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같은 게르만 민족이 많이 살고 언어도 비슷하며 역사적으로도 관련이 많은 오스트리아는 와인 법도 독일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더 복잡하고 더 세분되어 있죠. 그래서 처음 오스트리아 와인을 접하면 굉장히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일은 와인 초보자뿐만 아니라 고수도 마찬가지인지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조차 1999년에 오스트리아 와인의 레이블에 대해 "읽기 어렵고 혼란스럽다."라고 말할 정도였죠. 오스트리아 와인 레이블에 적힌 여러 표시가 복잡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EU에 가입한 후부터 그런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오스트리아 와인 법에는 세 가지 시스템이 있습니다.
① 독일 와인 법에 기초한 전통적 등급 구분(National Classification)
② 오직 바하우(Wachau)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바하우 등급 구분(Wachau Classification)
③ 지역 명칭 시스템인 DAC(Districtus Austriae Controllatus) 제도
위의 세 시스템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전통적 등급 구분(National Classification)
현재 사용하는 등급 분류는 2차 대전 당시에 독일 와인 법을 기초로 해서 만들었습니다. 아마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했을 때 여러 제도를 독일식으로 바꾼 모양이죠? 그 후 1985년에 제도를 개정해서 현재까지 사용 중입니다. 등급 구분은 수확 시기의 포도즙 농도를 측정해서 결정하며 클로스타노이부어가 모스트바그(Klosterneuberger Mostwaage, KMW)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이 단위는 독일에서 쓰는 웩슬러(Öchsle)와 비슷합니다. 포도즙 농도는 당분과 기타 여러 가지 성분에 따라 좌우됩니다.
1) 타펠바인(Tafelwein) : 두 곳 이상의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입니다.
2) 란트바인(Landwein) : 하나의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입니다. 알코올 도수는 11.5% 이하입니다.
3) 크발리타츠바인(Qualitätswein) : 하나의 구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입니다. 란트바인보다 좁은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를 씁니다. 알코올 도수는 9% 이상이어야 합니다. 보당(補糖, chaptalisation), 즉 설탕을 첨가해서 알코올 도수를 올릴 수 있습니다.
4) 카비네트(Kabinett) : 독일에선 카비네트라는 등급 이름이 프라디카츠바인(Praidikatwein)으로 들어가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한 단계 아래로 별도의 등급입니다. 보당 없는 크발리타츠바인으로 알코올 도수는 12.7% 이하입니다.
5) 프라디카츠바인(Praidikatwein) : 독일의 프라디카츠바인 등급과 비슷하지만 두 개 등급이 더 있어서 좀 더 세분되어있습니다. 보당할 수 없고 발효한 후엔 단맛을 내려고 포도즙을 추가할 수도 없습니다. 슈페틀레제 등급을 뺀 나머지 등급은 수확한 다음 해 5월 1일까지 출시할 수 없습니다.
① 슈페틀레제(Spatlese) : 카비네트보다 포도즙 농도가 더 진하며 수확한 이듬해 3월 1일까지 출시할 수 없습니다.
② 아우슬레레제(Auslese) : 손으로 수확해서 썩거나 상한 포도알을 제거한 후에 만듭니다.
③ 스트로바인(Strohwein) : 밀짚으로 짠 가마니 위에서 3개월간 말린 포도로 만듭니다.
④ 아이스바인(Eiswein) : 포도알이 얼었을 때 수확한 다음 프레스로 짜낸 포도즙으로 만듭니다.
⑤ 베렌아우슬레제(Beerenauslese) : 아우슬레제처럼 손으로 수확해서 썩거나 상한 포도알을 제거한 후에 만들며 포도즙 농도가 더 진합니다.
⑥ 아우스브루히(Ausbruch) : 노블 롯에 걸린 포도나 늦게 수확해서 반쯤 건포도가 된 포도로 만듭니다.
⑦ 트로켄베렌아우슬레제(Trockenbeerenauslese) : 노블 롯에 걸린 포도만 사용해서 만듭니다.
