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전통적인 바롤로의 모습을 간직한 와인 - Poderi Aldo Conterno Bussia Barolo DOCG 2011

까브드맹 2017. 11. 20. 07:00

뽀데리 알도 콘떼르노 부시아 바롤로 DOCG 2011

뽀데리 알도 콘떼르노(Poderi Aldo Conterno)의 부시아 바롤로(Bussia Barolo) DOCG 2011은 네비올로(Nebbiolo) 포도와 네비올로의 클론인 미쉣(Michet)과 람피아(Lampia)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몽포르테 달바에 있는 부시아 소프라나(Bussia Soprana) 포도밭의 포도를 80%, 바롤로에 있는 일 파봇(Il Favot) 포도밭의 포도를 20% 사용했습니다.

1. 전통적인 바롤로 vs 현대적인 바롤로

바롤로는 "세상에서 가장 타협을 모르는 와인"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수십 년간 병에서 숙성한 후에야 공기처럼 가벼운 부케가 올라오는 '진짜' 바롤로에 대한 믿음과 지식을 가진 일부 생산자는 여전히 전통적인 바롤로 와인을 만듭니다. 전통 스타일의 바롤로는 마시기 쉬운 와인이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물론 어렵지만, 예전에는 그런 성향이 더욱 강했습니다.

전통적인 바롤로 와인은 현대적인 바롤로 와인과 스타일이 꽤 달랐습니다. 과거에는 네비올로 포도를 조금 덜 익었을 때 수확하는 일이 종종 있었고, 단위 면적당 수확량도 요즘보다 더 많았습니다. 충분히 익지 않은 포도엔 거친 탄닌이 있었고, 포도 껍질과 씨에서 탄닌과 색소를 뽑아내는 침용 기간을 오래 잡아야 색이 잘 나올 수 있었죠. 이 과정은 수 주일이 걸릴 때도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전통적인 바롤로 생산자들은 침용 기간을 20~30일 정도로 길게 잡습니다. 알코올 발효와 침용이 끝나면 보티(Botti)라는 1,500~10,000ℓ 크기의 큰 오크통에서 와인을 넣고 몇 년 동안 숙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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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느린 숙성 과정을 거치면 억센 탄닌은 부드럽게 바뀌지만, 와인이 산화하면서 과일 풍미는 줄어들게 됩니다. 과일 맛이 줄어들면 남아있는 거친 탄닌과 균형이 안 맞아서 와인에 시들은 과일 풍미와 수렴성이 강한 쓴맛이 남게 됩니다. 그래서 아르네이스(Arneis)나 바르베라(Barbera) 포도로 만든 와인을 첨가해서 색깔과 과일 맛, 부드러운 느낌 등을 보충해 줬죠. 아르네이스를 "하얀 바롤로"로 불렀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1970년대와 80년대의 세계 와인 시장에선 예전보다 더 일찍 마실 수 있으면서 과일 풍미가 많고 탄닌 기운은 적은 와인이 유행했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체레토(Ceretto)와 파올로 코르데로 디 몬테제모로(Paolo Cordero di Montezemolo), 엘리오 알타레(Elio Altare), 레나토 라띠(Renato Ratti) 같은 바롤로 생산자들이 침용과 알코올 발효 기간을 전통 방식보다 더 짧게 한 국제적인 스타일의 바롤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현대적인 바롤로 와인은 침용 기간을 아주 짧게 합니다. 최대 8~10일 정도죠. 짧아진 침용 과정을 보완하기 위해 발효 탱크 아래쪽의 포도 주스를 위로 떠 오른 포도 껍질에 끼얹어주는 특별한 설비로 색소를 최대한 뽑아내면서 거친 탄닌은 빠져나오지 않도록 합니다. 발효 온도는 28~30℃ 사이로 낮게 유지해 와인에서 과일 향과 풍미가 충분히 살아나도록 합니다.

