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의 레이블에는 2009년 8월 1일 이전에는 AOC, 이후에는 AOP 제도에 따른 와인 등급이 적혀 있습니다. 제일 낮은 등급부터 살펴보면
1. 테이블 와인(Table Wine). 2009년 8월 1일 이후부터 PGI(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지리적 표시를 보호하는) 와인
1) 뱅 드 따블(Vin de Table). 2009년 8월 1일 이후부터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
뱅 드 따블은 프랑스 전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에 부여합니다. 품종 제한이 없고 지역, 포도 품종, 빈티지를 레이블에 표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뱅 드 프랑스는 레이블에 빈티지와 품종 표시를 할 수 있으며 수확량, 품종, 재배법에 제한이 없습니다.
2) 뱅 드 뻬이(Vin de Pays) / 2009년 8월 1일 이후부터 IGP(Indication Geographique Protegee)
지정된 지역에서 재배를 허가받은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에 붙는 등급입니다. 포도 수확량은 헥타르당 90헥토리터를 넘으면 안 되며,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지역별로 정해진 최소 수치를 넘겨야 합니다. IGP는 뱅 드 뻬이를 대체하는 등급이지만, 규정이 조금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2. QWPSR(Quality Wines Produced in a Specified Region, 특정 지역에서 생산한 품질 와인). 2009년 8월 1일 이후부터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원산지 지명을 보호하는) 와인
1) 뱅 데리미떼 드 퀄리떼 슈페리오레(Vin Delimite de Qualite Superieure, VDQS) / 2009년 8월 1일 이후 폐지
최고 등급인 AOC로 승급하기 전 단계로 AOC보다 규정이 덜 엄격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품질을 가진 와인에 부여합니다.
2)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 2009년 8월 1일 이후부터 AOP(Appellation d’Origine Protegee)
프랑스 와인의 최고 등급입니다.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한 포도를 수확한 "지역(Origine)"의 "명칭(Aappellation)"으로 품질을 "통제, 관리(Controlee)"하는 AOC 법의 기준을 통과한 와인에 붙입니다. 기본적으로 아래의 6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① 와인에 사용한 포도는 지정된 지역에서 재배했는가?
② 와인에 사용한 포도는 지역별로 정해진 품종을 사용했는가?
③ 포도는 규정에 따른 방법으로 재배했는가?
④ 1헥타르당 포도 수확량은 규정에 정해진 양을 넘기지 않았는가?
⑤ 숙성을 포함한 양조기술은 허용된 것인가?
⑥ 와인의 알코올은 보당(補糖, Chaptalisation)을 하지 않고도 최소 기준 이상으로 들어있는가?
좀 복잡하죠? 이외에 좀 더 세세하고 엄격한 기준들이 있습니다. 프랑스 최고급 와인은 이렇게 까다로운 규정을 통과해야 하므로 그 품질을 인정할 수 있죠. AOC 제도는 프랑스 와인이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칠 수 있게 해줬으므로 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와인법을 정비할 때 AOC 제도를 많이 참조했습니다.
위의 6개 기준과 다른 부수적인 조건을 통과한 와인은 레이블에 최고 등급을 뜻하는 AOC 표시를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프랑스 와인의 레이블을 보면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라고 등급 표시가 적힌 와인은 한 개도 없습니다. "d’Origine" 대신 "Bordeaux", "Haut-Medoc", "Pauillac", "Saint-Estephe" 같은 단어가 들어가기 때문이죠. 이 단어들은 와인 양조에 사용한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한 프랑스 각지의 지명들입니다. 이 지명들이 들어간 글귀는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 : 보르도 지방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Appellation Haut-Medoc Controlee : (보르도 지방의) 오-메독 지역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Appellation Pauillac Controlee : (보르도 오-메독 지역의) 뽀이약 마을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Appellation Saint-Estephe Controlee : (보르도 오-메독 지역의) 쌩-테스테프 마을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AOP는 기존의 AOC 등급보다 더욱 강화된 생산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현재 2009년 8월 1일 이전과 이후의 등급 표시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피하려고 어느 한쪽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AOP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중이죠.
그런데 보르도 AOC 와인을 살펴보면 색다른 표시를 볼 수 있습니다. 레이블에 "아뻴라씨옹 보르도 슈뻬리에 꽁트롤레(Appellation Bordeaux Superieur Controlee)"라는 표시죠. 위에 말한 것처럼 "보르도 슈뻬리에(Bordeaux Superieur) 지역"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보르도 어느 곳에도 "보르도 슈뻬리에"라는 지역은 없다는 것이죠. 왜냐하면, 보르도 슈뻬리에는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한 지역의 이름이 아니라 포도와 와인에 정해진 최소한의 품질을 충족했을 때 붙는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슈뻬리에(Superieur)는 '나은', '높은', '우수한', '상류'라는 뜻의 프랑스어입니다. 따라서 보르도 슈뻬리에(Bordeaux Superieur)는 "우수한 보르도(AOC 와인)"라는 뜻이 되며, 실제로도 요구하는 조건이 더 까다롭습니다. 레이블만 보면 일반 보르도 AOC와 보르도 슈뻬리에 AOC의 차이는 알코올 도수밖에 없습니다. 보르도 슈뻬리에 AOC는 일반 보르도 AOC와 알코올 도수가 같거나 약 0.5~1% 정도 높습니다. 그 이유는 더 잘 익은 포도로 보르도 슈뻬리에 AOC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죠. 포도가 잘 익을수록 당분이 더 많아지고, 발효하면서 축적된 당분 만큼 알코올로 바뀌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더 높게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살펴보면 차이점이 더 많습니다. 표로 나타내보면 레드 와인은
Bordeaux (red) | Bordeaux Supérieur (red) | |
허용된 포도 품종 |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까르메네르(Carmenère), 메를로 루즈(Merlot rouge), 말벡(Malbe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 |
포도의 당분 함유량 | 최소 178g/l | 최소 187g/l |
발효 후 알코올 함유량 | 최소 10% | 최소 10.5% |
헥타르당 기본 포도 수확량 | 55 hl/ha | 50 hl/ha |
법정 출시일 | 규정 없음 | 수확한 이듬해 7월 1일 이후 |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화이트 와인은
Bordeaux (red) | Bordeaux Supérieur (red) | |
허용된 포도 품종 | 주품종(최소 70%)은 쎄미용(Sémillon), 소비뇽 블랑 & 그리(Sauvignon blanc & gris), 무스까델(Muscadelle) 보조품종(최대 30%)은 메를로 블랑(Merlot blanc), 꼴롱바(Colombard),모작(Mauzac), 온뎅(Ondenc), 우니 블랑(Ugni blan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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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의 당분 함유량 | 최소 178g/l | 최소 212g/l |
발효 후 알코올 함유량 | 최소 10% | 최소 11.5% |
헥타르당 기본 포도 수확량 | 65 hl/ha | 50 hl/ha |
법정 출시일 | 규정 없음 | 수확한 이듬해 7월 1일 이후 |
이렇게 됩니다. 또한, 보르도 슈뻬리에는 보통 평균 수령이 더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듭니다.
<참고 자료>
1.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2. 방문송 외 6인 공저, 와인미학, 서울 : 와인비전, 2013
3. 영문 위키피디아 보르도 AOC 항목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