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이너리

[프랑스] 부르고뉴의 철학과 기술이 배인 샴페인 하우스 - Domaine Pierre Gerbais

까브드맹 2024. 9. 26. 06:27

목차
1. 개요
2. 포도 재배와 샴페인 양조
3. 도멘의 역사와 와인 철학
4. 생산 와인 리스트
    1) 샴페인
    2) 일반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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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도멘 피에르 제르베(Domaine Pierre Gerbais)는 세느(Seine) 강이 흐르는 셀 쉬르 우르스(Celles sur Ource) 지역의 떼루아에서 우아한 샴페인(Champagne)을 만들고 있는 RM 생산자입니다. RM(Recoltant Manipulant)은 다른 포도원의 포도나 베이스 와인으로 샴페인을 만들지 않고, 생산자가 자기 포도밭에서 직접 기른 포도로 만드는 샴페인으로 대부분 생산량이 적고 품질은 높습니다.

도멘 피에르 제르베는 샹파뉴의 오브(Aube) 주에서 4대째 샴페인을 생산해 오고 있습니다. 현재 어린 나이에 비해 놀라울 만큼 자신감 넘치면서도 조용하고 겸손한 오렐리앙 제르베(Aurélien Gerbais)가 도멘을 이끌고 있죠. 제르베 가문은 오래된 포도나무, 유기농으로 관리되는 포도밭, 환경에 대한 지성과 존중, 와인에 대한 열정과 훈련,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오브 지역 샴페인의 선구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 포도 재배와 샴페인 양조

도멘 피에르 제르베의 포도밭과 셀러는 모두 셀 쉬르 우르스 마을에 있습니다. 포도밭 면적은 18헥타르로 샤르도네(Chardonnay) 10헥타르, 피노 누아(Pinot Noir) 4헥타르, 피노 블랑(Pinot Blanc) 4헥타르를 재배합니다.

셀 쉬르 우르스는 세느, 아르세(Arce), 라뉴(Laigne), 우르스(Ource) 강이 만드는 네 개의 계곡이 합류하는 곳입니다. 동에서 서로 흐르며 강의 양쪽에 모두 포도밭이 조성되어 있죠. 현지인들은 남향인 북쪽 강둑을 "좋은 쪽"이라는 뜻의 ‘앙드루아(endroit)’라고 부르고, 북향인 남쪽 강둑을 "나쁜 쪽"이라는 의미로 ‘앙베르(envers)’라고 부르죠.

셀 쉬르 우르스의 토양은 북부 샹파뉴 보다 부르고뉴(Bourgogne)와 더 비슷합니다. 키메리지앵(Kimmeridgien, Kimmerridgian Clay) 토양과 꼬뜨 도르(Côte d'Or)와 유사한 점토와 석회암 지대가 있죠. 제임스 E. 윌슨(James E. Wilson)은 자신의 저서 《떼루아(Terroir)》에서 오브 지역을 "키메리지앵 지층의 창립 멤버"라고 언급했을 정도입니다.

도멘 피에르 제르베는 1996년에 유기농을 연구하고 장려하는 앙펠로스(Ampelos) 협회의 인증을 받았고, 지속 가능한 농법과 포도원 전반에 걸친 생태계를 보전하고 환경(토양, 물, 생물 다양성 등)에 대한 압력을 제한해 주는 '높은 환경 가치(Haute Valeur Environmentale, HVE)'를 도입했습니다. 이 방식은 기계로 토양 작업을 하지만, 포도 수확량을 제한하고 화학 제품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포도 수확은 손으로 하죠.

도멘 피에르 제르베는 손으로 수확한 포도를 정선 선반에서 분류합니다. 분류 작업을 통해 상태 좋은 포도만 골라서 알코올 발효하며, 이때 아황산염(SO2)은 넣지 않습니다. 발효 탱크에서 1차 발효와 젖산 발효를 끝낸 와인은 배양된 유기농 효모와 함께 병에 담겨서 2차 발효됩니다. 2차 발효와 숙성 기간은 30~36개월 정도죠. 시장에 내놓기 6개월 전에 데고르쥬망(Degorgement) 작업으로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고 코르크로 막아줍니다. 최종 단계에서만 25~30mg/ℓ의 아황산염을 사용합니다.

 

3. 도멘의 역사와 와인 철학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샴페인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오브 주엔 포도밭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포도 농사로 오브 주민의 생활은 넉넉해졌지만, 일부는 허영에 빠져 낭비를 하기도 했죠. 그러나 오렐리앙의 할아버지인 피에르 제르베는 셀 쉬르 우르스의 떼루아에 매료되어 포도밭을 계속 구매했습니다. 그래서 제르베 가문은 18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에 도멘 피에르 제르베는 유기농으로 전환했습니다. 유기농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농약과 관련된 사고 때문이었죠. 오렐리앙의 할머니는 스탈린주의자처럼 쉬지 않고 일하는 근면한 습관을 지닌 분이셨습니다. 그녀는 포도나무의 잎을 세우는 작업을 할 때 시간 절약을 위해 앞치마에서 끈을 두 개씩 꺼내 하나는 입에 물고, 다른 하나로 포도잎을 고정했습니다. 그녀가 손으로 포도나무 가지와 와이어를 만질 때마다 잔여 농약이 손에 묻었고, 입에 문 끈을 통해 농약이 조금씩 그녀의 몸으로 들어갔습니다. 결국 그녀는 건강을 크게 해치게 되었죠. 이 사고 후에 도멘은 즉시 유기농 관리로 전환했습니다.

