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포도 품종

[이탈리아] 아르네이스 - 조그만 푸른 장난꾸러기 (재업)

까브드맹 2023. 12. 14. 20:44

아르네이스 포도와 잎의 모양

아르네이스(Arneis)는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주가 원산지인 청포도입니다. 피에몬테주에 있는 알바(Alba) 지역 북서쪽의 로에로(Roero) 언덕에서 주로 재배하며 그곳은 로에로 DOCG의 일부입니다. 또한 랑게(Langhe) 지방에서 DOC 와인을 생산할 때도 사용합니다.

1. 아르네이스의 특성

아르네이스는 피에몬테 사투리로 '조그만 장난꾸러기'라는 뜻입니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아르네이스가 다소 재배하기 까다로운 품종이기 때문이죠. 아르네이스는 파우더리 밀듀(Powdery Mildew, 백분병)에 잘 감염되며, 파우더리 밀듀에 좀 더 내성 있는 클론으로 종자를 분리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면적당 수확량이 적고 수확 후엔 쉽게 산화해서 20세기 초중반 동안 아르네이스 재배자는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백분병에 걸린 포도의 모습

2. 아르네이스의 역사

수백 년간 로에로 언덕 일대에선 맛이 상쾌하고 꽃향기를 풍기는 아르네이스를 재배했습니다. 오랫동안 아르네이스는 바롤로(Barolo) 일대에서 네비올로(Nebbiolo) 와인의 탄닌과 거친 질감을 부드럽게 할 목적으로 사용되곤 했죠. 요즘은 아르네이스만 사용해서 만든 단일 품종 와인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이 포도의 역할은 네비올로 와인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르네이스를 바롤로 비앙코(Barolo Bianco), 혹은 화이트 바롤로(white Barolo)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20세기 초부터 바롤로 와인 생산자들이 네비올로만 사용한 와인 생산에 집중하자 아르네이스의 재배 면적은 점차 줄어들었고, 마침내 멸종 직전에 이르게 됩니다. 1970년대에는 단 두 곳의 와인 생산자만 아르네이스 와인을 만들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가 되면서 와인 생산자들은 로에로 주변의 석회와 모래 토양이 아르네이스에 더 많은 산미와 구조감을 주고, 모래와 진흙 토양에서 키우면 우아하고 이국적인 향기가 나온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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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들이 아르네이스의 특성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되면서 재배량도 점차 늘어났습니다.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피에몬테산 화이트 와인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아르네이스의 부흥을 가져와 재배지가 많이 확대되었죠. 2006년 기준으로 피에몬테의 아르네이스 포도밭은 거의 610헥타르에 달합니다.

3. 아르네이스 포도 재배지

로에로 DOCG와 주변의 와인 생산지 지도

아르네이스는 피에몬테주에서 특징 있는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로에로와 랑게 지역에서 주로 재배합니다. 로에로 DOC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아르네이스를 혼합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는 일은 오늘날엔 거의 찾아볼 수 없죠.

로에로는 1985년에 DOC 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06년에 DOCG 지역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와인 라벨에 로에로 아르네이스 DOC를 붙이려면 아르네이스를 적어도 95% 이상 사용해야 하죠. 아르네이스에 대한 관심은 1990년대에 폭발적으로 늘었고 생산량도 4배가량 늘어났습니다.

이탈리아 이외의 아르네이스 재배지는 호주와 캘리포니아 정도지만, 최근 뉴질랜드에서도 이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4. 아르네이스 와인의 향

아르네이스 와인의 대표 향 중 하나인 서양배

아르네이스 와인은 배와 살구 향이 풍기면서 드라이하고 묵직한 풀 바디 와인인 것이 많습니다. 오크통에서 발효하거나 숙성하면 바디가 더욱 묵직해지지만, 오크 숙성을 하지 않으면 향이 더 많아지고 향수 내음도 나게 되죠. 아몬드와 살구, 복숭아, 배, 호프(hop) 향이 주로 나오며, 향이 아주 강하게 나오도록 양조할 수 있는 포도이기도 합니다.

산도는 낮은 편이고 9월 이후에 수확하면 포도가 너무 익어버리기도 합니다. 늦게 수확해서 단맛이 나는 파시토 아르네이스(Passito Arneis)를 만드는 와인 생산자도 있습니다.

 

 

5. 아르네이스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

전통적으로 가볍게 조리한 파스타와 생선 요리에 잘 맞습니다. 샐러드처럼 채소가 많이 들어간 음식도 좋죠. 육류는 비교적 풍미가 가벼운 것이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앤초비(anchovy)와 참치, 마요네즈를 곁들인 송아지 고기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보쌈과 먹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