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회&강좌

[시음회] kNj Wine & Spirits 스페인 와인 시음회

까브드맹 2011. 3. 30. 15:28

WSET 교육기관인 와인비젼이 위치한 건물
(시음회가 열렸던 WSET 교육기관인 와인비젼이 위치한 건물입니다. 와인비젼은 이 건물 4층과 5층에 있습니다.)

지난 2011년 3월 29일 오후 7시에 논현동에 위치한 WSET(Wine & Spirits Education Trust) 교육 기관인 와인비젼(Wine Vision)에서 kNj 와인 앤 스피리츠사가 수입하는 스페인 와인 시음회가 있었습니다. 저도 초대 받아 참석했는데 시음회 참여 인원은 총 10명으로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로 진행되다보니 수입사 사장님의 설명도 잘 들을 수 있었고, 참석자간 의견 교환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무척 알찬 시간이었죠. 시음 시간은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총 3시간 정도였는데 적절한 타이밍으로 서빙되는 와인과 여기에 이어진 상세하고 재미있는 설명으로 인해 마치 1시간 밖에 안 지난 것처럼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더군요.

시음회에 나온 와인들은 스페인 각지에서 생산된 것들로 지역별로 각 1종씩 총 7종이었습니다. 스파클링 와인인 까바가 1종, 스페인의 특산 품종인 뗌프라니요로 만든 레드 와인 4종, 요즘 스페인에서 재배 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모나스트렐(Monastrell)로 만든 레드 와인 1종, 마지막으로 스페인의 유명한 강화 와인인  셰리(Sherry) 중 아몬띠야도 1종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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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한 와인의 사진과 수입사의 와인 시음 노트, 그리고 제가 느꼈던 점을 아래에 간략히 적어보겠습니다.

● Vallformosa Clasic Brut

Vallformosa Clasic Brut

이 와인은 정식 시음 와인은 아니었고, 시음회 전에 담소를 나눌 때 제공된 와인이었습니다.

▶개인적인 평

사과와 열대 과일의 풍미, 꽃 내음, 그리고 살짝 구수한 이스트 향이 납니다. 제법 힘이 느껴지는 탄산은 입안에 상쾌함을 부여하고요. 본격적인 시음에 앞서 사람들의 기분을 돋우는 데 아주 적절했던 와인이었습니다.

● Bodegas Ercavio Tempranillo Roble & Casa Bayo 2009

Bodegas Ercavio Tempranillo Roble & Casa Bayo 2009

▷수입사의 시음 노트

와인의 품질은 일단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고가의 와인일수록 와인메이커의 정성과 손길을 바탕으로 좋은 포도와 수 많은 관심과 애정 속에서 저가의 와인과 다른 품격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우리는 가끔 이러한 상식을 조금은 벗어난 와인들을 만나게 된다. 에르까비오 뗌프라니요 로블 역시 그러한 와인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좋은 색감, 바디감, 더불어 너무나 인상적인 마무리까지. 좋은 가격에 좋은 와인이란 느낌이 든다.

▶개인적인 평

신선하고 달콤한 서양자두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와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과일향이 강조되다 보니 오크 계열의 향이 약한 것이 불만이지만, 신선한 과일 풍미의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강력 추천합니다.

 

 

● Bodegas Juan Gil Silver Label 2008

Bodegas Juan Gil Silver Label 2008

▷수입사의 시음 노트

개인적으로 후안 길(Juan Gil)을 알기 전까지 모나스트렐을 그리 선호하지 않았다. 이제는 많이 달라진 듯 하다. 실버 라벨이 가지는 파워와 농익은 과일향, 그리고 오크의 편안함을 느낀 후 모나스트렐의 우수성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후안 길 실버 라벨은 전반적으로 농후한 느낌의 와인이다. 40년 이상의 올드 바인(Old Vine)에서 느껴지는 농후함에 짙은 바디감과 과일향, 그리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오크의 마무리가 마시는 이에게 아주 큰 편안함을 준다.

▶개인적인 평

모나스트렐은 종종 짠맛이 동반되는 세이버리한 풍미가 강한 경우가 많아 개인적으로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후안 길은 예외입니다. 소나무 풍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개성적이고 독특한 풍미가 있으며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입에 걸리는 부분 없이 술술 잘 들어가는 와인으로 나무 계열의 풍미가 강한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 Bodegas Eguren Teso la Monja Almirez 2008

Bodegas Eguren Teso la Monja Almirez 2008

▷수입사의 시음 노트

테소 라 몬자(Teso la Monja)의 와인 중 가장 가치있는 와인이 아닌가 한다. 나에게 있어 훌륭한 와인이란 접근하기 부담없는 와인이란 조건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알미레즈(Almirez)는 이러한 면에서 매우 뛰어나다. 좋은 발란스를 바탕으로 토로(Toro) 와인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마르코스 에구렌(Marcos Eguren)의 와인 철학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검붉고 맑은 색감과 와인잔을 코팅한 듯 흐르는 눈물이 매우 아름다우며 농익은 과일향과 오크향의 발란스가 매우 좋으며 탄닌을 바탕으로 한 긴 잔상이 매우 인상적이다. 좋은 가격에 와인메이커의 철학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와인임에 틀림없다.

