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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회] 제2회 와인 테이스팅 세션 시음회 - 와인의 평가 기준 '중저가 보르도 레드 와인'

까브드맹 2013. 3. 28. 05:55

와인 평가 사이트인 ‘와인 리퍼블릭(Wine Republic)’이 주관하는 제2회 테이스팅 세션 시음회가 2011년 10월 28일 금요일 저녁 7시에 1차 시음회와 동일한 장소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나무와 벽돌’ 건물 4층 와인비전(Winevision) 교육장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시음회는 보르도 지역의 중저가 와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지난 1차 시음회처럼 패널들에게 시음 주제와 와인 종류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참석한 패널들은 앞에 놓인 와인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체 평가했고, 오로지 자신의 감각을 총동원하여 시음한 후 평가지에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시음은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패널들은 각 와인의 평가 점수를 와인 리퍼블릭에 제출했습니다.

와인의 대명사 보르도, 보르도 레드 와인

전 세계적으로 와인 브랜드는 수만 가지에 이르며 국내에 들어온 것만 해도 수천 종이 넘습니다. 이렇듯 아주 다양한 와인을 눈앞에 두면 소비자는 어떤 와인을 사야 할지 망설이고 헷갈리기 마련이죠. 이러한 소비자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려고 외국에선 수많은 와인 평론가와 와인 잡지가 자체적으로 와인을 평가해서 그 결과를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와인 평론가로는 영국의 젠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과 미국의 로버트 파커 주니어(Robert M. Parker Jr.)를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웹사이트와 정기 간행물로 자신이 시음한 와인에 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있죠. 와인에 관한 저명한 잡지로는 영국의 디캔터(decanter)와 미국의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잡지들도 소비자에게 와인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국내에선 와인 리뷰(Wine Review)라는 잡지가 오래전부터 여러 패널을 초대해 와인을 시음하고 평가한 내용을 다달이 기사에 싣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와인 애호가와 전문가들이 와인을 시음하고 순위를 매긴 기사가 와인 컨슈머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매월 신문에 실리고 있죠. 이러한 기사들은 소비자가 와인을 구매할 때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으니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 아주 좋습니다. 다만 각자 입맛이 다르므로 누구에게나 100% 맞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공정한 평가를 거쳐 찾아낸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와인을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소개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와인 리퍼블릭 역시 소비자가 와인을 구매할 때 다른 어느 곳보다 좋은 정보를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와인 리퍼블릭이 선택한 두 번째 테이스팅 세션 시음회의 주제는 ‘중저가 보르도 레드 와인’입니다.

두 번째 시음회 주제를 보르도 레드 와인으로 정한 것은 국내의 와인 소비자가 레드 와인을 매우 선호하는 한편으로 프랑스 보르도의 레드 와인이 와인의 대명사 같은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지역 와인에 관한 올바른 평가와 정보가 소비자의 와인 구매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 것이죠.

아울러 보르도는 와인 리퍼블릭의 패널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보르도 레드 와인은 패널들이 자주 마셔본 와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더욱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주최측은 주제에 맞춰 아홉 가지 와인을 선별했습니다. 언론에서 자주 언급한 와인도 있고 아직 덜 알려진 와인도 있지만, 대부분 와인 매장과 대형 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이 와인 중에는 가격이 4만 원대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소비자 가격 2~3만 원대의 와인으로 구매할 때 큰 부담이 가지 않는 것들입니다.

다만 고급 와인 하나를 조커(Joker)처럼 숨겨진 존재로 집어넣었습니다. 시음에 재미를 주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과연 고가 와인이 가격에 걸맞은 뛰어난 맛과 향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목적도 있었죠.

이번 와인 시음에 적용한 평가 항목과 배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와인의 균형(Balance) : 30점

② 와인의 구조(Structure) : 20점

③ 와인의 강도(Intensity) : 15점

④ 와인의 여운(Length)  : 10점

⑤ 와인의 복합성(Complexity) : 15점

⑥ 와인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Overall Impression) : 10점

이 채점 항목과 기준은 지난번 1차 시음회 때 나온 의견을 받아들여 발전시킨 것으로 나중에 채점한 점수를 살펴보니 1차 때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하나의 와인에 대한 패널들의 점수 차가 너무 크지 않은 것이 좋았고, 한 명의 패널이 채점한 여러 와인의 점수 차도 지나치게 크지 않은 것이 눈여겨볼 만한 사항이었습니다. 합리적인 항목 선정과 적절한 점수 배분으로 일관적이면서 합리적인 점수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추후 수정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상태에서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2회 테이스팅 세션 시음회 결과

이번 시음회의 와인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시음은 리스트에 나온 순서대로 진행되었습니다.

