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역사

[역사] 와인따라 전설따라 - Est! Est! Est!

까브드맹 2009. 10. 4. 23:58

에스뜨! 에스뜨! 에스뜨! 디 몬테피아스코네 와인

....저녁놀로 붉게 물들어가는 거리 사이로 한 사내가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이곳은 로마 북쪽의 몬테피아스코네(Montefiascone). 대로 근처의 여관에서 이제 막 오크통을 따서 와인을 옮겨 담고 있었는지, 신선한 과일의 향기가 거리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향기를 맡은 사내는 홀린 듯이 여관으로 들어갔다. 사내가 자리에 앉자 여관 주인은 와인이 담긴 병을 가져왔고, 사내는 와인을 잔에 따라 향을 맡은 후 목구멍으로 넘겼다. 순간, 사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품에서 펜을 꺼내 여관의 벽에 빠르게 글씨를 써나갔다.

'Est! Est! Est!'

며칠 뒤 독일에서 한 주교가 로마로 가기 위해 이 마을에 들르게 되었다. 어서 오시라는 여관들을 뒤로하고 주교는 오로지 여관의 벽만을 살펴보며 나아갔다. 

"오, 여긴가?"

주교가 발을 멈춘 곳은 'Est! Est! Est!'라는 글씨가 새겨진 여관이었다.

에스뜨! 에스뜨! 에스뜨!(Est! Est! Est!)는 로마 북쪽의 몬테피아스코네에서 만드는 와인입니다. 전설에 나오는 주교는 와인에 조예 깊은 독일의 요하네스 데푸크(Johannes Defuk) 주교이죠. 그는 1111년에 독일의 엔리꼬 5세(Enrico Ⅴ)가 교황 빠스꽐레 2세(Pasquale Ⅱ)로부터 신성로마제국의 왕관을 받으러 갈 때 함께 로마로 가던 중 몬테피아스코네 지역을 거쳐 가게 되었습니다. 주교는 하인인 마르띠노(Martino)를 먼저 보내 와인이 맛있는 여관을 알아보고, 와인이 맛있으면 여관의 벽에 '에스뜨(Est)'라고 적어놓으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Est는 영어로 'It is'. 바로 '여기다'라는 뜻입니다. 마르띠노는 마을에 도착해서 와인 맛을 보고 너무 좋은 나머지 Est를 세 개나 연달아 적었고, 나중에 마을에 도착한 주교는 와인을 시음한 후에 몬테피아스코네에서의 일정을 3일간이나 연장해서 하인의 말이 참말이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에스뜨! 에스뜨! 에스뜨!'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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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와인을 사랑했던 요하네스 데푸크 주교는 훗날 과도한 음주로 인해 사망했는데, 그의 묘비명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쓰여있다고 합니다.

"지나친 에스뜨!로 인해 요하네스 데푸크 주교 여기 잠들다."

예전에 에스뜨! 에스뜨! 에스뜨!를 마셔본 적이 있었습니다. 다시 사진을 꺼내 레이블을 보니 레이블 그림이 전설의 한 장면을 그려놓은 것이군요. 

Est! Est! Est!는 트레비아노(Trebbiano) 60%, 말바시아(Malvasia) 30% 그리고 로스체토(Roscetto) 10%를 섞어서 만든 화이트 와인이며 서양배와 멜론의 향이 난다고 합니다. 예전에 써놓은 글을 보니 단맛이 있는 와인이었던 것 같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시음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