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포도 품종

[남아프리카 공화국] 피노타주 -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탄생한 특산 포도 (재업)

까브드맹 2023. 12. 27. 19:00

피노타주 포도와 잎의 모양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대표하는 흑포도인 피노타주(Pinotage)는 1925년에 스틸렌보쉬 대학(Stellenbosch University) 포도 재배학과의 에이브러햄 아이작 페롤드(Abraham Izak Perold) 교수가 만든 신품종입니다. 더운 지역에서 잘 자라고 수확량도 많은 쌩쏘(Cinsaut)와 재배하기 까다로워도 훌륭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피노 누아(Pinot Noir)의 특성을 결합하려고 두 품종을 이종교배(Crossings) 해서 만든 것이죠.

1. 피노타주의 특성

1) 포도의 특성

피노타주란 품종명은 이종교배한 두 포도의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선 쌩쏘를 에르미타주(Hermitage)라고 불렀기 때문에 피노타주(Pinot + tage)가 된 것이죠. 요즘에 만들었다면 피노쏘(Pinotsaut)나 쌩누아(Cinnoir)란 이름이 붙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피노타주는 쌩쏘처럼 활력 있고 잘 자라며, 당도가 높고 일찍 익는 조생종 포도입니다. 재배 방식은 시렁을 설치해서 덩굴이 타고 올라가도록 하거나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포도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 위쪽에 덩굴과 잎이 무성하게 자라도록 하는 부시 바인(bush vines) 형태를 사용하죠. 오래된 피노타주 나무는 대개 부시 바인 형태로 포도의 농도가 진하고 와인에 더 깊이 있는 과일 풍미를 준다고 합니다.

수확은 헥타르당 12,000ℓ까지 할 수 있지만, 오래된 포도나무는 5,000ℓ 정도만 합니다. 농부들은 지역의 물 공급과 포도 품질에 따라 수확량을 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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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의 특성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선 활기차고 마시기 쉬운 것부터 정교하고 복합적인 것까지 다양하고 매력적인 피노타주 와인이 생산됩니다. 피노타주 와인은 색이 깊고 탄닌이 많으며 태운 나무(smoky)와 가시나무, 흙 풍미와 함께 각종 검붉은 과일과 바나나 같은 열대 과일 향을 풍기죠. 그러나 품질이 떨어지는 와인 중에선 타르와 아세톤 냄새가 올라오는 것도 있습니다.

포도 재배지의 기후가 따뜻할수록 피노타주 와인의 탄닌이 부드러워지고 바디는 풍성해지며 알코올 함량이 올라갑니다. 묵직하고 맛 좋은 피노타주 와인이 많이 생산되지만, 최근 여러 생산자가 부모 품종인 피노 누아 와인과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수확을 일찍 해서 포도의 당도를 낮추고 산도를 높이기 위해 포도송이 전체를 발효하는 등 더 가벼운 와인을 만들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피노타주 와인을 만들 때는 거친 탄닌과 이소아밀 아세테이트의 발생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휘발성 산미는 또 다른 잠재적인 결함으로 와인에서 라즈베리 식초 같은 맛이 나게 하죠. 1990년대 이후로 많은 와인 생산자가 휘발성 산미와 오크 숙성을 최소화하려고 저온에서 발효를 오래 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2. 피노타주의 역사

1) 개발과 발전

아이작 페롤드 교수의 사진

1925년 페롤드 교수는 웰게발렌 익스퍼리멘탈 농장(Welgevallen Experimental Farm)에 있는 공관(公館)의 정원에 이종교배로 얻은 새로운 포도 씨앗 4개를 심었지만, 그 사실을 곧 잊어버렸습니다. 2년 후 페롤드 교수는 남아프리카 와인 생산자의 협동조합인 KWV(Ko-operatiewe Wijnbouwers Vereniging van Zuid-Afrika)에서 일하려고 대학을 떠났고 관리 안 된 정원은 곧 수풀로 우거졌습니다.

무성해진 정원을 정리하려고 대학 측에선 청소 팀을 보냈고, 청소 팀의 일원인 찰리 니에하우스(Charlie Niehaus)는 정원에서 자라는 새로운 포도나무를 발견했죠. 식물에 관한 지식이 많았던 찰리는 그 나무가 새로운 포도 품종인 것을 알아봤고, 페롤드 교수의 후계자인 C.J 테론(Theron) 교수가 근무하는 엘센버그 농업 전문대(Elsenburg Agricultural College)로 나무를 보냈습니다.

