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기초] 와인 이름은 어떻게 짓는가? - 와인 이름을 짓는 여섯 가지 방식

까브드맹 2011. 2. 1. 09:50

어느 날 선물 받은 와인을 마신 후에 그 맛에 반해서 와인 샵이나 마트 와인 코너에 가서 같은 와인을 사려는데 와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난감한 일이 있었을 겁니다. 막걸리나 약주 이름은 들으면 금방 기억하고 잘 잊히지도 않는데, 와인 이름은 왜 이렇게 외우기 어려울까요?

또 '메독' 와인이 유명하단 얘기를 듣고 와인 샵에서 메독 와인을 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와인 여러 개를 보여주면서 이게 모두 메독 와인이라고 해서 당황했던 일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대체 같은 이름을 가진 와인이 왜 이리 많은 걸까요?

아무래도 와인은 외국의 술이라 이름이 외국어이고, 이름 붙이는 방법도 우리에게 낯선 방식을 사용하기에 기억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더욱이 유럽산 와인은 와인 생산지의 지명까지 와인 이름에 들어가는 일이 많아서 지리를 모르면 더욱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와인 이름을 붙이는 패턴을 알면 와인 이름을 이해하기가 쉬워질 거고, 이름을 외우는 것도 조금 쉬워질 겁니다. 와인 이름은 대부분 아래의 여섯 가지 패턴 중 하나로 지어집니다.

1. 양조장(혹은 포도원) 명칭이 와인 이름이 되는 방식

와인을 만드는 양조장의 이름이 그대로 와인 이름이 되는 겁니다.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에서 흔히 보이는 이른바 '샤토 와인(Chateau Wine)'이 대표적입니다. 샤토(Chateau)는 성(城)을 뜻하는 프랑스어인데 보통 포도밭과 와인을 만드는 양조장 건물을 합쳐서 샤토라고 합니다. 샤토에서 생산하는 와인에는 '샤토 ○○○'이란 식의 이름을 붙이죠. 샤토 마고, 샤토 오-브리옹 등이 이런 와인입니다.

샤토 마고
(샤토 마고(Chateau Margaux))
샤토 오-브리옹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Brion))

소유주가 같아도 와인을 생산하는 샤토가 다르면 와인은 샤토의 이름을 따라갑니다.

샤토 린치-바쥬
(샤토 린치-바쥬(Chateau Lynch Bages))
샤토네프 뒤 빠프 도멘 데 세네쇼
(샤토네프 뒤 빠프 도멘 데 세네쇼(Chateauneuf-du-Pape Domaine des Senechaux))
로스탈 까즈(L'Ostal Cazes)
(로스탈 까즈(L'Ostal Cazes))

위의 와인들은 모두 장 미셸 까즈(Jean-Michell Cazes)가 소유한 샤토에서 만들지만, 와인 이름은 모두 샤토의 이름을 따릅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는 샤토의 대표적인 와인인 그랑 뱅(Grand Vin)에 샤토 이름을 붙이고, 세컨드 와인(Second Wine)에는 대개 상표명을 붙입니다.

샤토 딸보의 그랑 뱅 샤토 딸보(Chateau Talbot)
(샤토 딸보의 그랑 뱅 샤토 딸보(Chateau Talbot))
샤토 딸보의 세컨드 와인 꼬네따블 딸보(Connetable Talbot)
(샤토 딸보의 세컨드 와인 꼬네따블 딸보(Connetable Talbot))

이름 아래에는 와인을 생산한 지역의 지명을 표시하는 일이 많죠.

미국과 칠레, 호주의 소규모 와이너리 역시 자신들이 만든 와인에 와인을 만든 양조장 이름을 붙이는 일이 많습니다.

칠레 비냐 마이포의 비냐 마이포 까베르네 쇼비뇽(Vina Maipo Cabernet Sauvignon)
(칠레 비냐 마이포의 비냐 마이포 까베르네 쇼비뇽(Vina Maipo Cabernet Sauvi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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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생산지의 지명이 와인 이름이 되는 방식

와인을 생산한 지역의 지명을 와인 이름으로 붙이는 겁니다. 이런 방식은 생산지 지명 뒤에 와인 생산자(또는 양조장)의 이름이 따라붙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즉 "생산지 지명 + 와인 생산자(또는 양조장) 이름"의 형태가 되죠. 유럽 와인 중에는 생산 지역이나 포도밭 이름을 딴 것이 많고,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이런 방식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부르고뉴 와인으로 "쥬브레-샹베르땅(Gevrey-Chambertin)"이 있습니다. 꼬뜨 드 뉘(Cote de Nuits)의 쥬브레-샹베르땅 마을에서 규정에 맞춰 생산하는 와인에는 전부 "쥬브레 샹베르땅"을 붙일 수 있죠.

