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칠레] 햇볕 아래에서 만들어지는 달콤한 꿀물 - San Pedro Butterfly Ritual Reserva Riesling 2009

까브드맹 2012. 10. 31. 06:00

산 페드로 버터플라이 리투얼 레세르바 리슬링 2009

산 페드로 버터플라이 리투얼 레세르바 리슬링(San Pedro Butterfly Ritual Reserva Riesling) 2009는 칠레 중부의 센트럴 밸리 리전(Central Valley Region)에 있는 쿠리코 밸리(Curico Valley)의 하위 지역인 론뚜에 밸리(Lontue Valley)에서 재배한 리슬링(Riesling) 포도로 만드는 스위트 와인입니다.

1. 비냐 산 페드로(Viña San Pedro)

1865년 칠레에서 보니파시오와 호세 그레고리오 꼬레아 알바노 형제가 설립한 비냐 산 페드로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 운두라가(Undurraga)와 함께 역사와 전통이 가장 오래된 칠레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에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샤도네이(Chardonnay) 같은 국제 품종을 들여온 후 비냐 산 페드로는 지속적인 품질 관리로 뛰어난 와인을 만들어 왔고, 오늘날엔 산 페드로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는 훌륭한 와인을 많이 생산합니다. 현재 비냐 산 페드로는 칠레의 VSPT 와인 그룹의 계열사입니다. VSPT 그룹은 칠레 와인 회사 중 규모 3위, 수출량 2위의 거대한 회사로 비냐 산 페드로 와인을 비롯한 많은 와이너리의 와인을 전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합니다.

칠레 곳곳에 있는 비냐 산 페드로의 포도밭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은 몰리나 에스테이트 빈야드(Molina Estate vineyard)입니다. 이 포도밭은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Santiago) 시 남쪽 200km에 있으며, 쿠리코 밸리(Curico Valley) 지역의 론뚜에 밸리(Lontue Valley)에 있죠. 면적이 1,200 헥타르에 달하는 몰리나 에스테이트 빈야드는 남미에서 가장 큰 포도원 중 하나로 산 페드로 설립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 지하 셀러가 있습니다.

몰리나 에스테이트 빈야드는 칠레에서 포도를 재배하기 가장 좋은 위치라고 하는 남위 35도에 걸쳐 있습니다. 그래서 비냐 산 페드로는 뛰어난 입지조건을 홍보하려고 35 사우쓰(South라는 와인을 생산하죠. 비냐 산 페드로는 몰리나 에스테이트 빈야드 외에 엘퀴(Elqui)와 마이포(Maipo), 까사블랑카(Casablanca), 산 안토니오-레이다(San Antonio-Leyda), 까차포알(Cachapoal), 마울레(Maule), 비오비오(Bío-Bío) 밸리 등지에 연면적 1,500 헥타르 이상의 포도밭을 갖고 있습니다. 까베르네 소비뇽, 소비뇽 블랑, 메를로, 샤르도네 등을 주로 재배하지만, 까르메네르(Carmenère), 피노 누아(Pinot noir), 말벡(Malbec), 시라(Syrah), 리슬링, 쎄미용(Sémillon) 같은 포도도 많이 키우죠.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재배한 품질 좋은 포도들은 산 페드로 와인이 보여주는 멋진 맛과 향의 근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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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위트 와인

만찬 후에 입가심을 위한 디저트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식후에 스위트 와인을 즐겨 마십니다. 유럽인은 다양한 스위트 와인을 개발했고, 스위트 와인 제조법은 와인 생산자를 따라 전 세계 와인 생산국으로 퍼져나갔죠. 스위트 와인 제조법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① 잿빛곰팡이균(Botrytis Cinerea)이 번져 귀부(貴腐) 현상이 생긴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방법. 이렇게 만든 와인을 노블 롯(Noble Rot) 와인, 혹은 귀부 와인이라고 합니다.

