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몰도바의 와인 산업
2009년에 124,200t의 와인을 생산한 몰도바는 와인 산업 체계가 잘 갖춰진 국가입니다. 구소련의 공화국 가운데 포도밭 면적이 제일 넓을 뿐만 아니라 잠재력도 크죠. 148,500헥타르의 포도밭이 있고, 상업적 와인 생산에 107,800헥타르를 사용합니다. 나머지 40,700헥타르의 포도밭은 마을과 집 주변에서 주민들이 마실 수제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되죠. 많은 가정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양조법으로 와인을 만들며, 수 세대에 걸쳐 전해진 포도 가지를 갖고 있습니다.
2014년 기준으로 몰도바는 전 세계 12위의 와인 생산국이었습니다. 상업적 와인은 대부분 수출되는데, 폴란드와 루마니아, 러시아,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으로 매년 6,700만 병을 수출합니다.
2007년 8월에 설립된 몰도바 와인 길드(Moldova Wine Guild)는 아코렉스 와인 홀딩(Acorex Wine Holding), 비나리아 보스타반(Vinaria Bostavan), 샤토 바르테리(Chateau Vartely), DK-인터트레이드(DK-Intertrade), 디오니소스-마레니(Dionysos-Mereni), 라이온-그리(Lion-Gri), 비나리아 뿌카리(Vinaria Purcari) 같은 몰도바의 몇몇 선도적인 개인 와이너리가 만든 비영리 단체입니다. 이 와이너리들이 몰도바 와인 수출량의 1/3 이상을 담당하죠.
길드의 회원사들은 몰도바를 유럽의 주요 와인 생산국 중 하나로 끌어올리려는 목표로 뭉쳤습니다. 목표를 위해 회원사들은 국제 시장에서 몰도바 와인을 판촉하려고 공동 마케팅으로 함께 협력합니다. 그 외에 몰도바의 와인 산업계를 위해 국제 와인 무역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고 몰도바 와인에 대한 언론 자료를 배포합니다.
2. 몰도바 와인의 역사
몰도바 북쪽의 나슬라브치아 마을 근처에서 고대 품종인 비티스 튜토니카(Vitis teutonica)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은 약 6백만년에서 2500만년 사이에 몰도바에서 포도가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바르바로브카(Varvarovca) 마을 부근에서 발굴된 포도씨 흔적의 크기는 BC 2800년 경에 이미 포도를 재배했던 것을 입증해주죠. 4000~5000년 전부터 니스트루(Nistru)강과 프루트(Prut) 강 사이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거치면서 거주민들은 흥망성쇠를 거듭했지만, 두 강 사이의 와인 생산지는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기원전 3세기 말에 몰도바의 마을과 그리스의 폴리스를 연결하는 무역로가 만들어졌습니다. 서기 107년 경에 로마와 무역을 시작하면서 몰도바 와인은 로마의 발달된 포도 재배법와 와인 양조 기술에 강한 영향을 받습니다. 14세기에 루마니아인이 몰도바 지역에 봉건 체제를 성립하면서 포도와 와인 산업은 더욱 발달했고, 15세기에 슈테판 3세(Stephen III)의 치세 아래 엄청난 발전을 이룹니다. 지금도 대왕으로 칭송받는 슈테판 3세는 좋은 포도 품종을 도입하고 고품질 와인 생산을 장려했죠. 중세 시대를 거치면서 몰도바 와인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러시아로 향하는 주요 수출품으로 자리잡습니다.
1812년에 부쿠레슈티(Bucharest) 조약이 체결되면서 몰도바는 러시아 제국의 일개 지방이 되었지만, 와인 산업은 오히려 활발해졌습니다. 전통 품종인 라라 네아그라(Rară Neagră)와 플라바이(Plavai), 갈베나(Galbena), 즈기하르다(Zghiharda), 바투타 네아그라(Batuta Neagră), 페타스카 알바(Fetească Albă), 페타스카 네아그라(Fetească Neagră), 타므이오아사(Tămâioasa), 카바시아(Cabasia)와 다른 토종 포도를 재배했고, 헝가리와 불가리아, 그리스, 터키의 품종도 재배했죠. 이 시절에 포도 재배자들이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베싸라비아(Bessarabia) 지방의 포도밭 면적은 1837년에 14,000헥타르에 다달았습니다. 와인 생산량은 1200만 리터나 되었죠.
