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토종 포도인 보발(Bobal)은 레드 와인 양조에 사용하는 유럽종 포도(Vitis Vinifera)로 발렌시아(Valencia)의 우띠엘-레께나(Utiel-Requena) 지역이 고향입니다. 보발 와인은 과일 향이 많고 탄닌이 부드러우며 산도가 높지만, 알코올은 11%~13.5% 정도로 낮은 편입니다. 로제 와인으로도 많이 생산합니다.
1. 보발의 특성
비스듬히 선 채로 자라는 보발은 성장이 활발한 여름철엔 길고 질긴 덩굴이 땅에 끌릴 만큼 뻗어 나가 작업하기 까다로울 정도로 활력적인 품종입니다. 하지만 길고 무성하게 자라는 덩굴이 만들어 주는 그늘은 뜨거운 여름에 나무 밑 흙의 수분이 증발하지 않도록 해주죠.
포도송이 형태는 불규칙한 원뿔꼴이며, 평균 크기는 중간 이상입니다. 포도알의 형태는 둥글고 크기는 중간 정도이죠. 껍질 색은 진하지만, 과육엔 색이 없습니다. 과즙이 풍부한 열매엔 기분 좋은 산미와 탄닌이 있고 상쾌하고 독특한 향을 풍깁니다.
색소와 탄닌이 많은 보발은 다른 포도와 섞거나 숙성하기에 적합하고,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의 평균 함유량도 다른 품종보다 높은 편입니다.
2. 보발의 역사
보발이란 이름은 황소의 형태를 뜻하는 라틴어인 "보발레(bovale)"에서 유래한 것으로 15세기에 자우메 로즈(Jaume Roig)가 쓴 "Espill o llibre de les dones"라는 기록에서 처음 언급됩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희귀한 청포도도 있지만, 유전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3. 보발 포도 재배지
1) 스페인
스페인 포도 산업에 관한 등록 자료인 레히스트로 비티꼴라 에스빠뇰(Registro Viticola Espanol)에 의하면 2004년 6월 31일 기준으로 보발 품종은 아이렌(Airen, 305,000ha, 27%)과 뗌프라니요(Tempranillo, 190,000ha, 17%)에 이어 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포도입니다. 총재배 면적은 90,000헥타르에 달하며 스페인 전체 포도 생산량 중 8%를 차지합니다.
주요 재배지는 우띠엘-레께나로 전체 포도 수확량의 약 90%가 보발이죠. 지중해에서 약 80km 떨어진 우띠엘-레께나는 해발 700m~900m의 고지대로 연간 강수량이 430mm 정도밖에 안 되는 매우 건조한 지역입니다. 지중해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뒤섞인 곳으로 겨울은 매우 길고 추우며, 늦서리가 4월~5월까지 내립니다. 또한 밤낮으로 일교차가 극심하죠. 하지만 보발은 국지성 기후에 잘 적응하고 극단적인 날씨와 질병에도 잘 버티는 품종이라서 우띠엘-레께나의 혹독한 기후에서도 매우 활기차게 자라고 수확량도 많습니다. 보발은 겨울눈을 늦게 틔워서 서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천천히 느리게 익어서 포도에 산미를 보존할 수 있죠.
보발은 발렌시아(Valencia)와 쿠엥카(Cuenca), 알바체떼(Albacete)의 포도 농업에서도 중요한 존재입니다. 스페인의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적지만 보발을 재배합니다. 재배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만추엘라(Manchuela) DOP
② 리베라 델 구아디아나(Ribera del Guadiana) DOP의 몇몇 포도원
③ 알리칸테(Alicante) DOP
④ 머시아(Murcia) VdlT(Vinos de la Tierra)
⑤ 캄포 데 보르하(Campo de Borja) DOP
⑥ 칼라따유드(Calatayud) DOP
⑦ 까리네냐(Cariñena) DOP
⑧ 발데하론(Valdejalón) VdlT
2) 기타 재배 지역
남부 프랑스의 로즈롱(Rosellón)과 이탈리아 사르데냐(Sardegna)섬에서도 소량 재배합니다.
4. 보발 와인의 향
보발 와인에선 블랙베리와 딸기, 산딸기, 석류, 레드커런트 같은 과일, 감초, 붉은 장미, 홍차, 코코아 같은 향이 나옵니다.
5. 보발과 어울리는 음식
과일 향을 풍기는 보발 와인은 과일소스를 사용한 음식과 잘 맞습니다. 오렌지나 석류 소스를 사용한 가금류 스테이크와 닭고기구이가 잘 어울리고 레몬 탕수육도 좋습니다. 그릴에 구운 채소와 훈제 고기, 바비큐도 좋은 안주가 됩니다. 치즈는 경성 치즈가 잘 맞습니다.
6. 보발의 다른 이름
보발도 뗌프라니요처럼 이름이 여러 가지입니다. 보발을 가리키는 이름으로는
까리냥 데스파네(Carignan d'Espagne), 라제노(Rajeno), 레께나(Requena), 레께네라(Requenera), 레께노(Requeno), 레께니(Requení), 발라우(Balau), 발라우로(Balauro), 발렌시아나(Valenciana), 발렌시아나 틴타(Valenciana Tinta), 베니카를로(Benicarlo), 보보스(Bobos), 에스파뇰(Espagnol), 코레아나(Coreana), 톤토 데 주라(Tonto de Zurra), 틴토 데 레께나(Tinto de Requena), 프로베촌(Provechón)
등이 있습니다. 코레아나라는 이름도 보이지만, 당연히 우리나라와 아무 상관 없는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