조셉 드루앙 쥬브레-샹베르땅
아르망 루쏘 뻬레 에 피스 쥬브레-샹베르땅
부샤 뻬레 에 피스 쥬브레-샹베르땅

위의 와인들은 모두 "쥬브레-샹베르땅" 와인입니다. 다만 생산자를 뜻하는 도멘(Domaine)이 각기 다르죠. 쥬브레-샹베르땅 뿐만 아니라 부르고뉴 와인을 살 땐 도멘 이름을 확인하고 가는 게 좋습니다. 이런 방식을 몇 개 더 알아보면

끼안티(Chianti) :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끼안티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 이탈리아 피에몬떼의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마을에서 네비올로(Nebiolo) 포도로 만드는 와인

상쎄르(Sancerre) : 프랑스 루아르 밸리(Loire Valley) 지역의 상쎄르 마을에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포도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

샤토네프-뒤-빠프(Chateauneuf-du-Pape) : 프랑스 남부 론(Southern Rhone) 지역의 샤토네프-뒤-빠프 마을에서 9종의 적포도와 9종의 청포도를 혼합해서 만드는 레드 와인

메독(Medoc) : 프랑스 보르도 메독 지역에서 만드는 와인.

등이 있습니다.

유럽 와인은 생산지에 따라 와인 병의 모양도 달라서 몇몇 생산지는 병 모양만 봐도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입니다. 보르도 와인 병은 병의 어깨가 높고 직각이며, 부르고뉴는 어깨 없이 미끄러진 형태, 론 지역은 부르고뉴와 다소 비슷하나 키가 더 작은 것이 특징입니다. 알자스 와인 병은 훨씬 더 키가 크고 날씬하면서 갈색인 것이 특징이며, 독일 와인 병은 알자스 지역과 비슷하지만, 병 색깔이 옅은 녹색이나 청색입니다.

참고로 미국 와인 중에서도 버건디(부르고뉴), 샤블리, 키안티, 샴페인처럼 프랑스의 와인 생산지 이름이 붙은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와인들은 프랑스 와인과 전혀 상관없고, 미국에 이런 지명이 있어서 그 이름을 붙인 것도 아닙니다. 맛과 향도 진짜 끼안티나 부르고뉴 와인과 완전히 다르죠. 이런 와인을 제네릭 와인(Generic Wine)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1933년에 금주법이 폐지된 후에 다시 와인을 만들면서 유럽의 유명한 와인 생산지인 끼안티, 버건디(부르고뉴), 샴페인, 샤블리 같은 곳의 지명을 도용해서 이름을 붙인 것이죠. 와인을 잘 모르는 미국에서 와인 생산자들이 잔꾀를 낸 것입니다. 한마디로 짝퉁 와인을 만든 거죠. 처음에는 사람들이 와인 이름만 보고 구매해서 인기가 좋았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3. 와인 회사 이름이 와인 이름이 되는 방식

와인 회사(혹은 양조장) 이름에 사용한 포도 종류나 생산지 지명을 붙여서 와인 이름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보통 신세계 와인에서 많이 사용하죠. 예를 들어 "산타 헬레나 버라이어탈 까베르네 소비뇽(Santa Helena Varietal Cabernet Saubignon)"이란 와인 이름은 와인 생산자인 산타 헬레나(Santa Helena)에 포도 이름인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bignon)을 붙여서 만든 겁니다.

산타 헬레나 레세르바 까베르네 소비뇽
산타 헬레나 시글로 데 오로 까베르네 소비뇽
산타 헬레나 레세르바 비오니에
산타 헬레나 그랑 비노 까르메네르
산타 헬레나 버라이어탈 까베르네 소비뇽
산타 헬레나 버라이어탈 샤르도네

위의 와인들은 모두 칠레 최대의 음료수 회사인 산타 헬레나에서 만드는 와인입니다. 기본적으로 산타 헬레나라는 이름을 쓰고 그 뒤에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등급(혹은 별칭)과 사용한 포도 품종명을 붙여서 와인 이름을 만들었죠. 미국과 호주에서도 이런 방식의 이름을 쓰는 일이 많습니다.

울프 블라스 블랙 레이블
울프 블라스 그레이 레이블 까베르네 소비뇽
울프 블라스 골드 레이블 쉬라즈
울프 블라스 프레지던트 셀렉션 까베르네 소비뇽
울프 블라스 옐로우 레이블 샤르도네
울프 블라스 레드 레이블 쉬라즈 까베르네 소비뇽
울프 블라스 화이트 레이블 언우디드 샤르도네

위의 와인들은 모두 호주의 울프 블라스(Wolf Blass)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입니다. 회사 이름에 레이블 색깔과 포도 품종명을 붙여서 이름을 지었죠. 차례로 블랙, 그레이, 골드, 프레지던트 셀렉션, 옐로우, 레드, 화이트 레이블이며 블랙이 제일 고급 와인입니다.

