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보르도 AOC 와인, 무통의 막내 양 - Mouton Cadet 2005

까브드맹 2011. 3. 5. 06:16

무통 까데 2005
(레이블에 쓰인 문구는 바론 드 필립의 시로 "Wine, born, it lives, but die it does not, in Man it lives on.."라는 뜻)

1. 무통 까데

"연간 1,600만 병이 팔리는 와인" 

"명실 공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보르도 AOC 와인" 

"단일 브랜드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와인" 

모두 무통 까데(Mouton Cadet)를 말할 때 나오는 이야기들입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에서 만드는 무통 까데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와인으로 처음엔 보르도 메독(Medoc) 지역의 5대 샤토 중 하나인 샤토 무통 로칠드의 세컨드 와인으로 생산된 와인이었습니다. 현재는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했으며, 샤토 무통 로칠드의 세컨드 와인은 르 쁘띠 무통(Le Petit Mouton)이죠. 

무통 까데는 처음부터 의도하고 만든 와인은 아니었습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에선 무통 까데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죠. 하지만 1927년의 일기 불순으로 보르도 포도 농사는 엉망이었고,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에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샤토 무통 로칠드의 이름은 도저히 붙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샤토 무통 로칠드에서는 와인에 '까루아드 드 무통(Carruades de Mouton)'이란 이름을 붙이고 가격을 대폭 낮춰서 판매합니다. 이때만 해도 이 와인이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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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과 1929년은 포도 농사가 매우 잘되어서 훌륭한 와인을 만들 수 있었지만, 1930년부터 1932년까지 또다시 닥쳐온 악천후로 인해 보르도 메독 지역의 포도 농사는 또 한 번 엉망이 됩니다. 이때 샤토 무통 로칠드의 소유주였던 필립 드 로칠드(Philippe de Rothchild) 남작은 자신의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에 샤토 무통 로칠드란 이름을 붙이기를 포기합니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못한 와인에 1등급 와인인 샤토 무통 로칠드의 이름을 붙일 순 없었던 것이죠. 대신 이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에 계속 까루아드 드 무통의 이름을 붙여서 판매하다가 1932년에 무통 까데(Mouton Cadet)라는 이름으로 바꿉니다. 까데(Cadet)는 '막내'라는 뜻인데 필립 드 로칠드 남작이 막내였기에 붙인 이름이랍니다.

무통 까데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끕니다. 품질은 당연히 샤토 무통 로칠드보다 못하지만, 샤토 무통 로칠드의 와인 양조 기술로 만들어서 가격과 비교해서 품질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었죠. 무통 까데가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것을 지켜본 샤토 무통 로칠드는 포도 작황이 좋은 해에도 계속 무통 까데를 생산했고, 나중에는 별도의 브랜드로 독립해서 관리합니다. 무통 까데는 1947년에 보르도(Bordeaux) AOC(지역 명칭 통제)를 쓸 수 있는 자격을 얻었고, 이때부터 무통 까데 생산에 들어가는 많은 양의 포도를 공급하려고 메독을 벗어나서 보르도 남동쪽에 있는 앙트르 드 메르(Entre-Deux-Mers) 지역의 포도까지 쓰게 됩니다.

 

 

무통 까데는 1950년대와 60년대에 영국과 미국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했고 1970년대에 화이트 와인이 추가되었습니다. 마침내 1975년에는 전 세계에서 3백만 병의 판매고를 올리게 되죠. 1990년에는 프랑스 '칸(Cannes) 국제 영화제'의 공식 와인으로 선정되어 다시 한번 주가를 올렸고, 1996년엔 무통 까데의 고급형인 리저브 무통 까데(Reserve Mouton Cadet)가 메독 AOC를 달고 출시됩니다. 1999년에는 리저브 무통 까데 화이트 와인이 그라브(Graves) AOC를 달고 나오게 되죠.

2002년에 전 세계 1,500만 병의 판매고를 달성한 무통 까데는 2004년부터 다시 디자인한 레이블을 사용하는데, 현재 우리가 보는 레이블은 이때 재디자인한 것입니다. 2007년에는 무통 까데 로제(Mouton Cadet Rose)가 추가되고, 쌩-테밀리옹(Saint-Émilion), 소떼른(Sauternes), 그라브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 3종의 리저브급 와인이 더해집니다. 