나무를 받은 테론 교수는 1935년 리히터 99와 리히터 57이라고 이름 지은 두 개의 뿌리줄기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때 페롤드 교수는 여행을 다니며 예전의 동료들을 방문하고 있었죠. 페롤드 교수가 엘센버그 농업 전문대에 들렀을 때 테론은 그에게 새로운 포도 삽목을 보여줬고, 페롤드 교수는 그것이 자신이 개발했던 포도란 걸 알아챘습니다. 두 사람은 연구를 계속해서 번식을 위한 가장 좋은 삽목을 만든 다음 피노타주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1941년 엘센버그에서 최초의 피노타주 와인을 양조했고, 케이프타운에서 약 60km 떨어진 서 로리스 패스(Sir Lowry's Pass) 마을 근처의 머틀 그로브(Myrtle Grove)에서 상업적인 재배가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해에 폴 사우어(Paul Sauer)와 대니 로쏘우(Danie Rossouw)가 캐논캅 이스테이트(Kanonkop Estate)에 피노타주 나무를 심었죠. 캐논캅의 피노타주 와인은 뛰어난 품질과 25년 이상 숙성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큰 명성을 얻어서 캐논캅 이스테이트는 "케이프(Cape) 레드 와인 무리의 뛰어난 지도자"로 불리기까지 했습니다.

1959년 케이프 와인 쇼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벨뷰 와인 이스테이트(Bellevue wine estate)의 피노타주 와인이 제네럴 스머츠 트로피 위너(General Smuts Trophy Winner)를 수상하여 챔피언 와인으로 뽑히면서 피노타주 와인은 세계 와인 시장에서 시선을 끌었고, 이런 위업은 1961년에 캐논캅의 피노타주 와인에 의해 재현됩니다.

벨뷰 와인 이스테이트의 피노타주 와인은 1961년에 스틸렌보쉬 파머스 와이너리(Stellenbosch Farmer's Winery, SFW)가 란제락(Lanzerac)이란 상표로 판매했을 때 라벨에 'Pinotage'란 품종명을 표시한 최초의 와인이 되었습니다. 재배하기 쉬운 품종 특성과 와인의 초기 성공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선 1960년대에 피노타주가 대대적으로 재배되었습니다.

 

 

2) 피노타주 와인에 대한 비판

재배가 쉽고 와인 대회에서 좋은 성과도 거뒀지만, 피노타주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비판은 양조 과정에서 아이소아밀 아세테이트(Isoamyl acetate)가 발생해서 페인트 같은 단내가 난다는 것이죠. 1976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방문한 영국의 마스터 오브 와인 그룹은 피노타주 와인을 시음하고 "뜨겁고 끔찍하다."라거나 "녹슨 손톱"이라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1990년대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사라진 후 남아프리카 공화국 와인이 세계 와인 시장에 개방되었습니다. 그러나 와인 생산자들은 피노타주 대신 국제적으로 인기 높은 시라(Syrah)나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와인을 선호했죠. 영국의 와인 평론가 오크 클라크(Oz Clarke)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일부 와인 생산자가 피노타주를 꺼리는 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와인 시장이 유럽 와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지만 피노타주 와인은 신세계 와인이란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부르고뉴와 론 품종을 교배해서 탄생했지만, 피노타주는 프랑스 와인의 맛이 나지 않죠.

20세기 말에 피노타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어나면서 1997년쯤부터 피노타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다른 어떤 포도보다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뉴질랜드와 미국의 일부 생산자를 제외하면 피노타주는 다른 와인 생산지에서 중요한 품종이 되지 못하고 있죠.

