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새로운 우울증 치료제를 소개합니다. - Chateau Chasse-Spleen 2002

까브드맹 2012. 10. 29. 06:00

샤토 샤스-스플린 2002

샤토 샤스-스플린(Chateau Chasse-Spleen) 2002는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물리 엉 메독(Moulis en Medoc) 마을에서 재배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포도 70%에 메를로(Merlot) 25%와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약 5%를 넣어서 만드는 크뤼 그랑 부르주아 엑셉시오넬(Crus Grands Bourgeois Exceptionels) 등급의 레드 와인입니다.

1. 샤토 샤스-스플린

"슬픔이여 안녕" 

신의 물방울 7권에는 샤토 샤스-스플린의 이름에 담긴 뜻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이름의 뜻이 "to chase away the blues", 혹은 "dispels melancholy"라고 나오는데 "우울함을 몰아내다.", 또는 "슬픔을 떨쳐버리다."란 뜻입니다. 뉘앙스가 약간 다르죠? 신의 물방울 쪽이 좀 더 낭만적으로 번역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의 물방울 쪽이 더 마음을 울리고 기억에 남는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샤스-스플린이 이런 이름을 갖게 된 유래에 대해선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하나는 1821년 샤토를 방문했던 시인 바이런 경이 이 와인을 마셔보고 감탄하면서 "Quel remede pour chasser le spleen(우울함을 쫓아버릴 굉장한 약)"이라고 말했다는 일화에서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는 샤토를 방문했던 샤를르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가 쓴 "우울(Spleen)"이라는 시에서 연유했다는 이야기이죠. 어느 쪽이든 샤토 샤스-스플린이 우울한 마음을 날려버릴 만큼 멋진 맛과 향을 보여줬다는 점은 확실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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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샤스 스플린의 역사는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560년에 포도를 재배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지만, 포도원의 설립은 아마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샤토의 이름에 관한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샤토 샤스-스플린의 뛰어난 맛과 향은 프랑스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연히 프랑스 정부가 1855년 파리 박람회를 위해 <1855년 보르도 와인 공식 등급 분류(Bordeaux Wine Official Classification of 1855)>로 그랑 크뤼를 선정하려 했을 때 샤토 샤스-스플린도 언급되었겠죠.

그러나 샤토 샤스-스플린은 유통 가격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려는 1855 그랑 크뤼 선정에 반대하면서 서류 제출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충분히 그랑 크뤼 4등급 이상으로 뽑힐 만한 품질을 갖추고도 제외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대한 확실한 출처는 확인하지 못했네요.

비록 그랑 크뤼로 선정되지 않았지만 당시 와인업계 사람들은 누구나 샤토 샤스-스플린의 품질을 인정했고, 이를 입증하듯 1932년 크뤼 부르주아 등급제가 생겼을 때 샤토 샤스-스플린은 444개 샤토 중 6개밖에 뽑히지 않은 최고 등급인 크뤼 엑셉시오넬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되죠. 크뤼 부르주아 등급제에 관한 정보는 하단의 링크 글을 참조하세요.

20세기에 샤토 샤스-스플린은 몇 차례 소유주가 바뀌었고, 1976년 따이양(Taillan) 그룹을 운영하던 메를로 빌라(Merlaut Villars) 가문이 구매합니다. 그 후 메를로 빌라 가문과 따이양(Taillan) 그룹이 협의하면서 샤토를 운영해 나갔죠. 그 후 30년간 샤토-스플린은 뛰어난 와인을 계속 생산했고, 때때로 3등급 그랑 크뤼 와인에 필적하는 수준의 와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작황이 좋지 않거나 평범한 빈티지에도 매우 강렬하고 맛과 향이 나오는 와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현재 샤토 샤스-스플린은 메독 지역의 그랑 크뤼 와인 등급을 재조정하면 반드시 등급에 올라갈 수 있는 와인으로 첫 손꼽힙니다.

 

 

샤토 샤스-스플린은 메독(Medoc) 지역에서 유일하게 전 공정에 걸쳐 여과를 하지 않고 와인을 생산합니다. 그래서 와인 색을 보면 약간 탁하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여과를 하면 와인의 원 풍미가 조금이나마 손상될까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와인 양조는 지극히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하며, 현대식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포도 일부를 기계로 수확할 때뿐이라고 합니다.

샤토의 포도밭 면적은 약 80헥타르이며, 포도 재배 비율은 까베르네 소비뇽 약 70%, 메를로 약 25%, 쁘띠 베르도 약 5% 정도이며 자료마다 비율이 조금씩 다릅니다. 물론 까베르네 소비뇽 비율이 2/3를 넘는 것은 모든 자료가 공통적이죠. 그랑 뱅인 샤토 샤스-스플린의 생산량은 연간 28만 병 정도이며, 세컨드 와인인 레르미타주 드 샤스-스플린(L'Ermitage de Chasse-Spleen)과 로라투아르 드 샤스-스플린(l'Oratoire de Chasse-Spleen)의 생산량은 각각 15만 병가량 됩니다. 이외에 화이트 와인인 블랑 드 샤스-스플린(Blanc de Chasse-Spleen)이 있습니다.

샤토 샤스 스플린 2002는 손으로 수확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조와 에폭시를 바른 콘크리트 발효조에 나누어 넣고 3~4주간 발효하고 침용해서 만들었습니다. 포도 비율은 재배 비율과 비슷하며, 숙성은 오크통에서 14~18개월간 이뤄졌습니다. 숙성할 때 쓰는 오크통의 40%는 매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합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아주 진한 루비색이나 테두리엔 퍼플빛도 살짝 보입니다. 약간 탁한데 와인의 결함이 아니라 와인 안의 미세한 앙금을 걸러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블랙체리, 블랙베리, 블랙커런트로 이어지는 검은 과일과 프룬 같은 말린 과일 향이 납니다. 오크와 삼나무 같은 향긋한 나무 향을 풍기며, 타임(thyme)처럼 고무 내 나는 허브와 감초처럼 달콤한 허브 향이 섞여 있네요. 향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푸근합니다.

부드럽고 탄탄해서 마치 잘 짠 비단 같습니다. 중간보다 조금 더 무거우며 든든하고 짜임새 있는 구조가 느껴집니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며 산도는 강하지만 부드럽고 풍부합니다. 블랙베리와 블랙커런트 같은 검은색 과일과 향기로운 여러 가지 나무 풍미가 조화를 이뤄서 거슬리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강하고 인상 깊은 맛을 납니다. 마셨을 때 느끼는 맛과 향의 전반적인 인상은 깊이 있고 푸근하며, 상당히 복합적입니다. 은은하고 길게 이어지는 여운은 편안하고 깊은 풍미를 선사합니다.

뛰어난 밸런스를 보여주는 와인으로 알코올과 산도, 탄닌의 균형이 아주 뛰어납니다. 깨끗하고 힘이 있으며 정숙한 균형감이 일품이군요. 소스를 적게 사용한 소고기와 양고기 스테이크, 그릴에 구운 쇠고기와 양고기, 생갈비나 등심구이, 미트 소스 파스타, 로스트비프, 숙성 치즈 등과 함께 마시면 아주 좋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훌륭하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2012년 8월 25일 시음했습니다.

 

[프랑스] 크뤼 부르조아(Crus Bourgeois)

1. 2009년 7월 31일 이전의 프랑스 와인 분류 2009년 7월 31일 이전의 프랑스 와인은 EU의 기준에 따라 크게 QWPSR(Quality Wines Produced in a Specified Region,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고품질 와인)이라는 고급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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