① 미쉘 린치 보르도(Michel Lynch Bordeaux) 2008

② 깔베 리저브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Calvet Reserve Merlot Cabernet Sauvignon) 2009

③ 샤토 기봉(Chateau Guibon) 2006

④ 두르뜨 그랑 테루아 쌩-테밀리옹(Dourthe Grands Terroirs Saint-Emilion) 2008

⑤ 샤토 바라일(Chateau Barrail) 2009

⑥ 샤토 말바(Chateau Malbat) 2009

⑦ 샤토 메일라드(Chateau Maillard) 2006

⑧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 2004

⑨ 크리스티앙 무엑스 메를로(Christian Moueix Merlot) 2005

⑩ 바롱 드 레스탁 보르도(Baron de Lestac Bordeaux) 2009

시음과 평가를 끝낸 다음 점수를 집계해보니 같은 지역에 비슷한 가격의 와인이라도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 만든 와인이라고 생각한 패널도 있을 만큼 와인들은 다양한 맛과 향을 갖고 있었죠. 확실히 와인의 세계는 다양하고 오묘하다는 점이 이번 시음회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입니다.

상세한 내용은 아래에 적은 각 와인의 평가 내용을 참조하세요. 다만 각 와인에 대해 패널들이 매긴 점수와 순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니 시음 노트를 살펴보고 본인의 입맛에 가장 맞겠다는 생각이 드는 와인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전부 시음해 본 후 고른다면 더욱더 좋을 거고요.

재미있는 결과가 하나 나왔는데 고가 와인은 단순히 유명세와 마케팅 때문에 높이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그 만큼의 품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패널들은 시음 와인 사이에 샤토 무통 로칠드가 있던 것을 전혀 몰랐지만, 이구동성으로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와인과 꽤 차이 나는 높은 점수를 줬고요. 보르도 1등급 그랑 크뤼의 명성이 허튼 것이 아니라는 걸 입증한 셈이죠.

가격 차이가 약간 나는 와인을 비교할 때 비싼 와인이 반드시 좋은 품질을 가졌다고 볼 순 없습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가격 차이가 난다면 그만큼 품질이 훌륭하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이번 시음회에 나온 와인들의 등수와 점수, 시음 노트, 관련 정보입니다. 보르도 레드 와인을 구매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하세요.

1위. 샤토 무통 로칠드 2004 / 91.3점

시음 노트 : 탄닌과 산미의 균형이 훌륭하며 견고하고 탄탄한 구조와 강한 강도가 인상적입니다. 여운은 길며 아직 충분히 숙성하지 않았지만 뛰어난 복합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매우 뛰어난 와인으로 잘 익은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말린 서양 자두의 향과 함께 오크, 삼나무, 시가 박스의 향도 나옵니다. 그 외에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향후 십 수년간의 숙성을 거쳐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와인입니다.

와인 생산자 :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Rothschild)

어울리는 음식 : 그릴에 구운 소고기와 양고기 요리를 포함한 다양한 육류 요리

2위. 샤토 메일라드 2006 / 84.8점

시음 노트 : 탄닌이 다소 강하나 적당한 산미가 어우러져 균형을 좋게 유지합니다. 구조와 강도는 중간 이상이며 복합성도 중간 이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두드러집니다. 여운 역시 상당합니다. 블랙커런트와 말린 서양자두 같은 검은 과일과 오크, 향신료 등의 향이 아주 향긋합니다.

와인 생산자 : 샤토 메일라드(Chateau Maillard)

어울리는 음식 : 등심 스테이크, 간편한 육류요리, 그릴에 구운 야채. 약간 스파이시한 양념을 곁들인 한식과 피자 등의 간편한 요리

3위. 크리스티앙 무엑스 메를로 2005 / 83.5점

시음 노트 : 풍부하고 강한 탄닌이 두드러지나 산도도 상당해서 균형을 맞춥니다. 이로 인해 구조는 탄탄하며 강도도 중간 이상입니다. 다만 향이 갇혀 아로마가 부족하게 느껴지고 성격이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제대로 맛을 느끼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와인 생산자 : 장 삐에르 무엑스(Jean Pierre Moueix)

어울리는 음식 : 직화 구이 한 연한 육질의 붉은 육류와 소시지, 살라미 등

4위. 바롱 드 레스탁 보르도 2009 / 83.2점

시음노트 : 산도가 높게 느껴지지만 탄닌이 잘 받쳐줍니다. 제법 탄력 있는 구조와 강도를 지녔고 복합성과 여운도 나쁘지 않습니다. 붉고 검은 과일 향에 아메리칸 오크에서 우러나오는 고소한 향이 느껴지지만, 향의 다양성은 부족한 편입니다.

