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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빈티지의 부르고뉴와 보르도 와인에 대한 예상

까브드맹 2012. 10. 18. 06:00

중세의 포도 수확. 손으로 따서 바구니로 나르는 수확 방식은 지금도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세의 포도 수확. 손으로 따서 바구니로 나르는 수확 방식은 지금도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Harvest_(wine)

어느 덧 날짜도 10월 중순으로 접어들어 북반구의 포도 수확이 마무리로 접어드는 때가 되었습니다. 비교적 일기가 고르기 때문에 빈티지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 뉴월드 와인과 달리 기후의 변덕이 잦은 유럽에선 와인 품질이 빈티지를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프랑스 와인의 경우엔 그런 성형이 더욱 강한데요, 올해의 보르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의 품질을 뉴스를 통해 예상해볼까 합니다.

 

부르고뉴 포도 수확 예년보다 적어질 듯 - 와인21닷컴

변덕스런 여름날씨로 말미암아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올해 포도 수확량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디캔터 2012년 7월 27일자 온라인 판은 전했다. 이번 여름 동안 춥고 비가 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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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의하면 올해 여름의 부르고뉴 날씨는 심히 괴이했다고 합니다. 대륙성 기후지대에 속한 부르고뉴 지방은 원래 여름 날씨가 매우 더운 곳인데, 올해엔 날씨가 춥고 비도 잦았다는군요. 여름 한철을 부르고뉴와 알사스에서 보낸 지인의 얘기로는 밤에는 덧문을 닫고 자야할 정도였고, 때때로 낮에도 긴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서늘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꽃이 잘 피지 못한 것은 물론, 수분_受粉 후에 포도 열매가 익을 때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답니다. 게다가 포도에 치명적인 질병인 노균병이 발병하여 수확량 또한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군요. 뉴스에는 양지 바른 밭에서 잘 자라고 노균병의 피해를 입지 않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품질 좋은 와인이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 와인이 전체 생산량 중 몇 %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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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악조건 속에서 오히려 뛰어난 와인이 만들어질 때가 있습니다. 안 좋은 포도로 예년과 같은 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와인 생산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와인을 양조하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뜻밖의 명작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과연 올해도 그런 와인이 나올지, 나온다면 얼마나 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와인이 시장에 출시될 때까지 느긋히 기다리면서, 뜻밖의 맛과 향을 지닌 2012 빈티지의 부르고뉴 와인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보도록 하죠.

 

보르도 지역 올해 청포도 수확 거의 끝나 - 와인21닷컴

올해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청포도 수확이 거의 완료되어 와인 양조장 창고로 옮겨져 화이트와인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다행히 그 동안은 날씨가 맑고 따뜻하여 포도 수확 작업에 도움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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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와 함께 프랑스 와인을 대표하는 보르도 지역은 지금 포도 수확이 한창입니다. 화이트 와인을 위한 청포도 수확은 9월 중에 거의 끝났고, 레드 와인을 위한 적포도 수확 역시 조만간 끝나게 될겁니다. 위의 뉴스에 의하면 청포도 수확 기간은 날씨가 맑고 따뜻해서 포도 상태가 좋았고, 덕분에 품질 좋은 화이트 와인이 나올 것이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레드 와인의 품질은 다소 불안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뉴스가 나올 당시인 9월에는 날씨가 좋았고, 설령 비가 다소 내리더라도 적포도 역시 상태가 좋을 것이라고 보르도의 와인 생산자들이 예상했었지만, 그후에 비가 너무 자주 왔습니다. 

수확기에 적당히 내리는 비는 포도가 가을 햇살에 시들지 않도록 해줘서 포도 품질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만, 지나치게 자주 내리는 비는 포도 안의 수분을 늘려 당분의 농축도가 떨어지게 만들죠. 그런데 9월 17일부터 10월 16일까지 한달 간 보르도 지역의 날씨를 조사해 봤더니 비가 조금이라도 온 날이 무려 18일이나 되었고, 낮 동안 계속 비가 내린 날도 7일이나 되더군요. 게다가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삼일간, 10월 2일과 3일 이틀간, 10월 6일부터 11일까지 6일간 연속으로 비가 내렸는데, 이 기간은 메를로 수확기 후반 및 까베르네 쇼비뇽 수확기와 거의 일치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올해의 보르도 레드 와인 역시 부르고뉴 와인과 같이 상태가 별로 안좋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8월까지는 포도 작황이 아주 좋았던 2000년과 날씨가 비슷했습니다. 따라서 17일 이전에 메를로 수확을 마친 보르도 우안 지역의 샤토라면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샤토라면 와인 양조에서 꽤 고전을 할 것 같군요. 그리고 까베르네 쇼비뇽을 중심으로 와인을 만드는 좌안 지역의 샤토 역시 마찬가지 사정일 듯 하구요. 다행히 비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서 좋은 와인이 많이 만들어지길 바래보지만… 글쎄요, 제 예측이 틀리기만 기대할 뿐입니다. 

 

French vignerons ask government for insurance against bad harvests - Decanter

Independent winegrowers across France are calling on the government to underwrite an insurance scheme to protect them from the effects of bad harvests or currency fluctuations.

www.decanter.com

위의 뉴스는 디캔터 지에 실린 것으로 프랑스의 와인 생산자들이 흉작에 대비한 보험을 정부에 요구한다는 내용입니다. 뉴스에 따르면 포도 수확량이 지난 10년 사이에 최악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하니, 2012 빈티지의 보르도 레드 와인은 품질 뿐만 아니라 생산량 또한 변변치 않을 것 같네요.
2012 빈티지의 보르도 레드 와인은 평작, 혹은 그보다 못할 거라고 예상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만족할만한 수확을 거둔 샤토 스미쓰 오 라피뜨(Château Smith Haut Lafitte) 같은 샤토도 있으니 군계일학 같은 와인이 나타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