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토(Dolcetto)는 이탈리아 북서부의 피에몬테(Piemonte)주에서 대중적인 레드 와인 양조에 사용하는 포도입니다. 이탈리아어로 돌체(dolce)는 '달콤한', 돌체토는 '작고 달콤한 것'이라는 뜻이지만, 품종 이름이 포도의 당도에서 비롯된 것이 확실한지 알 수 있는 근거 자료는 없습니다. 그래서 돌체토를 재배하던 언덕 이름에서 포도 이름이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죠.
1. 돌체토의 특성
1) 포도의 특성
피에몬테주의 토착 포도인 돌체토는 피에몬테주 밖에선 재배지가 드뭅니다. 그렇지만 특정 지역의 떼루아를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는 품종이죠. 적당히 활력적인 포도로 바르베라(Barbera)보다 더 서늘하고 높은 곳에서 자라며, 겨울과 봄의 서리에도 강합니다. 수확이 불규칙할 수 있는 비옥한 땅에서도 일반적인 수확을 할 수 있지만, 수확 전에 가을비가 내리면 무르익은 열매가 떨어지곤 합니다. 식물 조직의 녹색이 엷어지거나 노랗게 변하거나 표백되는 황백화(黃白化, chlorosis)에 민감한 것도 단점입니다.
2) 와인의 특성
이름의 뜻과 달리 돌체토 와인은 달지 않고 드라이합니다. 돌체토 와인은 두드러지는 난꽃 향과 블랙체리 같은 검은 과일 풍미가 특징이며, 탄닌은 넉넉한 편이고 때때로 거친 것도 있습니다. 산도는 중간 정도이며 바디는 가벼운 음식을 압도할 만큼 무겁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음식에 아주 친화적이죠. 대개 시장에 나온 후 3~5년 사이에 마셔야 와인의 제맛과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돌체토의 역사
한 학설에 따르면 돌체토는 프랑스에서 기원하여 11세기에 피에몬테주의 몬페라토(Monferrato)에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대립하는 학설에선 이 포도가 피에몬테주의 돌리아니(Dogliani) 마을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죠. 1593년 돌리아니 자치구의 법령을 보면 성 매튜의 날(Saint Matthew's Day) 이전에는 도제띠(dozzetti) 포도 수확을 금지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물론 이례적으로 허가하는 때도 있긴 했죠. 학자들은 여기에 나온 도제띠 포도가 이 지역 사투리로 여전히 두제(duzet), 또는 두세(duset)로 부르는 돌체토가 아닌가 하고 추측합니다.
1633년의 문서에는 피에몬테주의 발렌자(Valenza) 지방에 있는 아르보레오(Arboreo) 가문의 셀러에 들어간 돌체토 와인의 존재에 대해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1700년에 백부장 바르나바(Barnaba)는 영국의 앤 여왕(Queen Anne)에게 돌체토 와인을 선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포도인 샤투스(Chatus)와 함께 돌체토는 발렌티노 네로(Valentino nero), 파수스(Passus), 산 마르티노(San Martino)를 포함한 여러 피에몬테 지역 포도의 부모 품종입니다.
3. 돌체토 와인 생산지
1) 피에몬테주
돌체토는 대부분 피에몬테주에서 재배합니다. 그곳의 수많은 와이너리에선 네비올로(Nebbiolo)나 바르베라 와인이 숙성하기 전에 와이너리 운영 비용을 벌려고 조금 입지가 안 좋은 포도밭에 재배한 돌체토로 짧게 숙성한 와인을 만들어서 판매하죠.
피에몬테주에서 돌체토 100% 와인을 생산하는 DOC로는 2005년 DOCG로 승격한 돌리아니(Dolcetto di Dogliani)와 돌체토 다퀴(Dolcetto d'Acqui), 돌체토 달바(Dolcetto d'Alba), 돌체토 다스티(Dolcetto d'Asti), 돌체토 디 디아노 달바(Dolcetto di Diano d'Alba) 등이 있습니다. 돌체토 100%로 만드는 이탈리아 와인은 11.5% 이상의 알코올이 들어 있어야 하고, 수페리오레(Superiore)라면 12.5% 이상의 알코올을 포함해야 합니다.