와인 생산자 : 카스텔 그룹(Groupe Castel)

어울리는 음식 : 각종 그릴에 구운 육류 요리와 고다치즈, 에멘탈치즈 등

5위. 샤토 기봉 2006 / 82.9점

시음 노트 : 균형은 좋으나 산미가 다소 부족하며 와인의 볼륨도 좀 떨어집니다. 구조는 좋으나 강도는 평범합니다. 여운은 중간보다 살짝 길고 복합성은 평균입니다. 산딸기와 레드 커런트를 중심으로 하는 과일 향이 나오지만 다소 부족하며, 대신 오크와 스위트 스파이스 향이 인상적입니다.

와인 생산자 : 앙드레 뤼통(Andre Lurton)

어울리는 음식 : 전 요리, 튀김, 삼겹살 등

6위. 깔베 리저브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2009 / 82.5점

시음 노트 : 탄닌과 산도가 잘 어우러져 균형이 좋습니다. 부드러우나 탄탄한 느낌이 있는 구조도 상당하고 강도는 조금 강합니다. 적당한 복합성에 중간 정도의 여운을 지녔습니다. 라즈베리와 레드 커런트, 블루베리, 블랙커런트, 프룬 등 다양한 과일 향이 잘 표현되며 살짝 우디(Woody)한 향이 납니다.

와인 생산자 : 깔베(Calvet)

어울리는 음식 : 비프스테이크, 양고기 바비큐, 약간 강한 양념으로 조리된 육류, 파스타, 라자냐, 햄 등

7위. 샤토 말바 2009 / 81.6점

시음 노트 : 균형과 구조가 좋고 강도는 중간 정도입니다. 하지만 여운은 평범하고 복합성이 다소 떨어집니다. 블랙 체리와 블랙커런트처럼 다소 색이 진한 과일 향이 중심을 이루며 오크 향이 곁들여져 향이 좋습니다. 다만 젖은 흙에서 나오는 비린내가 약간 섞여 있습니다.

와인 생산자 : 샤토 말바(Chateau Malbat)

어울리는 음식 : 그릴에 구운 붉은 살코기, 흰 살코기 등 각종 육류 요리, 고다 치즈 같은 치즈 종류

8위. 샤토 바라일 2009 / 80.6점

시음 노트 : 균형은 나쁘지 않으나 가볍고 작게 느껴집니다. 구조는 제법 충실하며 강도와 여운도 중간 정도입니다. 하지만 복합성이 떨어져 단순하게 느껴지는 것이 흠입니다. 라즈베리와 레드 커런트 같은 붉은 과일 향이 주로 나오지만 양이 부족하며, 오크 느낌도 단조롭습니다.

와인 생산자 : 샤토 바라일(Chateau Barrail)

어울리는 음식 :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 요리, 푸아그라와 부드러운 치즈

9위. 두르뜨 그랑 테루아 쌩-테밀리옹 2008 / 80.1점 

시음 노트 : 좋은 균형과 구조를 가졌지만 강도와 복합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입니다. 여운 역시 중간 이하입니다. 레드 커런트와 레드 체리 같은 붉은 과일 향부터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 과일 향까지 다양하게 나오지만 붉은 과일 쪽이 좀 더 강합니다. 오크와 향신료 내음도 풍깁니다.

와인 생산자 : 두르뜨(Dourthe)

어울리는 음식 : 와인 자체로도 괜찮은 풍미와 질감을 가졌지만 고급 스테이크와 부드러운 치즈 등과 함께 하면 더욱 좋습니다.

10위. 미쉘 린치 보르도 2008 / 78.9점

시음 노트 : 산도가 높고 탄닌은 약해서 균형이 살짝 기울었습니다. 나쁘지 않으나 가벼운 구조는 인상적이지 않고 강도와 여운도 평범합니다. 복합성 역시 약간 단순합니다. 두드러진 산도 때문에 라즈베리와 서양 자두 같은 붉은 과일 느낌이 강하지만 전체적으로 부족합니다. 스파이스 풍미가 희미하게 곁들여진 오크 향도 약한 편입니다.

와인 생산자 : 미쉘 린치(Michel Lynch)

어울리는 음식 : 오래 숙성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붉은빛, 또는 흰 빛깔의 고기와 가금류, 치즈 종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