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종류

[종류] 바롤로(Barolo)

까브드맹 2018. 12. 22. 08:00

바롤로 와인 레이블 모음

1.  바롤로 개요

바롤로(Barolo)는 이탈리아 동북부에 있는 피에몬테(Piemonte)주의 바롤로 마을에서 네비올로(Nebbiolo) 포도로 만드는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종종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와인", "이탈리아 와인의 왕" 등으로 부르죠.

DOC 규정에는 포도밭이 산허리에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개정된 2010년 생산 규정에는 계곡 바닥과 습기 찬 평지,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은 곳, 완전히 북쪽을 향한 곳의 포도밭을 제외한 다른 밭에서도 바롤로 와인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바롤로 와인은 포도 수확부터 발효, 오크통 숙성과 병 숙성까지 적어도 38개월 이상 걸려야 합니다. 이때 오크통 숙성을 최소 18개월 이상 해야 하죠. 리제르바(Riserva) 등급은 적어도 60개월 이상 오크통과 병에서 숙성해야 합니다. 바롤로 와인은 오랜 세월 동안 숙성할 수 있는 놀라운 숙성 잠재력을 가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석류석이나 녹슨 쇠 같은 연한 붉은 색을 띱니다.

바롤로 와인은 농축된 맛과 향이 나며 탄닌과 산도, 알코올이 풍부합니다. 그래서 정점에 도달하려면 오랫동안 병에서 숙성해야 하죠. 제대로 숙성한 바롤로 와인은 장미와 제비꽃 같은 꽃향기, 산딸기와 체리 같은 과일 향, 버섯, 낙엽, 담배의 타르, 가죽 향 등등 다양한 향을 풍기며 훌륭한 복합성을 띱니다.

바롤로에는 수십 명의 뛰어나고 유명한 와인 생산자가 있고, 부르고뉴처럼 한 생산자가 포도 재배에서 와인 양조까지 모든 과정을 진행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젠시스 로빈슨은 "바롤로는 이탈리아 와인 중에서 가장 부르고뉴답다."라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바롤로 와인에 탄닌이 많았습니다. 적어도 3주 이상 발효 하면서 포도 껍질에서 많은 양의 탄닌을 추출했고, 커다란 나무통에서 여러 해 동안 숙성했죠. 그래서 맛있게 마실 만큼 탄닌이 부드러워지려면 빈티지로부터 10년 이상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바롤로를 "세상에서 가장 타협을 모르는 와인"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수십 년간 병에서 숙성한 후에야 바롤로의 진짜 매력인 공기처럼 가벼운 숙성 향(bouquet)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진짜" 바롤로에 대한 믿음과 지식이 있는 소수의 양조자는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바롤로 와인을 양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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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세계 와인 시장에서 더 잘 팔리도록 예전보다 과일 풍미가 더 많고 더 마시기 쉬운 바롤로 와인이 많아졌습니다. 몇몇 생산자는 발효 기간을 최대 10일 정도로 줄였고, 숙성도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225ℓ들이의 작은 오크통인 바리끄(barriques)에서 하죠.

어떤 바롤로 와인이 옳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전통주의자들은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롤로 와인이라 볼 수 없고, 와인보다 새 오크 맛이 더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전통주의 생산자와 현대주의 생산자의 논쟁을 "바롤로 전쟁(Barolo wars)"이라고 합니다. 2014년에 상영한 "바롤로 보이스. 혁신의 이야기(Barolo Boys. The Story of a Revolution)"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이 사건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죠.

2.  바롤로 생산지

바롤로 마을에서 만든다고 하지만, 실제 생산지는 더 넓습니다. 바롤로와 함께 아래의 마을들이 바롤로 DOCG에 포함되죠.

