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일반 17

[기초] 와인을 어디서 사야할까?(재업)

※ 2007년 12월에 작성한 글을 현재 상황에 맞춰 수정했습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와인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와인을 즐기는 사람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이제 와인은 단순히 "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술"이나 "허영심 많은 사람이 찾는 술"이란 선입견을 벗어나 "일반인도 마실 수 있는 술", "맛있는 술을 찾는 사람들이 즐기는 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지인들도 저에게 종종 와인에 관해 물어보곤 하죠, 그중에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와인을 어디서 사야 하냐?"입니다. 매장 형태에 따른 와인 구매법을 적어봅니다. 물론, 이건 제 경험을 통한 구매법입니다. 현재 와인을 판매하는 매장의 형태는 크게 6가지입니다. ① 편의점 ② 주류 백화점 ③ 마트 ④ 백화점 ⑤ 전문..

[기초] 와인의 핵심 - 젠시스 로빈슨 (재업)

”와인의 핵심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그것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즐거움을. 와인을 이해하고 즐기는 것이 아주 특별한 엘리트들만이 할 수 있고 또 그들에게만 어울리는 다루기 힘든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경멸을 받아 마땅하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스스로를 와인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드러내주는 특징은 편견말고는 별다른 신통한 점이 없다는 것이다. 강조해서 말하지만, 와인을 지나치게 심각한 그 무엇이라 여겨서는 안 된다.” - 젠시스 로빈슨 젠시스 로빈슨은 세계 와인업계에서 로버트 파커와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인정받고 있는 분입니다. 와인 비평과 저서로 세계적 명성을 쌓고 있으며 1984년에는 마스터 오브 와인(MW) 시험에 합격..

[기초] 와인을 어떻게 배워야 할까? (재업)

와인을 처음 접하는 많은 분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와인 배우기 너무 어렵다...." 라는 말이죠. 또 와인에 대한 게시물에는 "좋은 내용이네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요..." 라는 답글이 자주 보입니다. 와인 배우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원래 어려운 걸까요? 아니면 남들은 쉬운데 나만 어려운 걸까요? 저도 2001년에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와인을 처음 접하는 많은 분과 똑같았습니다. 와인 동호회의 와인 모임에 처음 나갔을 때가 기억나네요. 타이 음식과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자리였는데 와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 하고 음식 평만 잔뜩 했었습니다. "고기가 잘 익었네... 소스가 맛있네 맛없네...(이러쿵저러쿵)" 어찌 보면 당연하죠. 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니..

[정보] 트랜스퍼 방식(Transfer Method)

고급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처럼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하고 이스트 잔해를 병목으로 모으는 뤼미아쥬(Remuage)와 모인 이스트 잔해를 병 밖으로 빼내는 데고르주망(Degorgement) 과정을 거쳐 생산됩니다. 이런 방법을 메쏘드 트라디시오넬(Méthode Traditionelle), 즉 전통방식이라고 하죠. 이 방법을 사용하면 고품질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수 있지만 생산 비용이 높아지는 것이 흠입니다. 그래서 스파클링 와인 생산자들은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저렴한 비용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트랜스퍼 메서드(Transfer Method), 즉 이전(移轉) 방식입니다. 트랜스퍼 방식은 병에서 2차 발효를 하는 것까진 전통 방식과 같습니다. ..

[수다] 호주의 메를로 와인

1. 호주산 메를로 와인의 인기 호주산 메를로 와인은 호주산 쉬라즈나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과 비교하면 평가가 낮은 편입니다. 단일 품종 와인으로 생산할 때도 있지만,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쉬라즈와 혼합한 와인이 더 많죠. 국내에 들어온 호주 와인을 살펴봐도 "까베르네-메를로"로 표시된 와인이 대부분이고 메를로 단일 품종으로 만든 호주 와인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호주의 메를로 재배 면적은 쉬라즈와 까베르네 소비뇽에 이어 3위를 차지합니다. 또한 재배면적이 점점 줄어드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달리 큰 변동이 없죠. 이처럼 쉬라즈와 까베르네 소비뇽에 비교해 마이너 취급을 받는 메를로이지만 래튼불리(Wrattonbully), 피레네(Pyrenees), 헌터 밸리(Hunter Valley)와 마가렛 리버(Mar..

[수다] 캘리포니아 와인

캘리포니아에 처음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 양조에 성공한 사람들은 18세기의 스페인 선교사들이었습니다. 그 후 유럽에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죠. 이들은 19세기 말 캘리포니아에 불어닥친 골드러시 열풍을 타고 밀려든 개척자들을 상대로 와인을 판매하면서 순조롭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920년 금주법이 실시되면서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들은 졸지에 당국의 철퇴를 맞았습니다. 700여 개가 넘던 와이너리들은 13년 뒤 금주법이 철폐되었을 무렵 겨우 140여 개만 남게 되었죠. 와이너리들은 천주교나 유대교에서 사용하는 미사주나 의료용으로 인정받은 와인을 소량 만들고, 때로는 밀주 생산용 원료를 비밀리에 공급하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유..

