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프랑스 보르도 와인 그대로 - Kressmann Bordeaux Grand Reserve 2006

까브드맹 2009. 12. 9. 09:09

크레스만 보르도 그랑 리저브 2006

1. 크레스만

제가 잘 마시지는 않아도 주저 없이 추천하는 와인이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매출 규모 2~3위를 차지하는 네고시앙 C.V.B.G 사의 대표 브랜드 와인 중 하나인 크레스만(Kressmann)입니다. 잘 마시지 않는 이유는 크레스만이 너무나도 전형적인 보르도 와인의 맛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보르도면 보르도, 메독이면 메독, 마고면 마고. 딱 그 지역의 특징을 보여주는 맛과 향이 납니다. 그래서 다소 개성적이고 독특한 맛과 향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선택해서 후회는 안 해도 은근히 손은 가지 않는 와인이죠. 반면에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찾는 사람에게는 주저 없이 추천합니다. '바로 이런 맛과 향이 프랑스 보르도 와인 스타일이다'라고 느끼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죠.

메를로(Merlot) 80%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20%로 만드는 크레스만 보르도 그랑 리저브 2006도 보르도 와인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AOC 등급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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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시음기

와인을 오픈해서 잔에 따르면 강렬하진 않아도 상큼한 붉은 과일 향과 약간의 나무 향이 피어오릅니다. 맛을 보면 프랑스 와인답게 달지 않고 드라이하면서 마지막 여운에 떫은맛이 혀에 쫙 깔리죠. 같은 가격대의 칠레 와인과 달리 목으로 넘길 때 느껴지는 쓴맛은 찾을 수 없습니다. 매우 정갈하고 깔끔한 스타일이며 일반적인 보르도 AOC 와인의 특징을 그대로 구현한 듯한 맛입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블랙커런트와 말린 자두 향이 슬슬 피어오릅니다. 미디엄 바디 정도의 볼륨감에 더 고급의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풍부한 부드러움은 없지만 맑고 깨끗하며 잡티가 없는 듯한 느낌입니다. 여운은 처음에는 약하게 느껴지나 목으로 넘긴 후에도 한동안 계속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칠레 와인이 처음에는 진하고 풍부한 향과 살짝 단맛으로 좋은 인상을 주다가 그게 지나쳐 점차 물린다면, 프랑스 와인은 조금 촌티 나고 가볍지만 계속 먹어도 입에 물리지 않는 점이 매력이죠. 크레스만 보르도 그랑 리저브도 그런 프랑스 와인의 매력을 잘 표현합니다.

 

 

30분 정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달지 않고 부드러운 탄닌의 느낌과 함께 가벼운 바디감을 보여줍니다. 이후 맛이 달아지면서 점차 체리와 딸기 사탕 향이 더해지고 더욱 우아하면서 향기롭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맛도 좀 더 진해지죠. 하지만 코르크를 딴 후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나면 와인의 힘이 급격히 꺾이면서 마치 물처럼 가벼워지는 것이 아쉽군요. 이 정도 시간이 한계인가 봅니다. 

전통 스타일의 프랑스 와인은 언제 마셔도 질리지 않는 맛과 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와인의 전형적인 맛과 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크레스만의 와인들은 제격이라 할 수 있죠.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맛과 향을 변함없이 보여주는 것, 이것이 크레스만 와인의 장점이자 단점이랄 수 있겠습니다.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구이 등 각종 붉은 육류, 파스타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2009년 12월 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