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와인 1014

[호주] 단조롭고 무난한 스타일의 와인 - Kangaroo Ridge Shiraz 2006

1. 호주 쉬라즈 와인 칠레 와인에 밀려 유명세는 좀 떨어지지만, 호주에는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이 꽤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호주에서 가장 강세를 나타내는 레드 와인 품종인 쉬라즈가 과일 향 외에도 자극적이고 스파이시한 향과 맛을 보여주는데 이게 또 우리나라 음식을 비롯한 동양권의 음식에 잘 어울리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처음 와인을 시작하시는 분 중에 소주를 즐겨 드시는 분들에게는 호주 와인을 자주 권하는 편이지요. 다만 인지도가 좀 떨어지다 보니 대부분 칠레 와인을 선택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호주 와인을 드시고 나서는 꽤 만족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호주 사우쓰 이스턴 오스트레일리아(South Eastern Australia)의 쉬라즈 포도 100%로 만드는 캥거루 릿지 쉬..

[프랑스] 내게 흙마당이 보이는 테라스를 보여줘 - Bonfils La Belle Terrasse Shiraz 2005

1. 남부 프랑스 베란다 [veranda] 서양 건축에서 대개 가옥 밖으로 나와 있는 벽이 없고 난간으로 둘러쳐진 지붕 덮인 부분. 테라스 [terrace] 실내에서 직접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방의 앞면으로 가로나 정원에 뻗쳐 나온 곳. 일광욕하거나 휴식처, 놀이터 따위로 쓴다. 베란다와 테라스는 엄연히 다른 구조물이지만 보통 같은 것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다만 베란다라고 하면 아파트가 연상되고, 테라스라고 한다면 별장이나 콘도에 딸린 구조물이 생각나죠. '라 벨르 테라스(아름다운 테라스)'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이 와인에서 느낀 것은 깔끔한 베란다지 아름다운 테라스는 아니지 않은가... 것이었습니다. 프랑스 남부 지역은 프랑스에서 온갖 포도 품종의 시험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OC 규정에 ..

[칠레] 형제들만 못했던 와인 - Santa Alicia Reserva Shiraz 2006

1. 칠레산 쉬라즈 와인 산타 알리샤 레세르바 급은 까베르네 소비뇽, 쉬라즈, 메를로, 말벡,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로제, 까르메네르의 총 8종이 생산됩니다. 이 중에 제가 접했던 레드 와인은 까르메네르와 말벡을 제외한 3종이었고,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마시고 나서 매우 만족했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쉬라즈까지 구매해서 시음을 해보았지요. 산타 알리샤 레세르바 쉬라즈 2006은 칠레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에 속한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에서 재배한 쉬라즈 100%로 만들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앞서 마셨던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가 가격 대비 매우 만족할 만한 품질을 보여줬다면, 쉬라즈는 그냥저냥 한 평작 수준에 머무른 것 같습니다. 요리하고 함께 마신다면 어떨..

[칠레] 메를로, 야누스의 모습을 보여주다 - Santa Alicia Reserva Merlot 2006

1. 와인의 맛과 향에 대한 예측 와인을 어느 정도 마시다 보면 이제 지역별로 품종별로 맛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쌓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예측은 크게 빗나가지 않지요. 예를 들어 호주의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라면, 기본적으로 블랙커런트 향을 위시한 붉은 과일 향, 초콜릿, 박하 향 그리고 바닐라 터치, 맛은 조금 달고 탄닌은 부드럽지만 강건한 편이고.... 대략 이 정도 이미지가 떠오르며 구매한 와인이 어느 정도 이러한 예측과 맞아떨어지느냐가 문제가 되는 겁니다. 고급 와인일 경우 위의 요소가 잘 표현되면서 그 맛과 향의 어울림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고, 저가의 와인일 경우 위의 요소가 중간중간 빠지거나 그 균형이 형편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가끔가다 보면 이러한 예측을 벗어나는 와인이 있습..

[칠레] 종잡을 수 없는 고양이 - Gato Negro Carmenere 2008

1. 가또 네그로 까르메네르 2008 와인을 마시다 보면 그 맛과 향을 종잡을 수 없는 와인들이 가끔 나오곤 합니다. '이 와인의 특징은 이것이다'라고 딱 잡아 말할 수 없는 와인들이죠. 그래서 마셔놓고도 좋은지 나쁜지, 다시 이걸 사서 마실지 안 마실지 결정을 못 내리게 되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와인들은 나중에 다시 마셨을 때, 정말 좋게 느껴질 때도 있고, 반대로 영~ 아니다 싶게 느껴질 때도 있곤 하죠. 칠레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에서 수확한 까르메네르(Carmenère) 100%로 만드는 가또 네그로 까르메네르 2008이 그런 경우의 와인이었습니다. 이 와인은 첫 잔을 마실 때부터 마지막 잔을 마실 때까지 맛과 향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2. 와인 시음기 처음 ..

