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호주] 왜 블루오션의 상징이 되었을까? - Casella Wines Yellow tail Shiraz 2008

까브드맹 2009. 11. 27. 09:02

카셀라 와인스 옐로우 테일 쉬라즈 2008

1. 블루오션 전략

2005년에 출간된 "블루오션 전략"이란 책은 '경쟁 없는 시장 공간을 창출하여, 경쟁을 의미 없게 만드는 성공전략'이란 말로 사람들에게 깊이 인상 박힌 책입니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로 블루오션이란 말은 남들이 아직 참여하지 않은 새 시장을 표현하는 말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지요. 그리고 책에서 블루오션의 사례로서 등장한 와인이 호주 카셀라 와이너리의 "옐로우 테일" 입니다. 책에서는 많은 사람들(미국인들)이 옐로우 테일을 선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습니다.

- 옐로우 테일은 맛이 부드러워 맥주나 칵테일처럼 마시기 쉬웠으며 향이 뛰어났다. 

- 와인의 달콤한 과일 향은 사람들의 입맛을 더욱 상쾌하게 만들어 주저 없이 한잔 더 마시게 했다. 

- 카셀라 와인즈는 모든 등급의 와인이 오랫동안 경쟁을 벌였던 기술요소 (탄닌의 함량, 참나무 술통, 맛의 복잡성, 숙성기술 등)을 현저히 줄이거나 없앴다. : 생산비의 절감 요소.

즉, 복잡하게 향이니 맛이니 따질 것 없이 그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는 겁니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에게 간단하고 단순하며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책에 등장한 것과 거의 동시에 옐로우 테일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샵이나, 마트, 편의점에서 팔리게 됩니다. 아마도 미국만큼은 아니어도 꽤 많은 양이 수입되어 팔렸고 지금도 계속 수입되어 팔리고 있는 와인이지요.

저의 경우에는 편의점 와인은 No!라는 잘못된 편견 때문에 한 번도 옐로우 테일은 사본 적도 없고 모임이나 시음회에서 나왔을 때도 가볍게 한 두잔 하는 정도로 거의 손을 안 댔던 와인입니다. 하지만 저가 와인부터 다시 훑어가고 있는 요즈음, 제대로 한 번 맛을 보고 평가해보자는 생각에 주저 없이 엘로우 테일 쉬라즈를 집어 들고 시음을 해보았습니다.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에서 수확한 쉬라즈 포도 100%로 만든 와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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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인 시음기

오픈하면 살짝 알코올 냄새와 함께 불에 눌은 고무 냄새가 약하게 납니다. 얼마 전 캥거루 릿지에서도 맡아본 그러한 향인데, 호주 저가 쉬라즈 와인에 공통된 특징인지, 아니면 두 와인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향 속에 붉은 과일의 뉘앙스가 풍기지만 아주 약하게 느껴집니다. 첫맛에 신맛과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며, 탄닌은 약하게 느껴져서 매우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시기 편한 스타일이며 와인이라기 보다는 독특한 맛의 포도 주스(?) 같은 생각이 드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의 스파이시한 향이 나지만, 아직은 뭔가 눌은 듯한 향이 지배적입니다. 예전에 옐로우 테일 쉬라즈를 마셔보고 '콜라 같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그때의 인상 그대로군요. 이후 향에서 딸기향이 약간 추가됩니다만, 맛의 변화는 큰 차이가 없으며 그냥 편안하고 무난한 느낌이 지속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진로 포도주의 업그레이드판을 마시는 듯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향은 이후 단조롭게 지속되지만 와인 맛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달게 느껴집니다.

옐로우 테일 쉬라즈를 다 마셔보고 난 후의 느낌은 

① 적당히 달고

② 매우 부드러우며 떫거나 쓰지 않으며

③ 향이 단순하다.

는 것이었고, 이런 특징이 달착지근한 인스턴트 음식에 길든 미국 서민들의 입맛에 그대로 들어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맛과 향의 절댓값으로 따져본다면 옐로우 테일은 가격 대비 무난한 그런저런 와인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와인을 단순히 저렴한 음식과 함께 마실 알코올이 섞인 음료로 본다면 옐로우 테일은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이 아닌지라 다시 사서 마실 일은 없겠습니다만, 와인을 처음 접하는 분에게는 주저 없이 권할만한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옐로우 테일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겠지만, 시장에 풀릴 하나의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옐로우 테일은 와인 맛을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보다는 와인을 편하게 마시고 싶어하는 다수의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는 매우 뛰어난 상품이라고 봅니다.

불고기, 족발, 프라이드 치킨, 양념 통닭, 피자, 순대, 고기전 등과 잘 어울립니다. 2009년 11월 28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