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2 스페인 와인 시음회
지난 2012년 5월 22일 화요일 오후에 논현동에 위치한 WSET(Wine & Spirits Education Trust) 교육 기관인 와인비전(Wine Vision)에서 kNj 와인 앤 스피리츠사와 함께 스페인 와인 시음회를 열었습니다. 와인비전과 kNj 와인 앤 스피리츠는 작년 3월에도 뛰어난 스페인 와인 7종을 대상으로 시음회를 열었죠. 당시 시음회에 대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참조글 : kNj Wine & Spirits 스페인 와인 시음회
이번 시음회는 작년 시음회보다 와인 숫자는 줄었지만, 전체적인 퀄리티는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베르데호(Verdejo)로 만든 화이트 와인 1종과 레드 와인 4종이 나왔고, 나중에 예정에 없던 레드 와인 1종이 추가되어 총 6종의 와인을 맛볼 수 있었죠.
이날 마신 스페인 레드 와인은 대부분 모던 스타일이었습니다. 블랙 체리나 블랙베리 같은 검은 과일향이 진하고, 여기에 오크와 스위트 스파이스, 초콜릿, 커피의 향이 곁들여지며, 포도 껍질과 오크에서 빠져나온 탄닌은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했습니다. 진하고 묵직한 바디감 역시 모던 스타일 와인의 특징을 잘 보여주더군요. 진한 향을 가진 묵직하고 부드러운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꽤 마음에 들어 할 스타일의 와인들이었습니다.
2. 시음 와인
이날 시음한 와인들의 사진과 간략한 특징, 그리고 수입사의 파이널 노트를 올려봅니다.
1. 비네도스 싱글라레스 아포르투나도 베르데호(Vinedos Singulares Afortunado Verdejo) 2011
매우 청명한 골드빛이 뛰어나며 아주 신선한 시트러스 향이 입안 한가득 다가온다. 좋은 열대 과일을 마시는 느낌의 와인이다. 베르데호 100%.
● Final Note
베르데호는 정말 맛있는 화이트 품종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으로 그동안 한국에서 흔하게 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 단점이란 오래가지 않는 생명력이다. 하지만 현대의 최신 와인 기술이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게 만들었으며, 이제 우리는 좋은 베르데호를 맛볼 수 있다. 아포르투나도는 정말 신선하다. 좋은 열대 과일을 입안 가득 마시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트러스의 느낌을 제대로 보여준다. 한 가지 더 좋은 점은 올드 바인(Old Vine)의 힘이다. 마무리가 싱겁지 않다. 그렇다고 묵직하지도 않다. 편안하다.
2. 세뇨리오 데 산 빈센티(Senorio de San Vicente) 2007
모카향, 블랙 체리향, 초콜릿향을 바탕으로 다양한 느낌의 과일과 꽃향이 화려하며, 진한 바디감이 느껴지고, 진한 탄닌감이 좋다. 뗌프라니요 100%
● Final Note
에구렌 패밀리(Eguren Family)의 첫 번째 와이너리이자 가장 대표적인 싱글 빈야드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와인으로 뽀므롤 스타일의 와인이다. 진한 모카향, 블랙 체리향, 그리고 초콜릿 향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과일향과 꽃향 역시 좋으며 진한 바디감과 탄닌감이 매우 인상적이다.
3. 테소 라 몬자 빅토리노(Teso la Monja Victorino) 2008
시럽 같은 농도감과 짙은 색감이 인상적이며 검붉은 과일향과 스파이시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강인한 탄닌감과 올드 바인 만의 부드러우며 강인한 잔상 또한 인상적이다. 수령 45년 이상의 띤타 데 토로(Tinta de Toro)를 100% 사용하여 만들었다.
● Final Note
마르코스 에구렌(Marcos Eguren)의 새로운 작품이며 테소 라 몬자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와인이라 생각된다. 빅토리노는 강인함을 바탕으로 한 와인이다. 와인잔을 코팅하는 듯한 질감이 매우 좋으며, 검붉은 색감을 바탕으로 농익은 과일향과 탄닌감, 스파이시함이 와인을 지배한다. 강인하고 오래가는 잔상 역시 이 와인의 큰 특징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파 밸리의 컬트 또는 가라지 와인과 비교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4. 보데가 아테까 아테까 아르마스(Bodegas Ateca Ateca Armas) 2007
매우 검붉은 가르나차(Garnacha)의 모습이 색감으로 진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매우 농익은 과일향과 그 뒤를 따르는 농축된 느낌의 에스프레소향이 매우 인상적이다. 올드 바인 가르나챠 100%.
● Final Note
아주 생소한 지역인 깔라따유드(Calatayud) 지역의 생소한 품종인 가르나챠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이 생소한 품종이 이제는 정말이지 뗌프라니요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품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품종은 아니었다. 지나친 달콤함과 넘쳐나는 과일향이 항상 좀 뭔가 오버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 품종이나 아테까 아르마스를 접하면 전혀 다른 느낌의 와인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올드 바인의 품격이 와인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잘 보여준다. 와인에 대한 설명보다는 직접 마셔 봄이 좋은 와인이다.
5. 보데가스 엘 니도 끌리오(Bodegas El Nido Clio) 2008
잘 구운 원두향의 마무리가 백미이며, 진한 체리향과 잘 익은 과일향을 바탕으로 강인한 와인의 진수를 보여준다. 수령 60년 이상의 올드 바인 모나스트렐(Monastrell) 70%와 수령 25년의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30%를 블랜딩 해서 만들었다.
● Final Note
와인잔에 비친 끌리오는 진한 코팅막을 연상시킨다. 투명한 퍼플의 색감이 눈을 즐겁게 하며 진한 과일향, 특히 체리향이 일품이다. 더불어 가죽향, 다양한 향신료 등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오랜 시간 입안에 남는 여운과 잘 구워진 원두향의 마무리가 매우 뛰어난 와인이다.
6. 보데가스 후안 길 호노로 베라 가르나차(Bodegas Juan Gil Honoro Vera Garnacha) 2010
이 와인은 원래 시음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참고 자료가 없었습니다.
각 와인에 대한 제 시음기는 나중에 와인별로 따로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