현대적인 바롤로 생산자들은 부드러운 탄닌을 위해 보티 대신 225ℓ 크기의 바리끄(Barrique) 같은 작은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하며, 숙성기간도 전통 방식보다 짧게 합니다. 이런 방법은 와인에서 바닐라 풍미가 나오도록 해주지만, 새 오크통을 많이 쓰면 네비올로 특유의 장미 향을 가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포도 재배법의 발달은 현대와 전통 생산자의 차이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진 잎 그늘 관리 기술(canopy management)과 수확량 조절은 포도를 잘 익게 해서 껍질의 탄닌이 숙성된 상태에서 좀 더 빨리 수확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2015년에 바롤로의 전통적인 생산자와 현대적인 생산자들은 엄격한 위생 관리와 함께 온도 조절이 되는 발효 탱크 같은 현대적인 와인 양조 시설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많은 와인 생산자가 전통이든 현대든 어느 한쪽의 방법을 강경하게 주장하기보다 전통 양조법과 최첨단 기술을 함께 활용하는 실용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뽀데리 알도 콘떼르노

뽀데리 알도 콘떼르노는 바롤로의 중심부인 부시아 소프라나 리조트(Bussia Soprana Resort)의 몽포르테 달바(Monforte d'Alba)에 있습니다. 알도 콘떼르노 가문은 5대에 걸쳐 뛰어난 피에몬테 와인을 생산해 왔습니다. 까시아 프란치아(Cascina Francia) 포도밭에서 수확한 최고의 포도만 사용해서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몽포르티노 바롤로(Monfortino Barolo)의 창조자인 쟈코모(Giacomo)가 몽포르테 달바의 포도원을 관리했고, 두 아들인 알도(Aldo)와 지오바니(Giovanni) 형제가 그곳에서 60년대 말까지 함께 일했습니다.

1969년에 두 형제는 다른 길을 걷습니다. 지오바니는 아버지의 셀러에 남고, 알도는 부씨아 소프라나 리조트로 이동해서 파보(Favot) 셀러의 포데리 알도 콘떼르노(Poderi Aldo Conterno)에 전념하기로 했죠.

알도 콘떼르노는 25헥타르의 포도밭에서 기른 포도로 와인을 만듭니다. 해발 450m의 포도밭은 남향, 또는 남서향이며, 토양은 백색과 푸른색의 석회질 이회토가 섞인 모래층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알코올 발효와 침용은 내부에 위-아래로 움직이는 삽이 있는 현대적인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일정한 온도로 진행합니다. 바롤로를 뺀 나머지 와인은 모두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하며, 바롤로만 3000~7000ℓ 용량의 슬로베니아산 오크통을 사용합니다. 부시아 바롤로 DOCG 2011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고 침용했습니다. 침용 기간은 20~30일 정도입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주변부가 완연한 석류석 빛입니다. 고소하고 달콤한 견과류 향이 먼저 나오고, 검붉은 체리와 민트, 허브 향이 이어집니다. 스파이시한 나무와 신선하고 기분 좋은 쇠고기 향도 올라옵니다.

굉장히 강건하고 굳셉니다. 탄닌이 강하게 입안을 조여 오고, 그 기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입에 미세한 탄닌 가루를 잔뜩 뿌린 듯한 느낌이네요. 구조는 크고 웅장합니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산미와 강하게 쪼여오는 탄닌 맛이 입에 가득합니다. 그러면서 나무와 푸릇푸릇한 허브, 검붉은 체리, 라즈베리 풍미가 나오고, 그을린 나무와 타임(thyme)의 풍미도 퍼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향신료 풍미도 느껴집니다. 긴 여운 속에선 탄닌과 그을린 나무, 검붉은 과일 풍미가 뒤섞이며 나타납니다.

탄닌이 굉장히 강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뛰어난 산미가 균형을 이룹니다. 15%의 알코올도 두 요소에 지지 않는 힘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다양한 풍미가 조화를 이룹니다. 매우 비싼 와인이지만, 셀러에 넣어두고 10년~15년 정도 보관해 두면 충분한 값어치를 할 겁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구이, 고기 스튜 등 육류 요리, 버섯 요리, 버섯 크림 파스타와 버섯 피자,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더욱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A로 가격 상관없이 기회가 되면 꼭 마셔봐야 할 뛰어난 와인입니다. 2017년 10월 19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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