[칠레] 유럽의 맛을 따라가는가? - Santa Alicia Reserva Cabernet Sauvignon 2006

1. 산타 알리샤 산타 알리샤는 생긴 지 60여 년 정도밖에 안 되는 신흥(?) 와이너리입니다만, 'IWSC(The International Wine&Spirit Competition) 2007'에서 산 페드로나 콘차 이 토로 같은 쟁쟁한 와이너리들을 물리치고 '올해의 최우수 칠레 와이너리'로 선정되었고, 빈엑스포 저팬(Vinexpo Japan) 등 수많은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8개의 금메달과 20여 개의 은메달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와이너리이길래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갖고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뛰어난 와이너리들의 와인을 물리치고 최우수 와이너리의 자리를 차지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이 와인을 접했는데, 시음 결과가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2. 산타 알리샤 레세..

[칠레] 편견의 틀을 깨자 - Gato Negro Cabernet Sauvignon 2008

1. 와인과 편견 편견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죠. 와인을 마실 때도 그렇습니다. '비싸서 좋을 거야' 혹은 '○○ 품종은 내 입맛에 절대 안 맞아' 혹은 '프랑스 와인은 다 떫더라' 등등... 이런 선입견으로 인해 다양한 와인의 세계를 접하는 즐거움을 얻지 못하고 몇 가지 와인만 고집만 하는 분들을 가끔 보게 되지요.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는 역시 국산 와인인 마주앙' → 대부분의 마주앙은 OEM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사실 국산 와인이 아니에요. '뭐가 와인이야.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는 역시 소주지.' → 삶의 다양성에 따른 즐거움을 스스로 포기하시는 분이십니다. '와인도 좋지만 내 입맛에는 소주가 더 낫더라'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이렇듯 편견과 선입견을 품게 되면 때로는..

[칠레] 편안하고 무난한 저가 와인 - Val di Vieso Varietal Cabernet Sauvignon 2006

1. 칠레 와인 유럽 와인의 특징이 떼루아에 따른 강한 개성과 오픈 후 맛있게 마실 수 있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면, 칠레 와인의 특징은 무난하고 편안한 맛과 코르크를 딴 후에 바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물론 칠레 와인도 중급이상의 와인은 예외지요. 제가 얘기하는 것은 일반적인 데일리 와인급의 와인을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와인을 접한 지 얼마 안 되는 분들에게는 개성 강한 프랑스 와인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무난한 칠레 와인이 더 입에 맞을 수도 있지요. 게다가 조금 단 맛이 도는 칠레의 저가 와인들은 처음 와인을 드셔보시는 분들도 무난히 드실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발 디 비에소 버라이어탈 까베르네 소비뇽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의 까베르네 소..

[스페인] 파커와는 다르다! - Bodegas Anadas Care Joven 2008

1. 로버트 파커 오늘날 와인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을 한 사람 꼽으라면 당연히 미국 출신의 로버트 파커일 겁니다. 그의 점수 한 점 한 점에 와이너리들의 표정에 희비쌍곡선이 엇갈리고 그들의 와인 가격도 하늘과 땅 사이를 왔다갔다 거리니까요. 그래서 저는 항상 제가 즐겨 마시는 와인에 파커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답니다. 보데가스 아나다스 까레 호벤 2008을 시음했습니다. 이 와인은 파커가 쓰는 와인평론지인 '와인 아드보카트(Wine Advocate)'에 90점이란 높은 점수로 랭크되어 있는 와인입니다. 그래서 나름 기대를 해보면서 파커하고 내 입맛이 비슷한지, 아니면 다른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2. 숙성기간에 따른 스페인 와인 등급 호벤(Joven)은 'young'이라..

