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일반

[정보] 보르도 와인 시음 적기 일람표

까브드맹 2012. 8. 6. 06:00

보르도 와인 시음 적기 일람표
보르도 와인 시음적기 일람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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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나 소주와 비교하면 와인은 불편한 술입니다. 우선 다른 술은 마개가 스크류 캡이나 크라운 캡처럼 따기 편한 형태이지만, 와인은 대부분 코르크로 막아 놓아서 전용 따개가 없으면 여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또 맥주와 소주는 차기만 하면 대개 맛있지만, 와인은 레드냐 화이트냐에 따라 적당한 온도를 맞춰줘야 하죠. 또 잔도 종류에 따라 형태가 다른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신경 쓰지 않고 대충 마셔도 술이라 사람을 취하게 만들지만, 다른 술보다 유독 맛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러한 불편에는 구매한 와인을 언제 마실 것인가? 하는 고민도 들어가죠.

와인은 효모의 발효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술이고, 발효가 끝난 후에도 오크통과 병에서 계속 조금씩 변화합니다. 그러므로 언제 마시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죠. 2~3만 원 이하의 저렴한 와인은 매장에서 산 후 바로 마셔도 대부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와이너리에서 숙성과 출하 시기를 조절하고, 수입회사에서도 마시기 너무 이르면 창고에 보관했다가 적당한 때에 시장에 내놓기 때문이죠. 하지만 고급 와인은 맛과 향이 제대로 되까지 숙성 기간이 너무 길어서 와이너리에서도 와인이 무르익을 때까지 창고에 보관하기 어렵습니다. 매년 새 와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적당한 시기까지 와인을 보관하려면 매우 큰 공간이 필요하고, 와인 생산에 들어간 돈을 빨리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수입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고급 와인이나 마시기 좋은 시기가 늦게 오는 와인은 매장에서 사자마자 마시면 제맛과 향을 느끼기 힘든 것이 많습니다. 비싼 돈 주고 좋은 와인을 샀는데 제맛을 못 본다면 참 억울한 일이겠죠. 특히 보르도의 고급 와인들은 맛과 향이 절정에 다다르는 시기가 늦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구매한 다음 적당한 때까지 잘 보관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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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걸 언제까지 둬야 하냐는 거죠. 와인을 구매해서 셀러에 넣어둔 채 5년이 지났는데, 이걸 마셔야 할지, 더 두어야 할지 알 수 없다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뭐, 닥치고 그냥 마셔버리는 패기를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요.

다행히 세상에는 뛰어난 와인 평론가가 많고, 그중에서 세계 최고의 와인 평론가라 할 수 있는 로버트 M 파커 Jr.(Robert M. Parker Jr.)는 보르도 와인의 전문가입니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보르도 와인을 시음한 다음 각 와인에 대한 평가를 책으로 써서 남겼고, 평가 항목 중에는 와인의 시음 적기 항목도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 중 우리가 알고 싶은 각 보르도 와인의 시음 적기 부분만 뽑아서 편집한 것이 첨부한 "보르도 와인 시음 적기 일람표.pdf" 파일입니다. 파일의 항목은 책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고, 살펴보실 때 몇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1. 와인 이름은 책에 나온 이름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나온 이름과 조금 다르게 적혔을 수도 있습니다.

2. 보르도 와인의 이름 앞부분에 거의 정관사처럼 붙곤 하는 "샤토"는 뺐습니다.

3. 보르도 와인의 시음 적기에 대한 내용만 발췌했으므로 비록 좋은 와인이더라도 시음 적기가 안 나온 와인들은 넣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그랑 크뤼 1등급 와인의 세컨드 와인들은 책에 시음 적기가 없는 것이 많아서 대부분 빠졌습니다.

이 자료는 보르도 와인을 마실 시기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보관 환경에 따라 와인 숙성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맹신하면 곤란합니다. 와인셀러처럼 좋은 환경에 와인을 보관하고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면 일람표에 적힌 기간보다 더 오래 두셔도 될 겁니다. 반대로 찬장이나 진열장 같은 장소에 적당히 보관하거나 구매 후 여러 차례 움직였다면 조금 빨리 드시는 게 좋겠죠. 아무튼 일람표를 참조하시면서 와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PS. 로버트 파커가 쓰고, (주)바롬웍스(BaromWorks)에서 번역 출간한 <로버트 파커의 보르도 와인>은 와인을 공부하려는 분이라면 꼭 한 권은 사셔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는 보르도 와인에 관한 정말 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로버트 파커의 와인 평가에 대해선 와인 애호가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와인에 투자했고, 높은 공력(?)을 갖췄다는 것은 이 책을 보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참고 자료>

1. 로버트 파커 저, 손진호 외 역, 로버트 파커의 보르도 와인, 서울 : (주)바롬웍스,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