바롤로 생산지 지도
(바롤로 지역 지도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keyassets.timeincuk.net/inspirewp/live/wp-content/uploads/sites/34/2015/08/Barolo-Barbaresco.jpg)

① 까스틸리오네 팔레또(Castiglione Falletto)

② 세라룽가 달바(Serralunga d'Alba)

③ 라 모라(La Morra) : 일부

④ 께라스코(Cherasco) : 일부

⑤ 디아노 달바(Diano d'Alba) : 일부

⑥ 그린자네 카부르(Grinzane Cavour) : 일부

⑦ 몽포르테 달바(Monforte d'Alba) : 일부

⑧ 노벨로(Novello) : 일부

⑨ 로디(Roddi) : 일부

⑩ 베르두노(Verduno)  : 일부

 

 

1896년에 이탈리아 농림부 장관은 바롤로 생산지에 바롤로와 라 모라, 까스틸리오네 팔레또, 세라룽가 달바, 몽포르테 달바의 북쪽 절반 지역이 포함된다고 경계를 그었습니다. 1909년에 알바 농업 위원회(Agricultural Commission of Alba)는 그린자네 카부르 마을과 노벨로, 베르두노 마을 일부도 포함했죠. 1966년에 바롤로 DOC가 지정되었을 때, 께라스코와 디아노 달바, 로디 마을의 일부가 바롤로 지역에 들어갔고, 1980년에 바롤로 DOCG로 승격했을 때까지 바뀌지 않고 유지되었습니다.

타나로강(Tanaro river)과 지류인 탈로리아 델라눈치아타(Talloria dell'Annunziata)와 탈로리아 디 까스틸리오네(Talloria di Castiglione)가 바롤로를 가로질러 흐르면서 지역을 셋으로 나눕니다. 탈로리아 델라눈치아타강의 서쪽에 바롤로와 라 모라 마을이 있고, 탈로리아 디 까스틸리오네강의 동쪽에 바롤로 지역에서 가장 높은 세라룽가 달바 마을이 있습니다. 좁은 계곡으로 분리된 남쪽의 몽포르테 언덕에는 몽포르테 달바 마을이 있죠. 북쪽의 상류에는 두 개의 지류 사이로 V자 모양을 가진 지역이 있고, 여기에 까스틸리오네 팔레또 마을이 있습니다.

11개의 마을에서 생산한다고 하지만, 바롤로 와인의 87% 이상이 원래의 마을인 바롤로와 라 모라, 까스틸리오네 팔레또, 세라룽가 달바, 몽포르테 달바에서 나옵니다. 특히 까스틸리오네 팔레또는 바롤로의 "심장", 또는 비공식적인 "끌라시코(Classico)" 지역으로 여겨지죠. 가장 넓은 생산지인 라 모라 마을에선 바롤로 와인의 거의 1/3을 생산하며 다음 생산지인 세라룽가 달바보다 생산량이 2배가량 됩니다.

피에몬테주의 1990년대 후반 빈티지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와인 스펙테이터는 1996 빈티지에 98점, 1997 빈티지에 93점, 1998 빈티지에 91점, 1999 빈티지에 94점, 2000 빈티지에 93점을 줬죠. 뛰어난 바롤로 와인이 생산되면서 자연스레 가격이 올라갔고, 포도 재배지도 늘어났습니다. 1990년부터 2004년까지 네비올로 재배량은 47%나 증가했고, 재배 면적은 1,734헥타르에 다다랐죠. 1990년대 중반에 700만 병가량 되었던 와인 생산량도 2000년대 중반에 이르면 1,025만 병으로 늘어납니다. 현재 바롤로 와인 생산지의 면적은 바르바레스코 와인 생산지의 3배가량 되죠.

재배량이 늘면서 예전에는 기후가 서늘해서 바르베라(Barbera)나 돌체토(Dolcetto)를 심었던 포도밭조차 네비올로 포도밭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포도밭에서 자란 네비올로로 비싼 가격을 인정할 만큼 품질 좋은 바롤로 와인을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죠. 늘어난 생산량과 비싼 가격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와인 재고로 가격 조정 현상이 일어났던 198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거로 예측합니다.

 

 

3. 생산지의 기후와 토양

바롤로 지역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지역의 남서쪽 3㎞ 지점에 있습니다. 피에몬테 중앙과 남동쪽의 다른 지역처럼 바롤로 지역은 대륙성 기후 지대입니다. 바르바레스코 지역보다 고도가 약 50m 정도 높고 기후도 더 서늘하죠. 네비올로 포도가 늦게 익어서 보통 10월 초·중순에 수확하지만, 일부 생산자는 허용된 양조 기술을 실험하려고 9월 말에 수확하기도 합니다. 수확 시기에 가장 큰 골칫거리는 비와 이른 봄부터 성장기까지 포도를 괴롭히는 노균병(downy mildew)입니다. 랑게 언덕에 있는 바올로 지역의 포도밭은 서로 다른 중기후(中氣候)와 토양, 고도, 해를 향한 방향과 노출도를 가졌고, 이런 요소들은 네비올로 포도와 바롤로 와인에 뚜렷한 영향을 미칩니다.

