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9년 7월 31일 이전의 프랑스 와인 분류
2009년 7월 31일 이전의 프랑스 와인은 EU의 기준에 따라 크게 QWPSR(Quality Wines Produced in a Specified Region,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고품질 와인)이라는 고급 와인과 테이블 와인(Table Wine)으로 나뉘었습니다. 고급 와인은 다시 2개 등급으로 나뉘었고, 테이블 와인 역시 2개 등급으로 나뉘어서 프랑스 와인은 모두 4개 등급으로 분류되었죠.
4개 등급 중 제일 아래의 것을 뱅 드 따블(Vin de Table)이라고 하며 "테이블 와인"이라는 뜻입니다. 바로 위의 등급을 뱅 드 빼이(Vin de Pays)라 하는데 "지역 와인"이라는 뜻이죠. 그 위가 뱅 데리미뜨 드 꿸리트 슈페리외르(Vin delimite de Qualite Superieure) 등급인데 "우수한 품질로 구분된 와인"이란 뜻입니다. 이 등급은 2009년 8월 1일에 EU의 와인법 개정으로 없어졌지만, 오래된 와인 서적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알아두면 좋습니다.
제일 위 등급이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로 "지역 이름으로 통제되는(와인)"이란 뜻입니다. 와인도 결국 농산물인 포도로 만드는 것이므로, 포도 재배지의 이름으로 와인 품질을 통제하는 거죠. 예를 들어 똑같이 메독(Medoc)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어도 규정대로 만들어 개성이 드러나고 품질이 입증된 와인은 "Medoc"이란 지역 명칭을 와인 레이블에 표시할 수 있게 하고, 그렇지 않은 와인은 "Medoc"이란 명칭을 쓸 수 없게 해서 소비자들이 레이블만 봐도 와인 품질을 믿고 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2. 보르도 메독 지역의 와인 등급
같은 AOC 와인도 품질에 따라 다시 여러 등급으로 나누며 기준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는 지역의 한 가운데를 관통해서 흐르는 지롱드강의 우안과 좌안 지역이 서로 다른 등급 제도를 사용합니다. 좌안의 메독 지역에서는 1855년에 60개의 최고급 와인을 5개 등급의 그랑 크뤼 와인으로 선정했고, 이 60개 와인과 페싹-레오냥(Pessac-Leognan)의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Brion)을 "1855 그랑 크뤼 클라쎄(Grand Cru Classe)"라 부릅니다.
이 와인들은 선정 이후부터 지금까지 보르도 좌안을 대표하는 최고의 와인들로 인정받고 있죠. 그리고 1855 그랑 크뤼 클라쎄에 선정되지 못했지만 뛰어난 품질을 지닌 와인들을 크뤼 부르조아(Crus Bourgeois)라는 별도의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3. 크뤼 부르조아의 출발
크뤼 부르조아 등급은 1932년 4월 28일에 보르도 메독 지역의 와인 중개상들이 모여서 1855년 보르도 와인 공식 등급 분류에서 탈락한 메독(Medoc) 지역 444개의 샤토를 3개 카테고리로 분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의 크뤼 부르조아 등급은 정부의 승인 없이 와인 중개상들이 독자적으로 선정한 것으로써 공식적인 것은 아니었죠. 그러나 리스트에 올라간 샤토들은 크뤼 부르주아란 명칭을 공공연히 사용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62년에 최초의 크뤼 부르조아 협회가 창설되었지만, 전후 복구와 1956년에 보르도에 몰아닥친 서리로 입은 피해 때문에 가입한 와인 생산자는 이전의 444개 샤토 중에서 단 94개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협회가 94개 포도원을 3개 등급으로 나누면서 크뤼 부르조아의 역사는 다시 시작됩니다. 당시 제정된 3개 등급은 다음과 같습니다.