[마리아쥬] 추석 선물로 들어온 와인 해치우기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왔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경기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추석 선물을 손에 들고 삼삼오오 가시더군요. 비누, 치약, 샴푸 세트, 과일 상자, 햄, 스팸 선물 등 전통적인(?) 선물 세트 외에도 우리나라에 와인 문화가 많이 퍼진 것을 입증하듯 와인 선물 세트도 종종 눈에 띕니다. 아마도 추석 때 와인 선물 세트를 하나 이상 받으신 분들도 꽤 계실 거에요. 그런데 선물로 들어온 와인을 어떻게 마시느냐는 문제로 고민을 하시는 분들도 꽤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 '와인은 어려운 술', '와인은 무게 좀 잡고 마셔야…', '떨떠름하기만 하고 어떤 안주하고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등등 다양한 이유로 선물로 들어온 와인에 손을 대지 않으시더군요. 결국, 유리 장식장 안으로 들어간 와인은 직사광..

와인/마리아쥬 2009.10.02

[마리아쥬] 품종별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의 종류는? -책자편

국내 서적 중에서 김영사에서 펴내고 있는 '잘~먹고 잘사는 법'이라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건강, 취미, 리빙, 여성, 여행, 음식의 6개 카테고리로 나눠 현재까지 약 100여 종의 책자를 내고 있는데요, 크기가 일반 책의 절반 정도인 아담 사이즈라 휴대하기가 좋습니다. 내용도 잘 꾸며져 있고, 올 칼라로 구성되어 보기도 좋지요. 이 시리즈의 46번째가 치즈를 주제로 한 책입니다. '제목도 치즈(Cheese)'지요. 이 책은 총 46종의 세계 유명 치즈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치즈 타입, 원산지, 재료의 종류, 크기, 지방함유율, 숙성기간, 용도, 그리고 어울리는 와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치즈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진도 첨부하고 있어 치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분들의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는 책..

와인/마리아쥬 2009.09.22

[마리아쥬] 품종별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의 종류는? - App Store 어플편

막걸리에 파전이나 김치가 찰떡궁합인 안주이듯 와인하면 떠오르는 안주로 치즈를 들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와인과 치즈는 매우 잘 어울리는 음식 조합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최근엔 꼭 그렇지는 않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와인과 치즈 사실은 궁합 안 맞아...술향기 못느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모든 치즈와 와인이 서로 잘 맞는 건 아니고, 와인에 따라 맞는 치즈가 있고 안 맞는 치즈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서 흔히 파는 체다 슬라이스 치즈는 대체로 와인과 안 맞더군요. 또,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이 훨씬 치즈와 잘 맞았습니다. 와인이 생산된 곳에서 나온 치즈가 그 와인과 잘 맞았고요. 다만, 치즈와 잘 맞는 와인은 값비싸고 섬세한 와인보다 중저가의 대중적인 와인이었고, 이들이 서로 어울렸을 때 ..

와인/마리아쥬 2009.09.20

[미국] 다시 맛본 그 때의 와인 - Delicato Merlot 2005

1. 델리카토 메를로 와인의 추억 예전에 '한 번 맛을 보고 그 와인에 대해 평가하지 말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요즘 이 말을 아주 실감나게 겪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몇 년 전에 시음했을 때는 "어, 이 와인 별로야. 맛없어. 꽝이야!" 했던 와인들을 최근에 다시 시음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랏, 이 가격에 이 맛이면 꽤 괜찮네?"라고 내 마음속의 평가가 뒤바뀌는 일이 자꾸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델리카토 메를로도 그러한 와인들 중의 하나입니다. 이 와인을 처음 마신 것은 2년 전 설날 연휴였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당시도 그랬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 레드 와인에 대해 별로 안 좋은 평가를 하는 편견(?)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델리카토 화이트 진판델을..

[스위스] 난생 처음 스위스 와인 - Malanser Pinot noir 2007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위스 피노 누아입니다. 친한 동생이 유럽 여행 중에 사가지고 온 것이기에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와인이지요. 피노누아임에도 어깨가 있는 병에 병입되어 독특하다고 느꼈고, 그 맛도 궁금하던 차에 지난 목요일에 지인들과 함께 마셨습니다. 흠, 꽤 균형잡히고 괜찮은 향과 맛을 보여주더군요. 저가의 부르고뉴 피노처럼 새콤한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베리향에 약간의 스파이시한 향이 느껴졌습니다. 다만 맛은 조금... 달더군요. 음식들과 함께 먹으면서 마시면 무난한 맛을 보여줍니다. 함께 먹어준 음식들입니다. 저위의 피자는 마르게리따하고 비슷한데 상당히 맛있더군요. 그 위에 함께 가져온 샐러드를 얹어먹으면 굿~~ ^^ 그리고 함께 마셔준 Henschke 2004. 호주 와인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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