지구 온난화는 천천히 익는 네비올로를 재배하는 바롤로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 여름 기온이 올라가고 가을 중순까지 이어지면 안개가 끼고 열매를 무르익도록 해서 포도 당도를 높여주고 탄닌 같은 페놀 화합물을 늘어나게 합니다. 실제로 2004년 이후 피에몬테 지역의 빈티지 점수는 매번 90점을 넘었죠. 그러나 지구온난화와 와인 생산의 긍정적인 영향을 연결 짓는 것은 아직은 경험적인 추측일 뿐입니다. 더 발전한 포도 관리와 양조 기술이 지난 20년간 바롤로 지역의 성공적인 빈티지에 도움을 줬을 거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바롤로의 토양 구조
(이미지 출처 : http://www.tenzingws.com/s/Barolo-Cru-Map.jpg)

바롤로 지역의 토양은 알바-바롤로(Alba-Barolo) 가도를 따라서 성격이 크게 두 개로 나뉩니다. 세라룽가 달바와 몽포르테 달바 마을의 흙은 약 13억 년 전인 세라바리안 시기(Serravalian epoch)에 형성된 사암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색이 밝고 벽돌색 기운이 있으며, 철과 인, 칼륨이 많으나 영양분은 적습니다. 여기에서 만든 바롤로 와인은 탄닌이 강하고 구조도 단단합니다. 절정기에 다다르려면 적어도 12~15년이 걸리죠. 하지만 오랜 숙성 후에 잉크처럼 진하고 깊은 색과 테두리의 선명한 오렌지빛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롤로와 라 모라 마을의 흙은 바르바레스코 지역과 비슷하며, 신생대 마이오세(Miocene) 토르토니아절(Tortonian period)에 형성된 촘촘하고 비옥한 석회 이회토(calcareous marl)로 되어있습니다. 모기향 재와 색이 비슷하고 입자가 매우 고우며 마그네슘과 망간이 풍부하죠. 겉흙이 매우 얇고 아래에는 찰진 진흙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온 바롤로 와인은 신선하고 우아하며 부드럽고, 향수 같은 향과 과일 향을 풍깁니다. 절정기는 상대적으로 빨라서 8~10년 정도면 다다릅니다.

까스틸리오네 팔레또 지역은 토양의 특성이 겹쳐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와인은 바롤로 마을 와인의 우아하고 향긋한 느낌과 세라룽가 달바 마을 와인의 강인한 구조가 함께 나타나죠. 또한, 바롤로 지역 전체에 알칼리 성분이 풍부한 진흙 퇴적물과 흙이 깔려 있어서 네비올로 포도는 자연적으로 높은 산도가 나타납니다.

 

 

4. 바롤로의 역사

최근까지 바롤로 와인은 19세기 중엽까지 달콤했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네비올로 포도가 10월 말에 익고 피에몬테 기온은 수확할 때까지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었죠. 11월과 12월의 피에몬테 기온은 양조 중인 와인이 많은 양의 당분을 남긴 채 발효를 멈출 만큼 춥습니다.

또 다른 잘 알려진 이야기는 19세기 중반에 그린자네 카부르 시장이었던 까밀로 벤소 카부르 백작(Camillo Benso, conte di Cavour)이 지역 내 와인 생산자들의 양조 기술을 발전시키려고 프랑스의 와인 학자인 루이 우다트(Louis Oudart)를 바롤로로 초청한 일입니다. 우다트는 양조장의 위생 상태를 향상하는 데 집중하고 네비올로 포도를 완전히 발효해서 현대적인 드라이 바롤로 와인을 최초로 만들었죠. 새로운 "dry" 레드 와인은 곧 사보이아 왕가(Casa Savoia)와 토리노(Torino)의 귀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바롤로 와인에 대한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는 유명한 수식어를 낳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바롤로가 예전엔 스위트 와인이었고, 프랑스 와인 학자가 드라이 와인으로 바꿨다는 이야기는 최근 와인 인슈지애스트(Wine Enthusiast)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와인 평론가이자 작가인 케린 오키프(Kerin O'Keefe)는 새로운 연구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바롤로 역사에 관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1835년에 출간된 와인 양조 교본인 <피에몬테에서 와인을 만들고 보존하는 최고의 방법에 관한 교육(Istruzione intorno al miglior metodo di fare e conservare i vini in Piemonte)>의 저자인 "파올로 프란체스코 스탈리에노(Paolo Francesco Staglieno)"가 현대적인 드라이 바롤로 와인의 책임자였다고 합니다. 까밀로 벤소 카부르 백작은 스탈리에노를 불러서 1836년~1841년 사이에 그린자네 포도원의 와인 학자 자리에 앉혔습니다. 스칼리에노의 임무는 숙성을 통해서 완성되고, 수출하기에 충분한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었죠.

