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신맛을 좋아한다면... 꿀떡꿀떡! - Mas de Daumas Gassac Moulin de Gassac Guilhem Rouge 2006

까브드맹 2009. 11. 21. 09:09

1. 뱅 드 빼이(Vin de Pay)

프랑스 와인을 마시고, 또 프랑스 와인에 대해서 슬슬 알아가게 되면 반드시 배우게 되는 게 있습니다. AOC, VDQS, 뱅 드 빼이(Vin de Pay), 뱅 드 따블(Vin de Table)로 이어지는 프랑스 와인의 등급이지요.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프랑스 와인의 대다수는 최고 등급인 AOC 등급이고 뱅 드 빼이 등급은 비율로 보았을 때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와인을 음식의 하나, 술의 한 종류로 생각하기보다는 아직은 신분을 과시하는 도구, 재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상징, 새로운 문화에 대한 선호를 나타내는 아이콘 정도로 여기는 한국인들의 인식에 1등급이 아닌 3등급의 와인은 그다지 선호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수입사에서도 뱅 드 빼이 와인은 그다지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수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뱅 드 빼이 와인은 꼭 품질이 3등급이어서가 아니라, 프랑스 등급 규정에 따르지 않고 만들어지는 와인들도 여기에 속하기 때문에 때로는 AOC 등급 와인의 뺨을 치는 보석 같은 와인들도 종종 나타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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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스 드 도마스 가삭(Mas de Daumas Gassac) 

귈렘(Guilhem)을 만든 마스 드 도마스 가삭도 이러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와이너리입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마스 드 도마스 가삭 루즈(Mas de Daumas Gassac Rouge)'와 '마스 드 도마스 가삭 블랑(Mas de Daumas Gassac Blanc)'의 경우 소비자 판매가가 10만 원을 넘어서는 고가 와인이지요. 맛과 향도 어지간한 AOC 와인으로는 따라올 수 없는 놀라운 수준을 보여줍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와인 중 대중적인 스타일로 만들어지는 와인으로 물랭 드 가삭(Moulin de Gassac) 씨리즈가 있습니다. 총 4가지 이름의 와인이 있는데, 레 그랑 떼루아(Les Grands Terroirs), 레 뱅 드 세파쥬(Les vins de cepages), 피가로(Figaro) 그리고 귈렘입니다. 귈렘은 루즈(Rouge=Red), 블랑(Blanc=White), 로제(Rose)의 3가지 타입이 있는데, 국내에는 루즈와 블랑 두 가지가 들어온 것 같습니다. 제가 시음한 것은 루즈로 시라/쉬라즈(Syrah/Shiraz) 35%, 그르나슈(Grenache) 25%, 까리냥(Carignan) 25%, 알리칸테 부쉐(Alicante Bouschet) 5%, 생쏘(Cinsaut) 10%로 만든 IGP Pay d'Oc(뱅 드 뻬이 독(Vin de Pays d'Oc))와인입니다.

 

 

3. 귈렘 루즈 시음기

오픈하면 처음에 코르크에서 약간의 시큰 달큼한 내음이 납니다. 살짝 말린듯한 붉은 과일 향이 달착지근하면서도 진하게 풍겨 나오죠. 맛을 보면 조금 시고 달며 약간의 탄닌이 혀에서 감지됩니다. 미디움과 풀바디의 중간 정도의 무거움에 부드러움을 가미한 질감이 느껴지고요, 조금 알코올 기운이 느껴지지만, 매우 미미합니다. 끝 맛이 좀 쓰지만, 오히려 기분 좋게 느껴지는 쓴맛입니다.

전체적으로 조금 시골틱하면서 둥글고 서툰 듯한 느낌을 주는데, 조선 시대의 목가구나 옹기랄까....자연스런 가운데 산도와 당도와 탄닌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좋습니다. 다만 3가지 요소가 감동을 줄 만큼은 아니고 무척 편안하게 다가서는 느낌이지요. 혀와 입안에 닿는 느낌이 확실히 매끄럽기는 한데... 아스팔트 포장길이 아니라 고운 흙을 깔고 다져서 만든 매끄러움이랄까...마치 잘 다듬은 흙길이나 잔디로 덮인 길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오픈 후 5분 정도 지난 상황에서 오히려 향은 잦아들었고 편안한 맛은 계속 유지되더군요.

프랑스 와인치고는 빠르게 제 궤도에 올라오고, 둥글둥글하고 촉촉한 느낌으로 입안에서 산도와 당도가 매우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와인입니다. 오크 향은 나되 강하지 않으며 빠르게 잦아들고, 과일 향이 좀 더 지배적인 스타일이네요. 신맛이 좀 느껴지지만 같은 가격대의 이탈리아 끼안티 와인의 날카로운 신맛이 아니라 부드러운 느낌의 신맛입니다. 그래서 신맛을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꿀떡꿀떡 잘 넘어갈 스타일의 와인입니다. 다만 뒷심이 약해서 프랑스 와인치고는 향과 맛이 오랫동안 계속 유지되지 않습니다. 최상의 상태로 유지되는 시간이 비슷한 가격대의 칠레 와인하고 비슷하군요.

올리브 오일 파스타나 진한 크림 소스의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피자, 불고기, 후라이드 치킨, 녹두전 등과 잘 어울립니다. 2009년 11월 20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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