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평범하지만 제 값은 하는 화이트 와인 - Chateau Tudin Cuvee Prestige 1997

까브드맹 2009. 12. 25. 08:38

샤토 뚜댕 뀌베 프리스티지 1997

1. 보르도 화이트 와인

국내에 알려진 프랑스 화이트 와인 중에선 부르고뉴의 샤블리(Chablis)가 가장 유명할 겁니다. 와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샤블리라는 이름을 한 번쯤이라도 들어봤을 거고, 요즘은 TV 드라마에서도 와인을 시킬 때 이름이 종종 나오더군요.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샤블리를 시키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요.

그에 반해 보르도 화이트 와인은 1등급 5형제로 대변되는 레드 와인에 비해 명성과 인기가 높지 않습니다. 샤토 디캠(Chateau d'yquem)으로 대표되는 쏘테른의 스위트 와인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에게 이름이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듯하고요. 하지만 고급 보르도 화이트 와인은 와인 애호가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고, 그만큼 가격도 높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샤토 오-브리옹 블랑(Chateau Haut-Brion Blanc)이죠. 2009년 12월 7일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고급 레스토랑인 ‘라 투르 다르장(La Tour d’Argent)'에서 보관 중인 45만 병의 와인 중 1만 8000병을 경매했을 때 1998년 산 샤토 오브리옹 화이트 와인은 1400유로(당시가 약 240만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참고로 샤토 오-브리옹 레드는 빈티지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90~150만 원(2009년 당시) 정도에 판매됩니다. 또한, 1971년 산 샤토 뤼섹 화이트 와인은 경매 예상가의 6배를 웃도는 650유로(당시가 약 110만 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이처럼 보르도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도 레드만큼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꽤 유명하고 고가에 팔려나가는 것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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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샤토 뚜댕 블랑

샤토 뚜댕도 보르도 화이트 와인입니다. 세미용(Semillon) 65%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35%로 만드는 보르도 AOC 등급 와인으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기 힘들 정도로 평범하지만, 보르도 와인이라면 한 가지 믿을 만한 구석은 있기 마련이죠. 맛은 떨어져도 향 하나는 잘 뽑는다던가, 그냥 먹으면 별로여도 음식과 먹으면 꽤 만족스럽다던가.

샤토 뚜댕도 그런 면에서 나름대로 힘을 발휘합니다. 97년이라면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어지간한 화이트 와인이라면 맛이 갈 때도 되었으련만, 아직도 힘이 남아있습니다. 상쾌하면서 약간 신맛이 처음에 느껴지고, 고소하고 단 풍미와 함께 끝으로 가면서 혀 뒷부분에 살짝 쓴맛이 돕니다. 약간의 견과류 향과 함께 날콩 같은 조금 비릿한 향도 느껴지죠. 처음 맛봤을 때는 다듬어지지 않은 신맛이 거칠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둥글어지면서 마시기 좋은 상태로 변합니다.

닭고기 백숙, 후라이드 치킨 같은 가금류 요리, 생선찜이나 삶은 갑각류 요리, 잘 숙성된 치즈 등과 잘 맞습니다. 2005년 12월에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