 

 

3) 피노타주 와인의 르네상스

캐논캅의 피노타주 와인이 1987년 올해의 다이너스 클럽 와인(1987 Diner's Club Wine of the year)을 수상하면서 피노타주 와인은 부흥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와인 생산자가 오크 풍미보다 품종의 특성인 밝은 과일 향과 과즙이 풍부한 맛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포도에서 색소와 탄닌을 덜 추출하며 진정한 양조 솜씨를 선보였죠. 그 결과 2007년~2017년 사이에 피노타주 와인의 품질과 수요, 생산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20세기 말에 매년 300만ℓ 정도였던 피노타주 와인 생산량은 국내 판매만 500만ℓ 이상 늘어났고, 수출 물량도 1,900만ℓ로 증가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와인 생산자와 판매자 모두 피노타주를 받아들였고, 피노타주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1997년에 시작된 ABSA 탑 10 피노타주 어워즈(Absa Top 10 Pinotage Awards)와 피노타주 협회(Pinotage Association) 같은 조직도 피노타주 와인의 발전에 도움을 줬죠. 2017년 팀 앗킨(Tim Atkin)은 올해의 남아프리카 레드 와인에 비슬라르 와인스(Beeslaar Wines)의 피노타주 와인을 선정했고, 이는 고품질 피노타주 와인의 성장을 확인해 주는 사건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10종의 와인용 포도 중에 피노타주는 2007년~2017년 사이에 재배 면적이 늘어난 유일한 레드 와인용 품종입니다. 2017년에 남아프리카 와인 산업 정보 및 시스템(SA Wine Industry Information & Systems, SAWIS)은 피노타주 포도밭 면적이 총 6,979헥타르이며, 남아프리카 공화국 전체 와인용 포도밭 면적의 6.5%에서 7.4%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3. 피노타주 재배지

전 세계의 피노타주 와인 생산지 지도

1) 남아프리카 공화국

피노타주의 원산지답게 세계 최대의 피노타주 재배 국가입니다. 피노타주 포도밭은 전체 포도밭의 7.4% 정도이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 와인의 전통과 상징으로 여겨지며, 이른바 '케이프 블렌스(Cape blends)'의 필수 구성요소로 블렌딩 할 때 30~70%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피노타주 와인은 쉽게 마실 수 있는 데일리 와인부터 로제 와인과 장기 저장을 위한 오크 숙성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생산됩니다. 심지어 포트 와인(Port wine) 스타일의 강화 와인과 레드 스파클링 와인도 있죠. 툴바 밸리(Tulbagh valley)의 우드 컴퍼니 포스트(Oude Compagnie Post) 같은 일부 와이너리에선 화이트 피노타주 와인도 생산합니다.

피노타주는 양조자의 기술과 원하는 스타일을 잘 받아주는 품종입니다. 잘 만든 와인은 숙성 기간에 상관없이 깊은 색과 과일 풍미 가득한 맛과 향을 보여주는 잠재력을 가졌죠.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은 커피 향과 풍미가 가득한 피노타주 와인입니다.

 

 

2) 기타 국가

브라질, 캐나다, 독일, 이스라엘, 뉴질랜드, 스위스, 미국, 짐바브웨에서도 피노타주를 재배합니다. 뉴질랜드에는 38헥타르의 피노타주 포도밭이 있고, 미국에는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 미시간, 오리건, 버지니아주에서 재배합니다. 독일 와인 생산자들은 최근에 이 포도를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

4. 피노타주 와인의 향

피노타주 와인의 대표 향 중 하나인 블랙 체리

피노타주의 대표적인 향은 나무딸기와 블랙베리, 서양자두, 블랙체리, 무화과 같은 과일과 흙, 타르와 훈연 향(smoke)이며, 때때로 바나나와 열대 과일 향도 납니다. 그밖에 베이컨과 가죽, 해선장, 커피, 초콜릿, 담배, 감초, 루이보스 향을 풍기기도 합니다. 포도 품질이 안 좋으면 아세톤 냄새가 날 때도 있습니다.

5. 피노타주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피노타주 와인은 다양한 음식과 어울립니다. 양고기와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바비큐, 소꼬리 스튜, 오리구이와 버섯 리소토, 녹색 채소 구이, 토마토 소소를 사용한 페퍼로니 피자와 단단한 체더 치즈, 데리야키 소스를 사용한 닭고기 요리와 해선장을 사용한 중국 육류 요리, 향신료가 들어간 인도 요리 등은 피노타주 와인의 좋은 짝이 됩니다.

피노타주 와인을 마시기 좋은 온도는 15~20℃이며, 마시기 1시간 전에 디캔팅 하는 것이 좋습니다.피노타주 와인은 대부분 5~10년 동안 우아하게 숙성되지만,  고급 와인은 15년 이상 숙성하면서 발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