 

 

4. 상표가 와인 이름이 되는 방식

와인에 상표를 붙이는 방식입니다. 신세계 와인에서 이런 방식을 종종 볼 수 있죠.

칠레 앤시알 와이너리의 "쿠엔(Kuyen)". '달'이라는 뜻입니다.
(칠레 앤시알 와이너리의 "쿠엔(Kuyen)". '달'이라는 뜻입니다)
칠레 산 페드로(San Pedro)의 "가토 네그로(Gato Negro)". 검은 고양이라는 뜻이죠
(칠레 산 페드로(San Pedro)의 "가토 네그로(Gato Negro)". 검은 고양이라는 뜻이죠)

하지만 샤토 무통 로칠드에서 만드는 무통 까데(Mouton Cadet)나 스페인 토레스의 그랑 비냐 솔(Gran Vina Sol)처럼 구세계 와인에서도 이런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무통 까데(Mouton Cadet). '무통의 막내'라는 뜻입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에서 만드는 무통 까데(Mouton Cadet). '무통의 막내'라는 뜻입니다)
그랑 비냐 솔(Gran Vina Sol). "위대한 태양의 와인"이라는 뜻이죠
(스페인 토레스(Torres)의 그랑 비냐 솔(Gran Vina Sol). "위대한 태양의 와인"이라는 뜻이죠)

상표 뒤에 포도 이름을 붙여서 제품을 구분하기도 하고, 지명을 붙여서 구분하기도 합니다. 붙은 이름은 대개 유래가 있는 일이 많고, 그 유래를 알면 와인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최초로 샴페인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수도승의 이름을 딴 "돔 페리뇽(Dom Pérignon)" 같은 와인이 그런 것입니다.

이 방식의 와인 중에선 상표가 특허로 등록된 것도 있습니다. 타피스트리(Tapestry), 코넌드럼(Conundrum), 인시그니아(Insignia), 트릴로지(Trilogy)가 그런 와인이죠. 이 와인들의 이름은 생산자가 자신의 특별한 와인에 붙인 특허 등록명입니다. 따라서 다른 생산자는 이 이름을 쓸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특허 등록명이 붙은 와인들은 대개 몇 종류의 포도를 섞어서 만들며, 생산량은 소량으로 무척 비쌉니다. 품질은 당연히 대단히 뛰어나죠.

 

 

5. 포도 품종명이 와인 이름이 되는 방식

와인에 사용하는 포도의 품종명을 이름으로 쓰는 방식입니다. 와인의 레이블에 포도 이름을 크게 쓰고, 아래나 위에 와이너리의 이름을 작게 적은 것이 많죠.

까사 도노소 레세르바 까베르네 소비뇽
아구스티노스 레세르바 소비뇽 블랑

와인 레이블에 포도 품종명을 적으려면 유럽 국가(정확히 말하자면 EU의 국가들)에서는 레이블에 적은 포도를 최소 85% 이상, 호주에서는 80% 이상 사용해야 합니다. 미국은 주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캘리포니아에서는 75% 이상 사용해야 하죠. 유럽산 와인은 사용한 포도가 지역마다 법률로 지정된 포도가 아니라면 레이블에 포도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6. 전설이나 일화에서 유래한 이름이 붙는 방식

와인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는 와인과 관련된 역사적인 이야기나 와인 탄생과 얽힌 일화 등이 많습니다. 그런 사건이 유래가 되어서 와인 이름이 붙기도 하죠. 이탈리아의 "에스트!에스트!에스트!"가 대표적인 와인입니다.

'여기다!'란 뜻의 Est!Est!Est!
('여기다!'란 뜻의 Est!Est!Est!)

에스트!에스트!에스트!의 유래에 대해선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역사] 와인따라 전설따라 - Est! Est! Est!

....저녁놀로 붉게 물들어가는 거리 사이로 한 사내가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이곳은 로마 북쪽의 몬테피아스코네(Montefiascone). 대로 근처의 여관에서 이제 막 오크통을 따서 와인을 옮겨 담고

aligalsa.tistory.com

 

 

와인 생산자는 한 가지 방식만 사용해서 와인 이름을 붙이지 않고, 와인에 따라 위의 6가지 방식을 골고루 사용합니다.

보네가 베네가스 말벡
보데가 베네가스 돈 티부르치오
보데가 베네가스 후안 베네가스 말벡

위의 세 와인은 모두 아르헨티나의 보데가 베네가스(Bodega Benegas)에서 만드는 와인입니다. 가장 고급인 베네가스 말벡(Benegas Malbec)은 와인 회사 이름 방식을, 돈 티부르치오(Don Tiburcio)와 후안 베네가스(Juan Benegas)는 상표 방식을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죠.

이렇게 와인 이름이 짓는 6가지 방식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위 내용을 이해하고 와인 레이블을 보면 와인 이름이 뭘 뜻하는지 조금은 더 잘 아실 수 있게 될 거고, 와인 이름을 외우는 데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