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스페인] 파커와는 다르다! - Bodegas Anadas Care Joven 2008

까브드맹 2009. 10. 7. 00:08

보데가스 아나다스 까레 호벤 2008

1. 로버트 파커

오늘날 와인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을 한 사람 꼽으라면 당연히 미국 출신의 로버트 파커일 겁니다. 그의 점수 한 점 한 점에 와이너리들의 표정에 희비쌍곡선이 엇갈리고 그들의 와인 가격도 하늘과 땅 사이를 왔다갔다 거리니까요. 그래서 저는 항상 제가 즐겨 마시는 와인에 파커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답니다.

보데가스 아나다스 까레 호벤 2008을 시음했습니다. 이 와인은 파커가 쓰는 와인평론지인 '와인 아드보카트(Wine Advocate)'에 90점이란 높은 점수로 랭크되어 있는 와인입니다. 그래서 나름 기대를 해보면서 파커하고 내 입맛이 비슷한지, 아니면 다른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2. 숙성기간에 따른 스페인 와인 등급

호벤(Joven)은 'young'이라는 뜻인데, 숙성기간에 따른 스페인 와인의 등급 표시로 오크통 숙성 없이 바로 병입하여 판매되는 와인에 붙여집니다. 다른 말로 '씬 끄리안싸(Sin crianza)'라고도 하죠. 참고로 숙성기간에 따른 스페인 와인의 등급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호벤(Joven = Sin Crianza) : 수확한 이듬해에 병에 담기며 오크통에서 숙성할 수도 있고 안 해도 상관없습니다.

② 끄리안싸(Crianza) : 레드 와인은 24개월 이상 숙성해야 하며, 330ℓ의 바리까(Barrica) 오크통에서 적어도 6개월간 숙성해야 합니다. 화이트와 로제 와인은 최소 18개월 동안 숙성해야 하며, 오크통에서 적어도 6개월간 숙성해야 합니다.

③ 레세르바(Reserva) : 레드 와인은 36개월 이상 숙성해야 하며, 오크통에서 적어도 12개월간 숙성해야 합니다. 화이트와 로제 와인은 최소 24개월 동안 숙성해야 하며, 오크통에서 적어도 6개월간 숙성해야 합니다.

④ 그란 레세르바(Gran reserva) : 레드 와인은 60개월 이상 숙성해야 하며, 오크통에서 적어도 18개월간 숙성해야 합니다. 화이트와 로제 와인은 최소 48개월 동안 숙성해야 하며, 오크통에서 적어도 6개월간 숙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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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데가스 아나다스 까레 호벤 2008

이 와인은 스페인 어퍼 에브로(Upper Ebro)의 까리네냐(Cariñena) 지역에서 수확한 시라(Syrah) 50%와 뗌프라니요(Tempranillo) 50%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와인을 잔에 따르고 향을 맡아보니 스파이시한 향에 가벼운 체리향, 그리고 특이하게 가벼운 딸기 제리향이 나더군요. 맛을 보니 약간의 탄닌과 단 맛이 느껴지며 뒷맛은 조금 쓴 편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바디는 가벼운 느낌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입안에서 화~하며 강렬하게 자극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시라 품종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아마도 어떤 분들에게는 맵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바디가 가볍게 느껴지고 향도 딸기 제리향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체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오픈하고 잔에 따른지 20분 정도 지난 시점에서는 바디가 좀더 강해지면서 훨씬 부드럽고 진한 맛을 보여주더군요.

30분이 지나자 전체적으로 향이 조금 죽은 경향을 보이며 딸기 제리향 또한 많이 사라졌습니다. 맛은 무겁고 둥글어져서, 입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느낌은 여전하지만 처음처럼 가볍게 날뛰는게 아니라 상당히 묵직하게 퍼지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1시간이 넘어가자 다시 가벼운 딸기 제리향이 나오고 맛도 가벼워져서 매우 마시기 편한(?) 상태로 되어버렸습니다.

 

 

까레를 마시고 난 소감은 마시기 편하고 적당한 음식을 곁들이면 괜찮을 듯 싶은 와인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감동은 없군요. 파커는 이 와인에서 무엇을 느끼고 90점이란 점수를 주었을까요? 물론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습니다만 제 기준으로는 점수가 좀 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파커하고 저하고 입맛이 틀려서일까요? 설령 제 입맛이 싸구려여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파커하고 다르다는 점에서 조금 안심이 되는군요. 제가 좋아하는 와인의 가격이 급상승할 확률이 그만큼 적어지는 것일테니까요.

소고기와 양고기 구이, 크림 소스를 얹은 파스타, 피자와 마시면 좋습니다. 2009년 10월 7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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