[수다] 샴페인 병의 디자인

와인 병의 디자인은 꽤 다양해 보이지만, 대략 몇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어깨 있는 보르도 와인 병과 어깨 없는 부르고뉴 와인병이죠. 독일과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와인 병처럼 어깨 없이 홀쭉한 병과 칠레 와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어깨가 떡 벌어진 병도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입니다. 여기에 일반적인 와인 병보다 키가 더 큰 형태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산지에 따른 와인 병의 모습은 대개 비슷비슷합니다. 보르도의 레드 와인 병 모습은 모두 어깨 있는 형태이며, 화이트 와인도 스파클링 와인을 제외하면 모두 어깨 있는 형태입니다. 부르고뉴 와인 병 역시 레드와 화이트 모두 비슷비슷합니다. 비단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와 신세계의 와인 생산국도 비슷한 상황이죠. 이렇듯 와인 병 모..

[수다] 와인과 이미지

2004년에 아기 타다시(Agi Tadashi)가 글을 쓰고, 오키모토 슈(Okimoto Shu)가 그린 ‘신의 물방울’이라는 일본 만화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이 만화는 재미있는 스토리와 뛰어난 작화, 와인에 대한 독특한 묘사 때문에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마침 국내에도 와인 붐이 일어나던 때였기에 많은 와인 애호인이 신의 물방울을 읽었고, 각 에피소드에 나온 와인들을 사서 마시곤 했습니다. 그 덕분에 만화에 등장한 와인들의 판매량은 책의 판매부수를 따라 덩달아 뛰어올랐다더군요. 특히 1권에 나왔던 샤토 몽페라(Chateau Mont-Perat)는 주인공이 마셔보고 “퀸의 음악이 들리는 듯하다.”는 감상을 토로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죠. 너도 나도 샤토 몽페라..

[수다] 호주의 쉬라즈(Shiraz in Australia)

1. 호주 쉬라즈 와인의 역사 프랑스 론 밸리(Rhone Valley)에서는 시라(Syrah)라고 부르는 쉬라즈 포도는 1832년에 "호주 와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버스비(James Busby)가 호주로 가져왔습니다. 쉬라즈뿐만 아니라 다른 품종의 포도 꺾꽂이도 들고 왔으며 그중에는 샤도네이(Chardonnay) 포도도 있었죠. 현재 쉬라즈는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적포도이지만, 호주에서 처음 와인을 생산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인기가 높았던 것은 아닙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화이트 와인의 인기가 높아서 포도 재배자들은 돈이 안 되는 쉬라즈와 그르나슈(Grenache) 포도밭을 갈아엎곤 했으며 그중엔 아주 오래된 올드 바인 쉬라즈(Old Vine Shiraz)도 있었죠. 그러나 영국에서 린..

[수다] 호주산 샤르도네 와인

여름이 절정에 이르러 날씨가 아주 무더워지면 자연스레 시원한 술이 생각납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엔 무엇보다 시원한 맥주나 막걸리가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이라면 차가운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삼 형제가 떠오르지만, 이 와인들은 국내에서 수요가 적죠. 그래서 여름은 와인 매출이 떨어지는 때이자 와인 산업 종사자들의 얼굴에 주름이 잡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1. 여름철 화이트 와인의 즐거움 냉동실에서 차갑게 얼린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맥주만큼은 아니지만, 얼음통에서 차갑게 식힌 화이트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는 것은 여름에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특히 신맛이 강한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더운 날씨에 입맛이 없으면 먹곤 하는 오이 냉채처럼 상큼한 맛으로 입을 즐겁게 해주죠. 이런 부분은 맥주..

[와인과 예술]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의 레이블 세계 - 1950 빈티지, 죠르주 아르눌프

조르주 가스통 아르눌프(Georges Gaston Arnulf)는 프랑스의 화가이며 판화가로 1921년 3월 23일에 모나코(Monaco)의 몬테-카를로(Monte-Carlo)에서 태어났습니다. 모나코와 니스(Nice)의 고등학교에서 공부했고, 후에 니스의 장식예술학교에서 소묘와 디자인 과정을 마쳤죠. 1946년에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교육받고, 1947년에는 뒤코스 드 라 하이에(Ducos de la Haille)의 도움으로 프레스코(fresco)화와 판화술을 연수받기도 했습니다. 아르눌프는 로베르 까미(Robert Camy) 동판 화가회에 가입했는데, 그곳에서 동판화의 메조틴트(mezzotint) 기법을 습득했습니다. 1950년 판화 부문에서 처음으로 그랑 프리 드 롬(Grand Prix de Rom..

