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피망 향이 하나 가득 - Vina Tarapaca Carmenere 2006

까브드맹 2009. 12. 1. 01:34

비냐 타라파카 까르메네르 2006

1. 까르메네르

한때 잊힌 품종이었다가 재발견되어 화려하게 부활한 까르메네르(Carmenère)는 오늘날 칠레의 대표적인 포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의 와이너리에서 글로벌한 레드 와인 포도 품종으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시라/쉬라즈(Syrah/Shiraz)의 세 품종을 사용해 와인을 만드는데, 칠레 와이너리에서는 여기에 더해 까르메네르 와인이 꼭 들어가 있곤 하지요.

까르메네르 품종의 대표적인 향으로는 과일 향 외에 매콤하고 스파이시한 향과 풋풋한 허브향이 있는데, 이 두 가지 향이 잘 어우러져 표현되는 향이 피망(Green Pepper) 향입니다. 바로 녹색 피망 향과 비슷한 내음이 나게 되지요. 고급 와인이면 향긋한 피망 향이 붉은 과일 향이나 담배 향 등과 어우러져 아주 멋지게 피어오르지만, 저가 와인이면 피망 향만 도드라지고, 제대로 익은 피망이 아닌 설익은 피망에서 풍기는 풋내가 심해서 마치 이른 봄의 나무줄기에서 나오는 것 같은 비릿한 내음이 와인의 향을 지배합니다.

칠레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에 속한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에서 재배한 까르메네르 100%로 만든 비냐 타라파카 까르메네르는 이러한 저가 까르메네르 와인의 특징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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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시음기

오픈하면 코에 와 닿는 첫 향기는 김치 같은 시큼한 냄새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풋 익은 과일 향이 나는데, 맛을 보면 쓰면서도 단 복합적인 풍미입니다. 색은 검붉은 색으로 아주 짙지요. 이윽고 식물의 줄기에서 나는 풋내가 많이 나기 시작합니다. 즉, 파란 피망 향이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거죠. 입에 닿는 첫 느낌은 부드러운 질감에 탄닌도 가벼워서 마시기 무난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풋사과, 아니 풋포도라는 느낌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풋과일 맛은 여전하지만, 슬슬 쓴맛보다 단맛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와인의 백 레이블에는 신선한 허브향과 자두 향이 난다고 했지만, 역시 풋내가 지배적이네요. 쓴맛이 아직은 좀 남아있으나 전체적으로 질감이 매우 부드러워지고, 점차 단맛이 느껴지면서 과일 향이 솔솔 배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풋내나던 향은 이제 제법 그윽한 커피 향으로 변해서 올라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잘 자란 나무 향이 나오고, 부드러우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적당히 퍼져 나옵니다.

칠레 와인이지만, 오픈 후 적어도 20분간 브리딩(Breathing) 한 후 마시길 권합니다. 물론 까르메네르 특유의 피망 향을 즐기려는 분은 바로 드셔도 상관없고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의 맛과 향은 가격과 비교하면 꽤 매력적입니다. 저가의 까르메네르 품종을 알기 위해 한 번쯤 시음해볼 만한 재미난 와인이라 생각됩니다.

순대 볶음, 깻잎이 들어간 음식, 매콤하면서 스파이시한 요리 등과 잘 어울립니다. 2009년 11월 30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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