▶개인적인 평

실크처럼 매끄럽고 탄탄한 질감이 일품이며 서양 자두가 연상되는 검붉은 과일향도 아주 향긋합니다. 맑고 명랑한 젊은 청년이 연상되는 싱그러운 풍미와 은근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직 어리다고 보며 숙성을 거치면서 좀 더 성장할 여지가 많은 와인입니다.

 

 

● Bodegas Eguren El Puntido 2005

Bodegas Eguren El Puntido 2005

▷수입사의 시음 노트

엘 뿐티도(El Puntido)의 가장 큰 특징은 싱글 빈야드, 철저한 수작업, 그리고 프렌치 오크 발효(French Oak Fermentation)를 통해 나타나진다. 특히, 마르코스 에구렌의 와인 중 프렌치 오크만을 이용한 발효는 엘 뿐티도가 시작이며 이러한 방식이 부드러움을 간직한 모던 리오하 와인을 만들어낸다. 더욱이 와이너리의 저장시설은 최고의 숙성 조건을 만족시킨다. 와인을 살펴보면 검디 검붉은 색감이 매우 인상적이며 코코아, 바닐라, 모카, 캬라멜 향이 농익은 과일향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와인이며 은은한 잔향이 입안 가득 남아있는 특징이 있다.

▶개인적인 평

섬세하고 우아하다는 것이 무엇인가 보여주는 와인으로 이날 시음 와인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저는 보통 좋은 레드 와인을 마시면 남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 와인은 바로 여성의 이미지가 떠오르더군요. 상냥하지만 안으로 강인한 힘을 가진, 지혜로운 숙녀를 떠올리게 하는 와인입니다.

● Bodegas Emilio Moro Malleolus 2006

Bodegas Emilio Moro Malleolus 2006

▷수입사의 시음 노트

말레루스(Malleolus)란 빈야드(Vineyard)를 의미한다. 에밀리오 모로(Emilio Moro)에게는 싱글 빈야드(Single Vineyard)를 의미하며 와인메이커의 자신감이 아닌가 생각된다. 더불어 에밀리오 모로만의 전통이 이어져 말레루스는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를 대표할 와인이 되었다. 말레루스는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부드러움과 함께 강인함이 매우 인상적이다. 짙은 색감과 더불어 커피향과 카카오향이 조화를 이루며 이와 함께 매우 짙은 베리향이 따라온다. 강한 탄닌감과 약간의 발사믹한 느낌이 매우 좋으며 오크향의 마무리가 매우 인상적이다.

▶개인적인 평

처음에는 밋밋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일과 나무의 향이 조화를 이루며 계속 피어오르는 와인입니다. 맛도 아울러서 상승하기 때문에 첫 모습만 가지고 판단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겁니다. 균형이 잘 갖춰진 조화로운 풍미를 지닌 와인입니다.

 

 

● Valdespino Contrabandista Amontillado Sherry

Valdespino Contrabandista Amontillado Sherry

▷수입사의 시음 노트

세익스피어는 작품 '헨리 4세'에서 "자신의 자식이 수천이라면...(중략)... 쉐리에 중독되도록 가르치겠다."란 표현을 했다. 당시 세익스피어는 드라이 피노 쉐리(Dry Fino Sherry)를 마셨을 것이다. 난 이 말에 50% 정도만 동의한다. 나 역시 피노를 좋아하지만 중독이란 단어를 쓸 만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트라반디스타 아몬띠야도를 말하는 것이라면 90% 이상 동의할 수 있다. 그만큼 콘트라반디스타 아몬띠야도는 많은 매력이 있다.

콘트라반디스타는 헤이즐넛향이 가득하다. 헤이즐넛 커피를 마시는 듯 하다. 입안에서의 느낌 역시 부드러운 좋은 바디감과 가벼운 달콤함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있다. 마시는 동안 끊임없이 느껴지는 헤이즐넛향은 정말 매력적이다. 더불어 가벼운 스파이시함과 달콤함은 어느 음식이나 언더락 또는 차갑게 즐기기에 부담 없이 다가간다.

▶개인적인 평

피노를 산화시켜 만드는 아몬띠야도는 짙은 호박색과 견과류 비슷한 풍미를 지닌 강화와인입니다. 수출용 아몬띠야도는 당도를 높여서 판매하는데요, 그래서인지 건포도 같은 말린 과일향에 캬라멜 같은 달콤한 향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견과류의 향도 느껴지지요. 독특하게도 누룩향이나 말린 구기자 같은 동양적인 내음도 납니다.

이상 이날 마신 7종 와인의 간단한 평을 적어보았습니다. 좀 더 상세한 시음 내용은 차후 각 와인별 포스트를 통해 말씀드리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