[와인과 예술]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의 레이블 세계 - 1949 빈티지, 앙드레 디니몽

샤토 무통 로칠드 1949 빈티지의 레이블에 그림을 그린 사람은 앙드레 디니몽(Andre Dignimont)입니다. 디니몽은 1891년에 파리에서 태어났고, 줄리(Juilly) 전문대에서 수학했죠. 한때 영국에서 일했지만, 아카데미에 줄리앙(Académie Julian)에서 미술을 공부하려고 돌아왔습니다. 디니몽은 40년 이상 그림을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엄청난 양의 작품은 독특한 파리 예술가의 전통 속에서 그의 자리를 굳건하게 해줬죠. 디니몽은 도발적인 여성과 카페의 모습, 주변 지역, 파리 사람들의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장면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면 길거리 모습이나 사창가의 여인, 카페에 앉아있는 남녀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죠. 19..

[와인과 예술]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의 레이블 세계 - 1948 빈티지, 마리 로랑생

샤토 무통 로칠드의 1948 빈티지의 레이블 그림을 그린 사람은 프랑스 화가인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입니다. 1883년 10월 31일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한 마리 로랑생은 화가이며 판화가로 생의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냈죠. 18살에 세브르(Sèvres)에서 도자기 장식 그림을 공부한 로랑생은 파리로 돌아온 후에 "아카데미에 엄베르(Académie Humbert)"에서 계속 예술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때 전공을 유화로 바꾸죠. 20세기 초반 마리 로랑생은 파리의 전위파 예술가 사이에서 중요한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그녀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이끄는 그룹과 장 메쳉제(Jean Metzinger), 아르베르 그레이즈(Albert Gleizes), 로베르 들로네(Rober..

[와인과 예술]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의 레이블 세계 - 1947 빈티지, 장 콕토

샤토 무통 로칠드 1947의 레이블에 들어간 그림은 장 콕토(Jean Cocteau), 원래 이름은 장 모리스 외젠 클레망 콕토(Jean Maurice Eugène Clément Cocteau)인 프랑스의 영화감독이 그렸습니다. 1889년 7월 5일에 태어난 장 콕토는 영화감독일 뿐만 아니라 시인이자 소설가였으며, 극작가이자 디자이너였고, 드라마 작가이자 예술가였습니다.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1929년에 집필한 소설인 "무서운 아이들(Les Enfants terribles)"과 1930년에 제작한 영화 "시인의 피(Blood of a Poet)", 1948년의 "무서운 어른들(Les Parents terribles)", 1946년의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1949년의 ..

[와인과 예술]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의 레이블 세계 - 1946 빈티지, 장 위고

화가이며 일러스트레이터, 공연 디자이너, 작가였던 장 위고(1894.11.19~1984.6.21)는 파리에서 태어나 프랑스 뤼넬(Lunel) 인근 마 드 포끄(Mas de Fourques)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습니다. 예술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집에서 자라나 아주 이른 나이부터 소묘와 회화를 독학했고, 수필과 시도 썼죠. 예술가로서 경력은 세계 1차 대전 당시의 스케치 작품 시기부터 양차 대전 사이에 파리지앵(Parisian)으로 지냈던 창조적 발전기를 거쳐 1984년 작고할 때까지 20세기 내내 계속 이어졌습니다. 장 위고는 파블로 피카소와 장 콕또(Jean Cocteau)도 참여했던 예술 단체의 일원이기도 했죠. 장 위고의 가족 중에는 예술가로서 쟁쟁한 경력을 지닌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의 증조부는 ..

[와인과 예술]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의 레이블 세계 - 1945 빈티지, 필립 줄리앙

1945년 5월 7일 나치의 패망과 함께 유럽의 전쟁은 끝났습니다. 아직 일본이 항복하지 않았으므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유럽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동아시아의 전쟁은 아주 먼 곳의 일이었겠죠. 필립 드 로칠드 남작(Baron Phillipe de Rothschild)은 평화가 돌아온 것을 축하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려고 승리의 해에 영글은 포도로 만든 샤토 무통 로칠드 1945 빈티지를 헌정하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쟁 중에 윈스턴 처칠이 써서 유명해진 'V' 사인을 바탕으로 레이블을 디자인하려고 당시 젊은 화가였던 필립 줄리앙(Philippe Jullian)과 협의했죠. 필립 줄리앙은 필립 드 로칠드 남작의 요청을 받아들여 샤토 무통 로칠드 1945 빈티지에 사용할 새로운 레이블을..

[와인과 예술] 샤토 무통 로칠드의 레이블 세계

위대한 와인은 많지만,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child)는 길고 긴 와인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보르도(Bordeaux) 시 북서쪽으로 48㎞ 떨어진 메독(Medoc) 지역에 90헥타르의 포도밭을 갖고 있어서 프랑스 지도에는 하나의 점으로 표시되지만, 샤토 무통 로칠드는 그 면적의 수십, 수백 배 이상의 의의를 가진 곳이죠. 1853년에 나다니엘 드 로칠드 남작(Baron Nathaniel de Rothschild)은 뽀이약(Pauillac) 교구의 일부에 속하는 브랑 무통(Brane Mouton) 포도밭을 구매했습니다. 그는 포도밭에 "Chateau Mouton Rothchild"란 이름을 붙였고, 이것은 두 개의 위대한 이름이 처음으로 결합하는 일이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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