② 수확하지 않고 영하 7℃에서 얼린 포도알을 프레스로 눌러 즙을 짜낸 후 그 즙으로 와인을 만드는 방법. 이렇게 만든 와인을 아이스바인(Eiswein), 혹은 아이스 와인(Ice wine)이라고 부릅니다.

③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포도를 자연 건조해 반쯤 건포도로 만든 다음 와인을 만드는 방법. 이탈리아의 빈 산토(Vin Santo)와 레치오토(Recioto)가 이렇게 만든 와인입니다.

④ 포도 수확을 늦춰서 포도를 말리고, 당분이 높아진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방법. 이렇게 만든 와인을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 와인이라고 합니다.

 

 

세계 각지의 와인 생산국은 자국의 자연환경에 따라 위의 네 가지 스위트 와인 중 하나를 생산합니다. 큰 강과 호수가 있고 낮에는 햇볕이 내리쬐는 프랑스 쏘테른(Sauternes)과 오스트리아, 헝가리에서는 귀부 와인을 생산하며, 가을엔 건조하고 겨울은 매섭게 추운 독일에서는 레이트 하베스트 와인과 아이스바인을 주로 만들죠. 포도 건조 기술이 뛰어난 이탈리아에서는 빈 산토 와인이 많이 나옵니다.

남미의 와인 생산지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매우 건조하고 일조량도 풍부해서 나무 위의 포도가 썩을 염려가 없습니다. 따라서 레이트 하베스트 와인을 많이 생산하죠. 어지간한 칠레나 아르헨티나의 와이너리에선 꼭 1종 이상의 레이트 하베스트 와인을 만듭니다. 남미의 레이트 하베스트 와인은 높게 평가받진 못하지만, 품질 대비 가격이 좋은 편입니다. 때때로 장터 행사를 통해 반값에 나오는 일도 있으니 이런 기회를 노려서 구매하면 좋습니다.

참고로 발효 중인 와인에 증류주를 부어서 단맛이 나게 한 것도 있는데, 이런 와인은 단맛이 나지만 스위트 와인이 아니라 알코올을 강화한 포티파이드 와인(Fortified Wine)으로 분류합니다.

산 페드로 버터플라이 리투얼 레세르바 리슬링(San Pedro Butterfly Ritual Reserva Riesling) 2009가 노블 롯의 영향을 받은 포도를 썼다는 자료도 일부 있지만 확실하진 않습니다. 와인에 사용한 리슬링 포도에 관한 정보는 하단의 링크 글을 참조하세요.

 

 

3. 와인의 맛과 향

옅은 밀짚 색에 황톳빛이 살짝 돕니다. 레이트 하베스트 치고는 색이 좀 옅습니다. 향이 강한 편이지만 별로 매력적이진 않습니다. 꿀 향에 알코올 냄새가 살짝 섞여 있고 농익은 사과와 열대과일 향이 약하게 나오네요. 모과 향도 조금 풍깁니다.

부드러우나 농밀한 느낌은 다른 레이트 하베스트 와인과 비교해서 약하며, 무게감도 조금 떨어집니다. 레이트 하베스트 와인답게 당연히 단맛이 강하지만 신맛도 꽤 강합니다. 그래서 다른 스위트 와인보다 신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죠. 알코올 도수는 13%로 다른 레이트 하베스트보다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입에서 느끼는 강도는 향과 달리 별로 높지 않습니다.

농익은 사과와 모과 풍미가 강하며 덜 익은 파인애플의 맛도 나옵니다. 다른 스위트 와인에서 종종 느끼는 꿀 풍미는 상대적으로 약해서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여운은 조금 길지만 큰 느낌을 주진 않습니다.

향이 조금 단순하며 단맛보다 신맛이 너무 도드라져 스위트 와인으로는 조금 부족합니다. 크기는 일반 와인 사이즈의 절반인 375㎖입니다. 달고 시며 속살이 노란 과일, 말린 과일, 촉촉하면서 단맛이 강한 과자, 케이크, 아이스크림, 고르곤졸라처럼 발효가 많이 된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아주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부족한 와인입니다. 2021년 월 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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