와인 양조 교본 &lt;피에몬테에서 와인을 만들고 보존하는 최고의 방법에 관한 교육&gt;
(<피에몬테에서 와인을 만들고 보존하는 최고의 방법에 관한 교육(Istruzione intorno al miglior metodo di fare e conservare i vini in Piemonte)>)

스탈리에노는 드라이한 맛이 나도록 와인을 완전히 발효했고, 이것은 때때로 "스탈리에노 방법"으로 불렸습니다. 우다트는 포도와 와인 상인이었지 와인 학자는 아니며 1800년대 초반에 제노바로 가서 "메종 우다르 에 부르셰(Maison Oudard et Bruché)"라는 와이너리를 세웠다고 합니다. 우다르가 알바(Alba)에 나타났을 때 까를로 알베르토(King Carlo Alberto)왕과 카부르 백작은 이미 스칼리에노의 지침에 따라 드라이 와인을 만들고 있었다는 겁니다. 바롤로의 역사에 관한 새로운 연구는 다른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바롤로 지역의 와인 생산은 포도와 와인을 구매하는 대형 와인 상인(negociants)이 좌우했고, 그들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와인을 혼합했습니다. 1960년대에 개별 생산자들이 자기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직접 병에 담은 단일 포도밭 와인(single vineyard wine)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많은 단일 포도밭 와인이 나왔고, 생산자 사이에서 지역 내 포도밭을 위한 크뤼 등급(Cru classification) 체제를 개발할 필요성에 관한 논의도 일어났습니다.

바롤로 포도밭의 목록 작성은 19세기 후반의 로렌쪼 판티니(Lorenzo Fantini), 20세기 후반의 레나또 라띠(Renato Ratti)와 루이지 베로넬리(Luigi Veronelli)의 작업으로 이어지는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2009년 현재까지 공식적인 등급 체제는 없습니다. 대신 1980년에 지역 전체가 DOC에서 DOCG로 승격되었죠. 바르바레스코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와 함께 바롤로는 DOCG로 승격된 최초의 이탈리아 와인 생산지 중의 하나입니다.

 

 

5. 바롤로 전쟁 

전통적인 바롤로 와인은 요즘 마시는 많은 바롤로 와인과 맛과 향, 구조, 탄닌의 느낌이 사뭇 달라서 마시기 쉬운 와인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물론 어렵지만, 예전에는 그런 성향이 더욱더 강했죠.

예전에는 네비올로를 종종 조금 덜 익은 채로 수확했고, 단위 면적당 수확량도 더 많았습니다. 충분히 익지 않은 포도 안에는 거친 녹색 탄닌이 있었고, 색소를 최대한 뽑아내려면 포도 껍질과 씨에서 색소와 탄닌을 추출하는 침용 기간을 늘려야 했죠. 포도껍질과 씨에서 탄닌과 색소를 뽑아내는 침용 과정은 수 주일에 걸칠 때도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전통 생산자들은 20~30일 정도로 침용 기간을 길게 합니다. 발효가 끝나면 와인을 부드럽게 하려고 보티(Botti)라는 1,500~10,000ℓ 크기의 큰 오크통에서 몇 년 동안 숙성했죠.

길고 느린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탄닌의 억센 느낌은 디캔팅 했을 때처럼 부드러워지지만, 와인의 과일 풍미는 퇴색하고 산화했습니다. 과일 맛이 줄어들면 남아있는 거친 탄닌과 균형을 맞추기 어려우므로 와인엔 시들은 과일 풍미와 함께 수렴성이 강한 쓴맛이 남게 되죠. 그래서 아르네이스(Arneis)나 바르베라 같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첨가해서 색깔과 과일 맛, 부드러운 느낌 등을 보충해줬습니다. 아르네이스를 '하얀 바롤로'로 불렀던 것은 이런 까닭입니다.

