이 들어있다.”

라즈베리와 체리, 레드커런트, 서양 자두 같은 검붉은 과일 풍미에 은은한 오크 느낌을 맛볼 수 있는 에스피노 카베르네 소비뇽(Espino Cabernet Sauvignon)은 세련된 균형을 갖춘 칠레 와인입니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우수한 품질로 연말연시 모임에 들고 갈 와인을 찾을 때 고려해 볼 만한 아이템이죠.

(2013년 12월 18일 작성되어 와인비전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