돌체토 오바다(Dolcetto d'Ovada) DOC에선 돌체토를 97% 이상 사용해야 하며, 콜리 토르토네시(Colli Tortonesi) DOC와 몬페라토(Monferrato) DOC, 피네로네제(Pinerolese) DOC에서는 최소 85% 이상 사용해야 하죠. 발수사(Valsusa) DOC와 골포 델 티굴리오-포르토피노(Golfo del Tigullio–Portofino) DOC에선 규정상 돌체토를 60% 이상 넣어서 와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피에몬테주에서 돌체토 와인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알바와 오바다 지방이지만, 돌체토 와인과 관련이 깊은 곳은 쿠네오(Cuneo) 지방의 돌리아니와 디아노 달바입니다.
2) 이탈리아 기타 지역
피에몬테주 남쪽의 리구리아(Liguria)주에선 돌체토를 오르메아스코(Ormeasco)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롬바르디아주의 올트레포 파베세(Oltrepò Pavese)에선 네비올로(Nebbiolo), 혹은 니비에우(Nibièu)라고 부릅니다.
리구리아주의 오르메아스코 디 포르나시오(Ormeasco di Pornassio) DOC에서는 레드 와인에 돌체토인 오르메아스코를 95% 이상 사용해야 합니다.
움브리아(Umbria)주의 라고 디 코르바라(Lago di Corbara) DOC와 로쏘 오르비에타노(Rosso Orvietano) DOC에서도 돌체토 포도를 재배하지만, 보조 품종의 역할만 할 뿐입니다.
3) 기타 국가
이탈리아 이외의 지역에서 돌체토는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프랑스의 사부아(Savoie)에서는 두세 누아르(Douce Noire), 캘리포니아에서는 차르보노(Charbono)라고 부르죠. 그러나 U.C. 데이비스(Davis) 대학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두세 누아르와 차르보노는 사실 돌체토가 아닐 뿐만 아니라 두 포도 역시 서로 다른 품종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사실에도 사부아와 캘리포니아의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돌체토를 두세 누아르와 차르보노라고 부릅니다.
캘리포니아의 돌체토는 이탈리아계 이민이 처음 소개했고, 점차 재배지가 확대되어 오늘날에는 로디(Lodi) AVA, 멘도치노(Mendocino) AVA, 러시안 리버 밸리(Russian River Valley) AVA, 나파 밸리(Napa Valley) AVA, 산타 크루즈 마운틴스(Santa Cruz Mountains) AVA, 산타 리타 힐즈(Sta. Rita Hills) AVA, 샌타바버라 카운티(Santa Barbara County)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한 오리건(Oregon)주의 움프쿠아 밸리(Umpqua Valley) AVA와 남부 오리건(Southern Oregon) AVA, 뉴 멕시코(New Mexico)와 펜실베니아에서도 일부 재배합니다.
호주에서 자라는 돌체토는 굉장히 오래된 고목으로 그중에는 1860년대에 심은 것도 있습니다.
4. 돌체토 와인의 맛과 향
돌체토 와인은 서양자두(black plum), 블랙 체리,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 향과 감초, 코코아, 후추, 제비꽃 등의 향을 풍깁니다. 포도의 탄닌이 아몬드 같은 독특하고 씁쓸한 뒷맛이 나게 해주죠. 진한 보라색 껍질은 안토시아닌이 많아서 어두운 색조의 와인을 만들 때 껍질과 씨에서 색소와 탄닌을 뽑아내는 침용(沈溶, maceration) 과정을 짧게 해도 됩니다. 침용 시간에 따라 와인의 탄닌양이 결정되기에 대부분의 와인 생산자는 가능한 한 침용을 짧게 하려고 합니다.
5. 돌체토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돌체토는 주로 가볍고 편한 스타일로 와인을 만듭니다. 그래서 파스타나 피자와 함께 마시면 아주 좋죠. 구운 토마토, 가지, 마늘을 곁들인 소고기, 양고기, 채소 요리도 잘 어울립니다. 그 밖에 살라미, 안초비(anchovy)를 넣은 음식, 카프레제 샐러드(Caprese salad), 프리타타(Frittata), 치오피노(Cioppino, 생선 스튜) 등도 맞습니다.
마시는 온도는 15~20℃가 적당하고 30분가량 디캔팅 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