현재 무통 까데의 이름으로 나오는 와인의 리스트와 품종 비율, 숙성 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Mouton Cadet 

① Mouton Cadet Red : Merlot 65%, Cabernet Sauvignon 20%, Cabernet Franc 15%. 6~10개월 오크 숙성 

② Mouton Cadet White : Sauvignon Blanc 65%, Semillon 30%, Muscadelle 5%. 4개월 오크 숙성 

③ Le Rosé de Mouton Cadet : Merlot 65%, Cabernet Franc 20%, Cabernet Sauvignon 15%. 4개월 오크 숙성 

2) Réserve Mouton Cadet 

① Réserve Mouton Cadet Médoc : Cabernet Sauvignon 50%, Merlot 45%, Cabernet Franc 5%. 12개월 오크 숙성 

② Réserve Mouton Cadet Saint-Émilion : Merlot 80%, Cabernet Sauvignon 10%, Cabernet Franc 10%. 12개월 오크 숙성 

③ Réserve Mouton Cadet Graves Rouge : Cabernet Sauvignon 45%, Merlot 40%, Cabernet Franc 15%. 12개월 오크 숙성 

④ Réserve Mouton Cadet Graves Blanc : Semillon 50%, Sauvignon Blanc 45%, Muscadelle 5%. 4개월 오크 숙성 

⑤ Réserve Mouton Cadet Sauternes : Semillon 80%, Sauvignon Blanc 15%, Muscadelle 5%. 20개월 오크 숙성

 

 

무통 까데는 2009 부산 국제광고제의 개회식과 폐막식의 공식 건배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무통 까데 홈페이지에는 무통 까데 레드와 어울리는 음식으로 아래와 같은 것을 제안합니다.

- 소의 허리살 부위인 필레 미뇽(filet mignon) 스테이크 

- 치즈 수플레 

- 잣과 버섯을 곁들인 비둘기구이 

- 봄철 채소를 곁들인 어린양 스튜 

- 돌버섯을 곁들인 송아지 가슴살 구이 

- 레드 와인 소스를 뿌린 참치 

- 오리고기를 쓴 고기만두 

- 순무의 어린잎을 곁들인 토끼 등살 요리 

- 허브를 곁들인 잘게 썬 양고기 

- 어린 토끼 요리 

대부분 우리나라에선 먹기 힘든 요리라 아쉽군요. 소갈비와 양 갈비, 고기 만두, 기타 고기 요리에도 잘 어울린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무통 까데 보르도 2005 빈티지는 메를로(Merlot) 65%에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20%,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5%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깨끗하고 짙으며 잔과 닿은 부분은 자주색입니다. 처음엔 검은 과일과 바닐라, 구수한 느낌을 주는 향이 나옵니다. 초반엔 단조롭다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다양한 향이 복합적으로 나오는데 과일보다 허브와 생나무의 향이 강해집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구수한 향이 늘어나며 붉은 과일향도 조금씩 늘어납니다.

살짝 거친 부분도 있지만, 질감은 대체로 부드럽습니다. 탄닌은 떫은 기운이 그리 강하지 않고 미디엄과 풀 바디 사이의 밀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프랑스 와인답게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산미가 제법 강합니다. 무게감 있는 질감과 어울리는 검은 과일과 나무 풍미는 매혹적일 정도는 아니라도 꽤 맛있습니다. 시간에 따라 맛이 좋아지지만, 반비례해서 무게감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가볍고 마시기 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개봉 후 바로 마셔도 좋지만, 적어도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맛이 가장 좋아지므로 조금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운은 가격에 맞게 적당히 길게 이어집니다. 과일과 나무 풍미가 자취를 남기며 깊이도 제법 깊군요.

탄닌과 알코올, 산도, 향, 질감, 무게감 등이 서로 균형을 이루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 그게 뭔지 떠오르지 않네요. 감동적인 느낌을 받기엔 조금 부족해도 가격을 놓고 보면 아주 좋습니다. 그냥 마시기에도 좋고 음식과 함께 하면 더욱 좋죠.

개인적인 평가는 C-로 맛과 향이 좋은 와인입니다. 2011년 2월 17일 시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