바롤로 생산자의 레이블

1970년대와 80년대의 세계 와인 시장에선 과거보다 일찍 마실 수 있고 과일 풍미가 많으면서 탄닌의 힘은 덜한 와인이 인기를 끕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체레토(Ceretto)와 파올로 코르데로 디 몬테제모로(Paolo Cordero di Montezemolo), 엘리오 알따레(Elio Altare), 레나토 라띠(Renato Ratti) 같은 바롤로 생산자들이 앞장서서 침용과 알코올 발효 기간을 전통 방식보다 더 짧게 한 국제적인 스타일의 현대식 바롤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적인 바롤로 양조에서 침용 과정은 수 주일 동안 진행하지만, 현대적인 바롤로 와인은 며칠 정도로 아주 짧아졌습니다. 최대 8~10일 정도이죠. 짧아진 침용 과정을 보완하려고 발효조 아래쪽의 포도 주스를 주스 위로 떠 오른 포도 껍질과 포도씨에 끼얹어주는 특별한 발효조를 사용해서 색소를 최대한 뽑아내고 거친 탄닌은 빠져나오지 않도록 합니다. 또한, 발효 온도를 28~30℃ 사이로 낮게 해서 과일 향과 풍미가 와인에서 충분히 나타나도록 하죠.

현대적인 바롤로 생산자들은 발효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네비올로의 거친 산미를 부드럽게 해주는 젖산 발효를 촉진하려고 양조장 온도를 올려줍니다. 탄닌의 수렴성을 부드럽게 하려고 보티 대신 225ℓ 크기의 바리끄(Barrique)처럼 작은 오크통을 사용하며, 숙성 기간도 전통 방식보다 짧게 하죠. 이런 방법은 와인에 오크의 바닐라 풍미를 추가해주지만, 새 오크통을 많이 쓰면 네비올로 특유의 장미 향을 덮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포도 재배법의 발달은 현대와 전통 생산자 사이의 차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진 잎 그늘 관리 기술(canopy management)과 수확량 조절은 껍질의 탄닌이 잘 익은 포도를 더 빨리 수확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2015년에는 바롤로의 전통주의 생산자와 현대주의 생산자 모두 엄격한 위생 관리와 함께 온도 조절이 되는 발효조 같은 현대적인 와인 양조 시설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와인 생산자들이 전통이든 현대든 어느 한쪽에서 강경하게 버티기보다 전통 양조법과 최첨단 기술을 함께 쓰는 중간자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현대식 바롤로의 대표 주자인 피오 체사레 역시 양조에서 보티와 바리끄를 모두 사용하죠.

 

 

6. 바롤로 크뤼(Barolo Crus)

19세기 후반부터 바롤로 지역에선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을 구별하려고 했습니다. 높은 명성과 비싼 가격을 가진 부르고뉴 그랑 크뤼 와인의 영향으로 바롤로의 와인 생산자들도 자신들의 포도원을 개별 포도밭으로 나누고 와인에 포도밭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죠. 일부 생산자들이 단일 포도밭 와인을 만들어서 높은 가격을 붙이는 관행은 특정 포도밭의 와인 가격이 타당한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널리 퍼졌습니다.

유명한 와인 평론가 루이지 베로넬리(Luigi Veronelli)는 와인 품질에 따라 바롤로의 포도밭에 등급을 매겨야 한다는 여론을 주도했습니다. 와인 생산자인 레나토 라띠(Renato Ratti)는 바롤로 지역의 토양과 지리, 와인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후에 와인의 품질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개별적인 지역도를 그렸죠. 이른바 "라띠 지도(Ratti map)"는 오늘날에도 생산자와 와인 상인들이 널리 사용합니다.

바롤로 지역에 공식적인 크뤼 포도밭은 없지만, 구전과 와인 상인들이 내는 높은 가격은 일부 포도밭을 "크뤼" 단계로 만들었습니다. 바롤로 마을의 깐누비(Cannubi)와 사르마싸(Sarmassa)는 라 모라 마을과 공유하는 브루나테(Brunate) 포도밭과 함께 그뤼 등급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라 모라 마을의 체레퀴오(Cerequio)와 로께(Rocche) 포도밭도 높은 평가를 받죠.

