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와인과 예술] 샤토 무통 로칠드의 레이블 세계

까브드맹 2013. 3. 20. 05:55

샤토 무통 로칠드 1924 빈티지 레이블
(이미지 출처 : http://www.socialmiami.com/slideshow/Philippine_de_Rothschild/E MRothschild1924.jpg)

위대한 와인은 많지만,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child)는 길고 긴 와인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보르도(Bordeaux) 시 북서쪽으로 48㎞ 떨어진 메독(Medoc) 지역에 90헥타르의 포도밭을 갖고 있어서 프랑스 지도에는 하나의 점으로 표시되지만, 샤토 무통 로칠드는 그 면적의 수십, 수백 배 이상의 의의를 가진 곳이죠.

1853년에 나다니엘 드 로칠드 남작(Baron Nathaniel de Rothschild)은 뽀이약(Pauillac) 교구의 일부에 속하는 브랑 무통(Brane Mouton) 포도밭을 구매했습니다. 그는 포도밭에 "Chateau Mouton Rothchild"란 이름을 붙였고, 이것은 두 개의 위대한 이름이 처음으로 결합하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는 메독의 위대한 포도밭 'Mouton'이며, 또 하나는 이미 '교양'과 '성공'이란 단어와 같은 뜻으로 쓰이던 유명한 가문 'Rothchild'였죠. 1922년에 스무 살이 된 나다니엘 남작의 증손자는 포도밭과 사랑에 빠졌고, 자기 손으로 무통의 미래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필립 드 로칠드(Phillipe de Rothschild)였죠.

메독의 다른 포도원처럼 샤토 무통 로칠드도 1924년까지 와인을 오크통(Cask)에 담아 보르도의 와인상에게 팔았습니다. 와인상들은 오크통에 담긴 와인을 사서 숙성하고 병에 담은 후 레이블을 붙여서 시장에 판매했죠. 최종 제품에 대한 권리가 전혀 없었기에 포도원의 주인들은 와인의 겉모습에 흥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1924년에 필립 드 로칠드 남작은 와인을 오크통에 담지 않고 전부 병에 넣은 후 판매하기로 합니다. 당시에는 혁신적인 결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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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와인 레이블은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면서 와인의 중요 요소가 되었습니다. 레이블은 등록 상표 역할을 하고, 원산지 표시의 근거가 되었으며, 품질 보증과 포도원의 표시로 작용하게 되죠. 필립은 1924 빈티지의 레이블 디자인을 위해 당시 유명한 포스터 디자이너였던 장 카를뤼(Jean Carlu)와 의논했습니다. 프랑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장 카를뤼는 포스터를 특히 잘 그렸죠. 2차 세계 대전 중엔 미국 정부를 위해 생산성을 고무하기 위한 포스터를 디자인하기도 했습니다.

1919년부터 전문 포스터 디자이너로 활동한 장은 아트 데코(art deco)풍의 작품으로 시작했지만, 입체파와 후안 그리스(Juan Gris), 알베르 그레이즈(Albert Gleizes)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도식화된 형태와 감성적인 색상을 사용해서 소비자의 마음에 물건의 상표를 각인하고 필요성을 깨닫게 하려던 광고업계의 선도자 중 한 명이기도 했죠. 필립 남작의 의뢰를 받은 장은 샤토 무통 로칠드 1924 빈티지의 레이블 작업을 했고, 그때 만든 레이블은 입체파의 영향을 받은 상업 예술의 가장 위대한 사례 중 하나로 오늘날에도 인정받습니다.

프랑스의 해방과 함께 평화가 돌아온 것을 축하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려고 필립 드 로칠드 남작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빈티지 중의 하나이며 승리의 해에 탄생한 1945 빈티지를 헌정하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쟁 중에 윈스턴 처칠이 애용해서 유명해진 'V' 사인을 바탕으로 레이블을 디자인하려고 당시 젊은 화가였던 필립 줄리앙(Philippe Jullian)과 협의해서 새로운 레이블을 만듭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 1945 빈티지 레이블
(이미지 출처 : http://whywhywine.ru/stati/god/-/1945-mouton-rothschild-)

이 예외적인 사건은 1946년부터 규칙이 되었고, 이후 무통 로칠드는 매년 당대의 예술가들에게 창조적인 레이블을 그려줄 것을 요청합니다. 

예술가와 무통의 관계는 늘 우정과 신뢰에 기반을 두지만, 상호 독립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모든 예술가는 자신의 영감에 따라 자유롭게 포도와 음주의 기쁨, 혹은 무통의 상징인 양을 해석해서 레이블을 디자인할 수 있죠. 무통도 예술가의 작품이 원하는 것이 아니거나 레이블의 몇 가지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는 작품을 제공해도 이에 대한 비용을 받지 못합니다. 대신 자신이 레이블을 그린 빈티지를 포함해서 두 빈티지의 와인을 몇 박스 받죠.

1988년 필립 남작이 작고한 후, 무남독녀인 필리핀(Philippine) 남작이 샤토 무통 로칠드를 관리하면서 가문의 사업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무통 로칠드의 레이블을 디자인하는 화가를 선택하는 일은 그녀의 손에 달려 있죠.

<참고 자료>

1. 디 아티스트 레이블스 닷컴 샤토 무통 로칠드 아티스트 레이블들의 짧은 역사 항목

2. 영문 위키피디아 장 카를뤼 항목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