2. 바하우 등급 구분(Wachau Classification)
비네아 바하우 노빌리스 디스트릭터스(Vinea Wachau Nobilis Districtus)라고 하며 세 종류로 분류됩니다. 단맛이 나는 와인은 없고 모두 드라이하죠. 와인 등급 분류라기보다 맛 정리 표에 가깝습니다.
1) 슈타인페더(Steinfeder) : "돌 깃털(Stone feather)"이라는 뜻으로 포도밭에서 자라는 스티파 피나타(Stipa pinnata)라는 풀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알코올 도수는 11.5%를 넘지 않고 생산 지역에서 대부분 소비됩니다.
2) 페더슈필(Federspiel) : 매를 훈련하는 도구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알코올 도수는 11.5%~12.5% 정도로 대략 카비네트 등급과 같습니다. 양조 후 5년 이내에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3) 스마라그트(Smaragd) : 포도밭에 서식하는 에메랄드빛의 도마뱀 이름을 딴 것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최소 12.5% 이상이어야 합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 중 하나로 반드시 병에서 6년 이상 숙성해야 합니다.
3. DAC(Districtus Austriae Controllatus) 제도
디스트릭터스 아우스트리에 콘트롤라투스(Districtus Austriae Controllatus)라는 라틴어이며 영어로 바꾸면 "Controlled District of Austria", 즉 "오스트리아의 통제 지역", 또는 " 오스트리아의 지역을 통제하는"이라는 뜻입니다. 프랑스의 AOC나 이탈리아의 DOC 제도와 비슷합니다. 지역 와인 위원회는 지역적 특성을 가진 와인을 심사해서 DAC 등급을 수여하죠. 현재 DAC 지역은 10개입니다.
① 바인비르텔(Weinviertel) DAC : 그뤼너 벨트리너(Gruner Veltliner) 포도로만 만들어야 합니다.
② 미텔부르겐란트(Mittelburgenland) DAC : 블라우프랑키쉬(Blaufrankisch) 포도로만 만들어야 합니다.
③ 트라이젠탈(Traisental) DAC : 리슬링(Riesling)과 그뤼너 벨트리너를 써야 합니다.
④ 크렘스탈(Kremstal) DAC : 리슬링과 그뤼너 벨트리너를 써야 합니다.
⑤ 캄프탈(Kamptal) DAC : 리슬링과 그뤼너 벨트리너를 써야 합니다.
⑥ 라이타베르크(Leithaberg) DAC : 2010년 9월부터 그뤼너 벨트리너, 바이쓰부르군더(Weißburgunder), 샤르도네(Chardonnay), 노이부르거(Neuburger), 블라우프랑키쉬 포도로 만들 수 있습니다.
⑦ 아이젠베르크(Eisenberg) DAC : 2010년 9월부터 블라우프랑키쉬 포도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⑧ 노이지들러 호(Neusiedlersee) DAC : 품종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클라식(Klassik) 와인은 100% 쯔바이겔트(Zweigelt), 리저브 뀌베 블랜드(Reserve Cuvée Blend) 와인은 최소 60%의 쯔바이겔트를 써야 합니다.
⑨ 비너 게미슈터 잣츠(Wiener Gemischter Satz) DAC : 포도밭 한 곳에서 기른 최소 3개의 청포도를 섞어서 만들어야 합니다.
⑩ 쉴허란트(Schilcherland) DAC : 블라우어 빌트바허(Blauer Wildbacher)를 써야 합니다.
아래는 DAC 7개 지역과 다른 지역의 위치입니다. 참고로 오스트리아 와인 산지는 알프스산맥 때문에 동부에 몰려있습니다.
① Wachau ② Kremstal ③ Kamptal ④ Traisental ⑤ Donauland ⑥ Weinviertel ⑦ Carnuntum ⑧ Thermenregion ⑨ Neusiedlersee ⑩ Neusiedlersee-Hügelland ⑪ Mittelburgenland ⑫ Südburgenland ⑬ Wien ⑭ Südoststeiermark ⑮ Südsteiermark ⑯ Weststeiermark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영문 위키피디아 오스트리아 와인 항목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