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레알 이지 드링크(Real easy drink) - Undurraga Lazo Cabernet Sauvignon 2007

까브드맹 2009. 12. 3. 12:04

운두라가 라조 까베르네 소비뇽 2007

1. 와인의 개성

개성이 강한 사람은 매력있지만, 편하게 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죠. 반대로 너무 편한 사람은 개성이 적어 남다른 매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와인도 그런 경우가 많아요. 너무 개성이 뚜렷하다 보니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와인이 있는가 하면 마시긴 편하지만 너무나 개성 없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와인이 있곤 합니다. 하지만 와인을 고를 때 딱히 떠오르는 와인이 없다면 만만하고(?) 무난한 와인이 편하게 마실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런 편한 스타일의 와인들은 음식과의 궁합에 있어서도 특성을 덜 타므로 어떤 음식과 먹어도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는 장점도 있지요. 

예를 들어 프랑스 보르도의 쌩-테스테프의 그랑 크뤼처럼 탄닌이 많고 강건하며 개성이 뚜렷한 와인은 스테이크나 등심 구이와 함께 먹는다면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만, 중국 요리나 한식하고 먹으면 감흥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겁니다. 반면에 뉴 월드의 저가 까베르네 소비뇽 같은 경우 스테이크나 등심과 함께 했을 때 느껴지는 맛의 크기는 고급 와인에 못미치지만, 중국 요리나 한식, 치킨 등과 함께 했을 때에도 무난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결국 모든 와인에는 일장일단이 있다는 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칠레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의 까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든 운두라가 라조 까베르네 소비뇽 역시 저렴하면서도 무난한 와인의 특징을 잘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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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시음기

처음 오픈했을 때 레드 와인 특유의 싸한 붉은 과일향이 납니다. 매우 가볍고 달며 약간의 산도가 느껴지는데 처음 느껴지는 쓴맛은 다른 칠레 와인에 비해 매우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초보자가 마시기엔 매우 좋을 듯. 식물의 줄기나 잎에서 느껴지는 쓴맛과 향이 느껴지나 입에 크게 거스를 정도는 아니며, 오히려 지나친 단맛을 상쇄시켜 음식과 함께 할 때는 더 나은 점을 발휘할 듯 합니다. 와인에서 식물 줄기나 잎에서 느껴지는 쓴맛과 향이 나는 이유는 아마도 손수확이 아닌 기계 수확 때문일까요? 확실치는 않으나 아마도 그럴거라고 예상해봅니다.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와인에서 고급일수록 이러한 풋내는 없고 저가일수록 이런 냄새가 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면 말입니다.

크랜베리의 향이 가볍게 나며 까베르네 소비뇽이지만 바디(boddy)는 오히려 피노 누아나 보졸레와 비슷하거나 살짝 진한 정도로 가볍습니다. 가볍고 부드러우며 떫거나 쓴 맛이 전혀 없고 약간의 단맛이 함께 있어 매우 마시기 편합니다. 한마디로 편하구나~ 라는 느낌인데, 개성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편한 것이 개성이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화이트를 마시다가 레드 와인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레드 와인의 떫은 맛도 싫고 콩코드 같은 단맛만 나는 레드 와인도 싫다고 하는 분들에겐 탄닌 맛이 익숙해질 때까지 적절한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중국집 덴푸라나 치킨 같은 튀김 요리, 불고기나 양념 갈비처럼 조금 달게 양념한 고기 요리, 버섯 요리 등이 어울립니다. 카레처럼 약간 스파이시한 음식도 괜찮을 듯 합니다. 계란, 특히 삶은 계란은 아주 안맞습니다. 2009년 12월 2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