• 크뤼 그랑 부르조아 엑셉시오넬(Crus Grands Bourgeois Exceptionels)/b>
• 크뤼 그랑 부르조아(Crus Grands Bourgeois)
• 크뤼 부르조아(Crus Bourgeois)
이후 많은 샤토들이 협회에 가입하면서 1966년과 1978년(128개 샤토를 등급 분류)에 다시 등급을 매겼습니다. 1988년에는 "Cru Bourgeois"라는 명칭을 와인 레이블에 표시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죠.
4. 크뤼 부르조아의 소멸과 부활
협회에 가입한 샤토 숫자가 315개로 늘면서 크뤼 부르조아 협회는 2003년에 그동안 미뤄왔던 등급 재조정을 하면서 이를 공식화합니다. 등급 재조정과 공식화에 총 490개 샤토가 서류를 제출했고, 이 중 247개가 공식적으로 크뤼 부르조아 등급을 받았습니다. 구체적인 등급별, 지역별 샤토 숫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 크뤼 그랑 부르조아 엑셉시오넬 : 9개
• 크뤼 그랑 부르조아 : 87개
• 크뤼 부르조아 : 151개
지역 | C.B.E | C.B.S | C.B | 합계 |
메독(Médoc) | 1 | 13 | 48 | 62 |
오-메독(Haut-Médoc) | 32 | 50 | 82 | |
쌩-테스테프(St-Estèphe) | 4 | 12 | 19 | 35 |
뽀이약(Pauillac) | 4 | 3 | 7 | |
쌩-줄리앙(St-Julien) | 3 | 3 | 6 | |
마고(Margaux) | 2 | 7 | 11 | 20 |
리스트락(Listrac) | 9 | 12 | 21 | |
물리(Moulis) | 2 | 7 | 5 | 14 |
합계 | 9 | 87 | 151 | 247 |
하지만 등급 재조정 과정에서 많은 불만이 터져 나오는 등 잡음이 일었습니다. 이때 탈락한 243개의 샤토는 심사가 부당했다고 항의하면서 프랑스 법원에 소송을 걸어버립니다. 몇 차례 법정 공방이 오고 간 끝에 2007년에 프랑스 법원은 2003년에 발표한 크뤼 부르주아 등급을 취소해버리고, 레이블에 "Crus Bourgeois"라는 문구를 더는 넣지 못하게 해 버립니다.
이렇게 크뤼 부르주아 등급은 프랑스의 와인 역사에서 사라질 뻔했지만, 보르도 크뤼 부르조아 연합의 노력으로 2009년에 프랑스 농림부 장관이 크뤼 부르조아의 새로운 레이블을 공식적으로 승인했습니다. 프랑스 국무총리가 관련 법령에 서명하면서 크뤼 부르조아 등급은 부활하게 되었죠.
그러나 새로운 크뤼 부르조아 제도의 규정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크뤼 부르조아 등급을 받기를 원하는 샤토는 독립기관인 "뷰로 베리타스(Bureau Veritas)"의 확인을 받아야 하며, 출시 전에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출품해야 합니다. 예전에 3개로 나뉘었던 등급 체계는 이제 단 하나이며, 몇 년에 한 번씩 했던 평가와 분류는 매년 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최종 생산된 와인 뿐만 아니라 와인 양조 과정도 평가받게 되어서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기준에 미흡한 와인은 가차 없이 탈락하죠. 선정된 크뤼 부르주아 와인의 목록은 빈티지로부터 거의 2년 후에 공표합니다. 따라서 2008 빈티지의 크뤼 부르주아 와인 목록은 2010년에, 2009 빈티지의 크뤼 부르주아 와인 목록은 2011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양조와 숙성 과정을 거치면 약 1년 6개월에서 2년 후에 와인을 출시하므로 구매 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엔 별다른 문제가 없죠.
가장 최근에 발표한 2015년 크뤼 부르주아 와인 리스트를 보면 총 271개의 와인이 크뤼 부르주아로 선정되었습니다. 매년 발표하는 크뤼 부르주아 와인의 리스트는 아래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