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2265

[프랑스] 알리고떼 - 부르고뉴의 청순한 아가씨 (재업)

알리고떼(Aligoté)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에서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청포도입니다. 루마니아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불가리아를 비롯한 동유럽에서도 이 포도를 많이 재배하죠. 지구상의 알리고떼 포도밭 면적은 약 4만 5천 헥타르이며, 2004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20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포도입니다. 1. 알리고떼의 특성 알리고떼는 샤르도네보다 추위에 강하고 빨리 익으면서 수확량도 적당한 품종으로 양조한 후 바로 마실 수 있는 산도 높은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영국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인 클리브 코트스(Clive Coates)는 “부르고뉴에서 보조적인 역할이 큰 품종으로 와인은 가볍고 살짝 허브 향이 풍기면서 샤르도네(Chard..

[크로아티아] 비오니에 - 멸종 일보 전에 부활한 포도 (재업)

비오니에(Viognier)는 꽁드리유(Condrieu) AOC를 비롯한 프랑스 북부 론(Northern Rhone) 일대에서 많이 재배하는 포도입니다. 비엔(Vienne) 시 남쪽 약 11km 지점에 있는 꽁드리유 AOC는 오로지 비오니에 와인만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죠. 꽁드리유 와인은 살구와 복숭아, 말린 과일, 흰 꽃 향이 특징이며 아니스(Anise)와 멜론 풍미가 있는 와인도 있습니다. 뛰어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비오니에는 한때 프랑스 여러 곳에서 재배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북부 론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든 포도가 되었죠. 심지어 1965년엔 단 3.24헥타르의 포도밭에서 1,900ℓ의 와인만 생산할 정도로 재배량이 극도로 줄어버렸죠. 이렇게 재배량이 줄어든 것은 비오니에 재배가 매우 까다롭..

[스페인] 모나스트렐/무르베드르/마타로 - 오랜 역사, 넓은 재배지, 세 가지 이름 (재업)

프랑스에서는 무르베드르(Mourvèdre), 호주에서는 마타로(Mataro)로 부르는 모나스트렐(Monastrell)은 7개의 국제 품종에 비길 만큼 많은 지역에서 재배하는 포도입니다. 재배 역사도 아주 오래되어서 기원전 5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죠. 오랜 역사와 뚜렷한 개성을 가진 모나스트렐은 알아두어야 할 또 하나의 양조용 포도입니다. 1. 모나스트렐의 특성 모나스트렐은 아주 늦게 익는 만생종 포도로 바다와 가까운 곳에서 잘 자랍니다. 유럽에선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재배하죠. 중간 크기의 포도알은 푸른 빛이 도는 검정색(blue-black)을 띠며 껍질이 두꺼워서 탄닌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색이 진하고 맛이 강한 레드 와인을 생산할 수 있지만, 때때로 로제 와인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모나..

[스페인] 그르나슈/가르나차 - 재능은 뛰어나지만 혼자선 힘들어요. (재업)

프랑스에선 그르나슈(Grenache), 스페인에선 가르나차(Garnacha)라고 부르는 포도로 프랑스의 남부 론(Southern Rhone)과 남부 프랑스(Sud de France), 스페인의 아라곤(Aragon)과 리오하(Rioja)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널리 재배합니다. 호주와 미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같은 신세계 와인 생산국에서도 많이 재배하죠.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 시라/쉬라즈(Syrah/Shiraz), 피노 누아(Pinot Noir) 같이 단일 품종 와인으로 만드는 일이 거의 없고, 주로 다른 포도와 섞어서 블렌딩 와인으로 만들다 보니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다른 국제 품종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포도입니다. 1. 그르나슈/가르나..

[크로아티아] 진판델/프리미티보 -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포도 (재업)

원래 동유럽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포도로 자리 잡은 진판델(Zinfandel)은 가장 미국적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품종입니다. 짙은 색깔, 묵직한 느낌, 풍부하고 부드러운 탄닌, 강렬하고 달콤한 과일 향이 진판델 와인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이죠. 때론 너무 달콤한 향을 풍기고, 다른 레드 와인보다 달아서 드라이한 맛을 찾는 분은 꺼리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매력적인 포도임은 틀림없습니다. 1. 진판델의 특성 진판델의 특성 중 하나는 포도 한 송이에 달린 포도알의 익는 속도가 각기 다르다는 겁니다. 그래서 포도가 완전히 익을 때면 몇몇 포도알은 건포도처럼 쪼글쪼글 말라 있죠. 포도 한 송이당 10~15% 정도의 포도알이 건포도처럼 되는 것은..

