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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예술]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의 레이블 세계 - 1945 빈티지, 필립 줄리앙

까브드맹 2013. 4. 4. 05:55

샤토 무통 로칠드 1945 빈티지 레이블
(이미지 출처 : http://whywhywine.ru/stati/god/-/1945-mouton-rothschild-)

1945년 5월 7일 나치의 패망과 함께 유럽의 전쟁은 끝났습니다. 아직 일본이 항복하지 않았으므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유럽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동아시아의 전쟁은 아주 먼 곳의 일이었겠죠.

필립 드 로칠드 남작(Baron Phillipe de Rothschild)은 평화가 돌아온 것을 축하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려고 승리의 해에 영글은 포도로 만든 샤토 무통 로칠드 1945 빈티지를 헌정하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쟁 중에 윈스턴 처칠이 써서 유명해진 'V' 사인을 바탕으로 레이블을 디자인하려고 당시 젊은 화가였던 필립 줄리앙(Philippe Jullian)과 협의했죠. 필립 줄리앙은 필립 드 로칠드 남작의 요청을 받아들여 샤토 무통 로칠드 1945 빈티지에 사용할 새로운 레이블을 디자인했습니다.

필립 줄리앙(1921~1977)은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이면서 예술 사학자, 전기 작가, 예술 애호가, 소설가였습니다. 게다가 멋쟁이였답니다. 줄리앙은 1922년에 보르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외할아버지 까미유 줄리앙(Camille Jullian)은 역사학자였고, 특히 프랑스인의 선조인 골(Gaul)족에 관한 여러 권의 저서로 유명했죠. 필립의 아버지 시무네(Simounet)는 고참 군인이었지만, 가난한 삶을 살았답니다. 필립은 아버지의 성 대신 유명인이었던 외조부의 성을 따랐습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지만, 소묘와 회화에 빠져 문학 공부를 포기했고, 만년엔 영국에 거주하면서 정기적으로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보내고 인도와 이집트 일대를 두루 여행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의 승전 기념으로 1945년에 탄생한 샤토 무통 로칠드의 첫 번째 "아티스트" 레이블은 필립이 최초로 그린 공식 작품 중 하나입니다. 필립이 그린 삽화는 재치 있고 화려하면서 종종 기괴한 모습을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노레 드 발크(Honoré de Balzac), 콜레트(Colette), 표도르 도스토엡스키(Fyodor Dostoevsky), 로날드 퍼벙크(Ronald Firbank) 등의 작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책에 들어갈 삽화도 그렸습니다. 아르누보(Art Nouveau)와 상징주의(Symbolism), 다른 19세기 말의 퇴폐적인 미술 운동에 바탕을 둔 필립의 책과 글은 그 시대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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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프랑스 화가 안토니오 드 라 간다라(Antonio de La Gandara)를 존경했고, 1975년에 자신의 자서전인 '라 브로캉트(La Brocante)'를 출간했는데, 그 책에서 작은 소품에 관한 사랑을 상세하게 기술했습니다.

필립이 집필한 소설은 퇴폐적이고 감각적이며 섬뜩하다고 합니다. 그는 동성애와 가학피학성 연애, 복장 도착, 심미학적인 삶을 탐구했습니다. 풍자에 관한 내용은 '이집트로의 비행(La Fuite en Egypte, 1968)' 같은 소설이나 '속물 사전(Dictionnaire du Snobisme, 1958)'과 '수집가(Les Collectioneurs, 1967)' 같은 사회 풍자집에 두드러지게 드러난다고 합니다. 가장 돋보이는 작품으로는 영국의 소설가 앵거스 윌슨(Angus Wilson)과 함께 만든 '여성용 모자 사용료 : 20세기의 스크랩 북(The Cloche Tolls: A Scrap-Book of the Twenties, 1953)'입니다. 필립은 책의 일러스트를 담당하기도 했죠.

저서로는 '로베르 드 몽테스키외(Robert de Montesquiou) 전기(1965)', '탐미주의자들의 왕자(Prince of Aesthetes, 1967)', 1971년에 '퇴폐의 몽상가들(Dreamers of Decadence)'로 번역된 '탐미주의자들과 마술사들(Esthétes et Magiciens, 1969)', '상징주의자(Les Symbolistes, 1973)', '아르누보의 승리(The Triumph of Art Nouveau, 1974)' 등이 있습니다.

또 다른 책으로는 예술사에 관련된 '몽마르뜨(Montmartre, 1977)'와 '동양학자(Les Orientalistes, 1977)'가 있고, '에드워드 7세(Edward VII, 1962)', '와일드(Wilde, 1967)', '가브리엘르 단눈치오(Gabriele D’Annunzio, 1971)', '장 로랭(Jean Lorrain, 1974)', '바이올렛 트레퓨시스(Violet Trefusis, 1976)',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같은 전기들이 있습니다. 

언론계에서도 많은 활동을 했던 줄리앙은 1977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참고 자료>

1. 영문 위키피디아 필립 줄리앙 항목

2.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