도멘 피에르 제르베가 받은 앙펠로스 인증은 빌마르트(Vilmart)의 로랑 샹(Laurent Champs)을 포함한 일부 샴페인 재배자들이 선호하는 인증입니다. 앙펠로스는 유기농이지만 한 가지 예외 조항이 있습니다. 포도 수확을 망칠 만큼 병충해 피해가 클 때 1년에 단 한 번만 화학 제품을 사용할 수 있죠. 따라서 앙펠로스는 유기농이라기보다 예외 조항을 쓰지 않는 한 엄격히 규정된 합리적 관리 방식인 ‘뤼트 레조네(lutte raisonnée, 합리적인 해결책)’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르베 가문은 이 예외 조항을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오렐리앙은 도멘의 저장고에 있는 와인에 대해 "절반은 전통적인 와인이지만 때때로 지나친 양의 아황산염이 두통을 일으키고, 나머지 절반은 내추럴 와인이지만 그중에서 여섯 병을 열어야 두 병 정도가 괜찮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오렐리앙은 내추럴 와인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와인 양조에선 전통적인 부르고뉴 스타일을 추구합니다.

오브 지역은 떼루아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샹파뉴보다 부르고뉴와 밀접합니다. 랭스(Reims)와 본(Beaune)의 중간에 있는 오브는 지리적으로 부르고뉴와 가깝고, 샹파뉴에선 늘 북부와 남부 사이에 경쟁이 있었죠. 오브의 많은 샴페인 생산자가 부르고뉴에서 와인을 배우길 원하고, 부르고뉴의 와인 철학을 갖고 돌아옵니다. 그들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보다 오크통에서 와인을 양조하고 싶어 하며, 화학 물질을 더 적게 사용하려 합니다.

오렐리앙도 자신을 샹파뉴 사람보다 부르고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가까운 부르고뉴의 와인 생산자로 그로(Gros), 그리보(Grivot), 라쇼(Lachaux)와 같은 유명한 와인 생산자가 있으며, 그의 정신적 스승은 올리비에 라미(Olivier Lamy)이죠. 올리비에 라미가 오렐리앙의 기술적인 멘토였을 뿐만 아니라 순수와 정밀을 추구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것은 도멘 피에르 제르베의 와인들을 맛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이처럼 오렐리앙은 전통적인 부르고뉴 스타일을 추구하며 장식보다 기초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샴페인 생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1년에 도멘 피에르 제르베는 몇 가지 혁신을 이뤘습니다.

• 예전에는 여러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섞어 만든 단일 품종의 뀌베(cuvées, 포도 160kg을 압착할 때 먼저 나오는 80ℓ의 고급 포도즙)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단일 포도밭의 포도에서 나온 뀌베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각 샴페인의 라벨에는 해당 포도밭의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습니다.

• 양조 및 숙성 과정에선 아황산염을 쓰지 않고, 마지막 단계에서 샴페인을 병에 담을 때 약간(25~30mg/ℓ)만 넣기로 했습니다. 오렐리앙은 10년의 연구과 경험 끝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 2011년부터 리저브 샴페인을 위해 각 포도밭의 와인을 따로따로 탱크에 보관하는 지속적인 솔레라 시스템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각 단일 포도밭의 뀌베가 재배지의 진정한 특성을 드러내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그랭 드 셀(Grains de Celles) 뀌베는 이제 단일 빈티지로 만들어지며, 단일 포도밭 와인은 멀티 빈티지(새 빈티지 50%, 리저브 빈티지 50%)로 구성됩니다.

 

4. 생산 와인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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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샴페인

① 그랭 드 셀 엑스트라 브뤼(Grains De Celles Extra Brut)

피노 누아 50%, 샤르도네 25%, 피노 블랑 25%를 사용한 도멘의 대표 샴페인입니다.

② 그랭 드 셀 로제 엑스트라 브뤼(Grains De Celles Rosé Extra Brut)

피노 누아 55%, 샤르도네 22.5%, 피노 블랑 22.5%를 사용한 로제 샴페인입니다.

③ 샹 비올레(Champ Viole)

샤르도네 100%로 만드는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 샴페인입니다.

④ 라 로즈(La Loge)

수령 80년 이상의 피노 블랑(Pinot Blanc) 포도로 만드는 블랑 드 블랑 샴페인입니다.

⑤ 보쇼(Bochot)

피노 뮈니에(Pinot Meunier) 100%로 만드는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 샴페인입니다.

⑥ 레 그랑드 꼬트(Les Grandes Côtes)

피노 누아 100%로 만드는 블랑 드 누아 샴페인입니다.

⑦ 보르가르 로제 드 세니에(Beauregard – Rosé de Saignée)

피노 누아를 사용하여 세니에 방식으로 만든 로제 샴페인입니다.

⑧ 엔 - 익스페리멘탈 뀌베(N° – Experimental Cuvée)

매년 품종 혼합 비율과 포도밭, 양조 방식이 전부 다를 수 있는 실험적인 샴페인입니다. 빈티지는 cuvée N°으로 표시됩니다. N°17, N°18, N°19가 있습니다.

2) 일반 와인

① 꼬또 상파누아즈 블랑(Coteaux Champenois Blanc)

매년 품종이 바뀔 수 있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줄기가 달린 포도 2/3와 줄기를 제거한 포도 1/3로 양조하며 알코올 발효와 젖산 발효 후 탱크에서 10개월가량 숙성됩니다.

② 꼬또 상파누아즈 루즈(Coteaux Champenois Rouge)

피노 누아로 만드는 레드 와인입니다. 양조에 사용하는 포도의 절반은 줄기를 제거하지 않습니다. 발효하고 숙성하는 동안 아황산염을 넣지 않으며 탱크에서 10개월가량 숙성됩니다.

 

<참고 자료>

1. 베키와서맨닷컴 피에르 제르베 항목

2.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