[그리스] 모던한 맛과 향을 가진 훌륭한 파티용 와인 - Boutari Nemea 2021

1. 아기오르기티코 포도 아기오르기티코(Agiorgitiko)는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서쪽에 있는 펠로폰네소스(Peloponnese) 반도의 초입에 있는 PDO 네메아(Nemea)의 대표적인 포도입니다. 네메아에서는 아기오르기티코로 레드 와인뿐만 아니라 로제 와인과 스위트 와인도 생산합니다. 네메아에서는 아기오르기티코를 “헤라클레스의 피”라고 부릅니다. 헤라클레스가 12 과업 중 첫 번째 과업인 네메아의 사자 사냥을 끝낸 후 네메아 와인으로 목을 축였고, 그 와인은 아기오르기 포도로 만들었다는 전설 때문이죠. 그러나 1460년경에 네메아에서 가장 큰 포도밭의 소유주였던 성 조지 수도원(St. George monastery)에서 이름을 딴 아기오스 조르지오(Agios Georgios, 일명 St. Geor..

[프랑스] 슈냉 블랑 - 과일 향기 넘쳐나는 발랄한 소녀 (재업)

루아르의 피노(Pineau de la Loire)라고도 불리는 슈냉 블랑(Chenin Blanc)은 독특한 향을 풍기는 포도입니다. 쇠같이 단단하고 따끔거릴 정도로 강한 신맛과 함께 진한 벌꿀과 각종 과일 향을 풍기는 한편, 미네랄과 지푸라기 냄새가 나올 때도 있죠. 슈냉 블랑은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재배한 포도입니다. 프랑스 루아르강 중부의 석회질이 많은 응회암질 토양이 깔린 앙주(Anjou)와 투렌(Touraine) 지방에서 4세기경부터 키우기 시작해서 9세기 이후 전성기를 누려 왔죠. 샤르도네(Chardonnay)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에 이어 쎄미용(Sémillon)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청포도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1. 슈냉 블랑의 특성 다수확 품종으로 아무 데서나..

[프랑스] 쎄미용 - 매혹적인 스위트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숨어있는 강자 (재업)

포도 품종을 공부할 때 빠지진 않지만, 와인 라벨에서 품종명을 보기 힘든 포도가 쎄미용(Sémillon)입니다. 대부분 다른 포도와 섞어서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쎄미용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함께 보르도 화이트 와인의 바탕을 이루며,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 소테른(Sauternes)을 만들 때 꼭 들어가는 유명한 포도입니다. 1. 쎄미용의 특성 1) 부족한 산도 국제 품종으로 부르는 양조용 포도를 언급할 때 보통 레드 와인용 포도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 시라/쉬라즈(Syrah/Shiraz), 피노 누아(Pinot Noir)를 들고, 화이트 와인용 포도는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 리슬링(Riesl..

[스페인] 뗌프라니요 - 스페인의 사역마. 그 자체로도 훌륭한 품종 (재업)

스페인의 대표 포도인 뗌프라니요(Tempranillo)는 스페인 전역에서 다양한 맛과 향의 와인으로 생산됩니다. 스페인에선 최고급 와인이든 값싼 와인이든 가리지 않고 뗌프라니요로 와인을 양조하고, 포르투갈에선 주정 강화 와인인 포트(Port)를 만들 때도 사용합니다. 스페인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정치사회적으로 혼란하여 내전까지 일어났습니다. 와인 산업은 어지러운 국내 정세 속에서 다른 와인 생산국보다 뒤쳐지고 말았죠. 그러다 보니 스페인 와인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뗌프라니요도 덩달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죠. 20세기 후반부터 스페인 와인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뗌프라니요와 뗌프라니요 와인에 대한 소비자와 와인 평론가의 평가도 날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1. 뗌프라니요의 특성 1) 이름의 ..

[프랑스] 카르미네르 - 진한 선홍색으로 신대륙에서 부활한 품종 (재업)

오늘날 칠레를 대표하는 품종이 된 카르미네르(Carmenère)의 어원은 진홍색(Crimson)을 뜻하는 프랑스어인 카민(Carmin)입니다. 가을에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포도 잎사귀뿐만 아니라 카르미네르 와인의 빛이 진하고 선명한 진홍색을 띠기 때문에 카민이 어원이 된 것이죠. 1. 카르미네르의 특성 와인 생산국의 대표적인 양조용 포도로 아르헨티나에 말벡이 있다면 칠레에는 카르미네르가 있습니다. 국내에선 카르미네르란 품종명이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메를로(Merlot)보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인지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이 포도가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재발견된 지 25년 정도밖에 안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카르미네르는 까베르네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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