 

 

아래는 각 마을에서 크뤼 등급으로 인정받는 밭의 목록입니다.

1) 바롤로

브리꼬 비올레(Bricco Viole), 브루나떼, 깐누비, 깐누비 보스키스(Cannubi Boschis), 루(Rue), 산 로렌초(San Lorenzo), 사르마싸, 비아 누오바(Via Nuova)

2) 까스틸리오네 팔레또

브리꼬 로께(Bricco Rocche), 피아스크(Fiasc), 마리온디노(Mariondino), 몽프리바토(Monprivato), 빠루씨 또는 빠루쏘(Parussi or Parusso), 삐라(Pira), 리베라(Rivera), 빌레로(Villero)

3) 라 모라

아르보리나(Arborina), 브루나떼, 체레퀴오, 가떼라(Gattera), 지아키니(Giachini), 마르체나스코(Marcenasco), 로께 델라눈치아타(Rocche dell'Annunziata)

4) 몽포르테 달바

부시아(Bussia), 치칼라(Cicala), 콜로넬로(Colonnello), 다르디(Dardi), 지네스트라(Ginestra), 모스코니(Mosconi), 무니에(Munie), 로미라스코(Romirasco), 산토 스테파노(Santo Stefano)

5) 세라룽가 달바

팔레토(Falletto), 프란치아(Francia), 라 쎄라(La Serra), 마렝카(Marenca), 마렝카-리베뜨(Marenca-Rivette), 마르게리아(Margheria), 오르나토(Ornato), 빠라파다(Parafada), 비냐 리온다(Vigna Rionda)

2010년 바롤로 협회(Barolo Consorzio)는 바르바레스코 협회가 2007년에 도입한 메가(MEGA, the Menzioni Geografiche Aggiuntive, 추가적인 지리적 언급) 제도를 발표했습니다. 181메가가 공식적으로 구분되었고, 170개 포도밭과 11개 마을의 명칭이 등록되었죠. 바롤로 와인의 메가를 소개하는 내용에 따르면 이탈리아어로 포도밭을 뜻하는 "비냐(Vigna)"라는 용어는 각각의 메가와 공식적으로 지리적 언급이 입증된 마을의 포도밭에서 생산한 와인의 레이블에만 쓸 수 있습니다.

 

 

7.  바롤로 와인 양조

바롤로 와인은 네비올로와 공식 인증된 네비올로 클론인 람피아(Lampia), 미쉐(Michet), 로제(Rosé)로만 만듭니다. DOCG 규정에 따르면 바롤로 와인은 100% 네비올로로 만들어야 하지만, 역사적으로 생산자들은 바롤로 와인에 바르베라 같은 다른 포도를 섞곤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현대식 바롤로 와인 생산자들이 바르베라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시라(Syrah)를 섞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1990년대에 바롤로 지역의 생산자들이 바롤로의 네비올로 함량을 100%에서 90%로 낮춰달라고 청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바롤로 와인은 뚜렷한 탄닌과 높은 산도가 있으며, 풍부하고 깊고 농축된 맛을 가진 풀 바디 와인입니다. 와인 색깔은 숙성이 덜 되었을 때는 대부분 연한 루비부터 가넷색을 띠다가 숙성하면서 벽돌과 오렌지색으로 바뀌죠. 피노 누아 와인처럼 바롤로 와인은 불투명한 색이 없습니다.

바롤로 와인은 공통으로 장미와 타르 향을 풍기면서 굉장히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이국적인 향이 나옵니다. 바롤로와 관련된 향으로는 장뇌(camphor), 초콜릿, 말린 과일, 서양 자두, 유칼립투스, 가죽, 감초, 박하, 오디, 향신료, 딸기, 담배, 흰 송로버섯, 말리거나 신선한 허브 향 등이 있죠.

와인의 질감을 만들어주는 강한 탄닌은 13~15%까지 올라가는 바롤로의 높은 알코올 도수와 균형을 이룹니다. 오래도록 침용하고 숙성하는 동안 와인에 들어간 과도한 추출물은 와인의 맛을 쓰게 할 수 있습니다.

 

 

8. 바롤로 키나토(Barolo Chinato)

피에몬테 지역에서는 오래된 바롤로 와인으로 "바롤로 키나토"라는 식후주(digestif)를 만들곤 합니다. 남미의 기나나무(cinchona tree) 껍질을 바롤로에 넣어서 우려내고 생산자 나름의 제조법에 따라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서 맛을 내죠. 바롤로 키나토의 일반적인 재료로는 육계피와 고수(coriander), 붓꽃(iris flowers), 박하, 바닐라 등이 있습니다. 제조된 음료는 매우 향긋하고 부드럽습니다.

9. 바롤로와 음식의 마리아쥬

힘이 강하고 탄닌이 많은 풀 바디 와인인 바롤로는 풍미가 비슷하게 강한 음식과 먹어야 합니다. 삶은 채소처럼 단백질 함량이 적은 음식은 와인이 음식의 풍미를 압도하죠. 와인의 탄닌은 입과 혀의 단백질과 반응해서 쓴맛을 두드러지게 하고 입을 마르게 합니다. 피에몬테에서는 바롤로와 고기 요리, 무거운 소스를 사용한 파스타와 리조또를 먹습니다. 탄닌이 음식의 단백질과 결합하면 부드럽게 느껴지게 되죠.

10. 바롤로 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관능적인 산미와 시원하고 짜릿한 느낌 - La Spinetta Barolo Campe DOCG 2005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등급 : DOCG Barolo●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고기 스튜, 고기를 넣은 양배추 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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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바롤로의 모습을 간직한 와인 - Poderi Aldo Conterno Bussia Barolo DOCG 2011

전통적인 바롤로 vs 현대적인 바롤로 바롤로는 '세상에서 가장 타협을 모르는 와인'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수십 년간 병에서 숙성한 후에야 자신의 진짜 매력, 즉 공기처럼 가벼운 부케를 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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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우아한 산미와 고급스러운 탄닌을 가진 100% 유기농 와인 - Giacomo Marengo Barolo Cerequio DOCG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 등급 : DOCG Barolo ●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고기 스튜, 고기를 넣은 양배추 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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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클래식 바롤로 와인이 주는 복합적인 맛과 향 - Cavallotto Barolo Bricco Boschis DOCG 2012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등급 : DOCG Barolo●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고기 스튜, 고기를 넣은 양배추 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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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영롱한 루비에서 튀어나오는 붉은 과일과 그을린 나무향 - Prunotto & Antinori Prunotto Barolo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등급 : DOCG Barolo●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고기 스튜, 고기를 넣은 양배추 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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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바롤로 "크뤼" 포도밭의 맛과 향 - Pio Cesare Barolo Ornato DOCG 2012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등급 : DOCG Barolo●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고기 스튜, 고기를 넣은 양배추 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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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강렬하고 맛있는 산미와 입에 짝 달라붙는 탄닌 - La Spinetta Barolo Garretti DOCG 2013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등급 : DOCG Barolo●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고기 스튜, 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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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마른 근육을 가진 힘 있고 튼튼한 남자? - Schiavenza Barolo del Comune di Serralunga d'Alba DOCG 201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 등급 : DOCG Barolo ●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고기 스튜,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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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튼튼하고 치밀한 구조와 혀를 휘감는 탄닌 - Oddero Barolo Rocche di Castiglione DOCG 2015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 등급 : DOCG Barolo ●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고기 스튜,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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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강인한 세 요소와 조화롭게 어울리는 풍부한 맛과 향 - Elio Altare Barolo 2015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 등급 : DOCG Barolo ●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같은 붉은 육류로 만든 스테이크와 구이, 스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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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년과 비교하면 좀 더 숙성된 느낌 - Schiavenza Barolo del Comune di Serralunga d'Alba DOCG 2012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 등급 : DOCG Barolo ●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같은 붉은 육류로 만든 스테이크와 구이, 향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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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아직 탄닌이 단단하지만 아주 매력적인 향을 뿜어내는 - Conterno Fantino Barolo Castelletto Vi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 등급 : DOCG Barolo ●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같은 붉은 육류로 만든 스테이크와 구이, 향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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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치밀하고 강인한 탄닌과 맛있는 산미 - Marziano Abbona Barolo DOCG 2016

● 생산 지역 : 이탈리아 > 피에몬테(Piemonte) > 바롤로(Barolo) ● 품종 : 네비올로(Nebbiolo) 100% ● 등급 : DOCG Barolo ●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구이, 고기 스튜 등 육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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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영문 위키피디아 바롤로 항목

4.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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