19세기 후반에 프랑스 이주민들이 상업성이 뛰어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를 비롯해 피노 블랑(Pinot blanc), 피노 누아(Pinot noir), 피노 그리(Pinot gris), 알리고떼(Aligote),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가메(Gamay), 뮈스까 블랑(Muscat blanc) 같은 프랑스 품종을 몰도바에 소개했고 재배지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프랑스 이주민들은 와인 산업의 토대를 잘 닦아놨으며, 네그루 데 뿌카리(Negru de Purcari)와 로마네스티(Romanesti) 같은 유명한 몰도바 와인도 이때부터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황제의 크렘린 셀러는 당시의 몰다비아(Moldavia), 더 예전엔 베싸라비아로 불렀던 곳의 최고급 와인을 채워넣으려고 항상 분주했죠.
19세기 말에 유럽의 포도밭을 초토화시킨 필록세라의 공격을 몰도바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포도밭이 피해를 입었지만, 미국종 포도 뿌리를 접붙인 포도 묘목으로 1906년부터 복구되기 시작했죠. 1914년의 베싸라비아에는 러시아 제국에서 가장 큰 포도밭이 있었습니다.
세계 1, 2차 대전은 몰도바의 포도밭과 와인 사업에 큰 피해를 입혔지만, 1950년대에 소비에트 연방 체제 아래에서 복구되었습니다. 10년 동안 15만 헥타르가 넘는 포도밭이 개간되었고, 1960년에 포도밭의 총 면적은 22만 헥타르에 도달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몰도바의 운명은 러시아와 루마니아 사이의 줄다리기에 달려있었습니다. 다행히 어느 쪽도 완전히 승리하지 못했고, 1991년 몰도바는 마침내 독립을 쟁취했습니다. 2006년에 러시아와 있었던 외교 갈등으로 러시아는 몰도바와 조지아 와인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러시아는 그때까지 몰도바 와인의 최대 수출국이었기에 몰도바 와인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2013년에 9월에 몰도바가 EU에 가입하려는 계획을 발표하자 새로운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죠.
몰도바의 와인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지만, 주변 세력의 영향력에 좌우되곤 했습니다. 19세기 이후에는 러시아가 몰도바 와인 산업에 큰 영향을 끼쳤고, 최근에는 큰 악재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몰도바 와인은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큰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오랜 역사와 다양한 품종, 독특한 개성을 지닌 몰도바 와인이 이러한 난관을 해결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난관을 해결할 무렵에는 우리 주변에서 몰도바의 개성 있는 와인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3. 몰도바의 와인 생산지
몰도바의 땅과 기후는 포도나무 재배에 안성맞춤입니다. 그 때문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련 시절 정부는 마구잡이로 포도밭을 개간하고 포도나무를 심었고, 1980년대 초반엔 24만 헥타르에 육박하는 포도밭에서 소련 전체에서 필요로 하는 와인의 약 5분의 1을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유난히도 혹독했던 겨울 추위에 고르바초프의 절주 운동까지 겹치면서 포도밭은 약 15만 헥타르까지 감소했고, 현재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전 국토의 12분의 1가량이 포도나무로 덮여 있는 셈입니다. 포도원은 대부분 수도 키시네프(Kishinev, Chisinau)에서 멀지 않은 중부와 남부에 있습니다.
몰도바의 포도 생산지는 크게 네 지역으로 나뉩니다. 북부의 발티(Balti), 중앙의 코드루(Codru), 남동부의 뿌카리(Purcari), 남부의 까훌(Cahul)이죠. 주요 지역은 남부로 좋은 레드 스위트 와인과 세미 스위트 와인을 생산하며 화이트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높습니다. 따라클리아(Taraclia), 츄마이(Ciumai), 콤라트(Comrat), 차디르-룽가(Ceadir-Lunga), 바우치(Baurci), 카자이악(Cazaiac), 또마이(Tomai), 치미슐리아(Cimislia) 같은 이름난 소규모 생산지도 남부 지역에 있죠.
몰도바 최고의 와인이라 평가받는 네그루 드 푸카리(Negru de Purcari)는 남동부의 푸카리 와이너리(Purcari Winery)에서 생산합니다.
몰도바의 최고급 산지들은 부르고뉴와 위도가 같습니다. 비탈의 경사가 훌륭한 다수의 계곡은 토양이 비교적 척박하고 기후는 흑해의 영향을 받아 온화합니다. 종종 포도나무가 얼어 죽을 만큼 겨울 날씨가 춥지만, 최고의 산지에 있는 오래된 밭이라면 이상적인 기후 조건을 갖췄습니다.
이렇게 포도재배 환경이 좋은데도 외국의 투자가 뜸했던 이유는 오로지 불안한 국내 시장여건 때문입니다. 주목할 만한 예외가 크리코바 아코렉스(Cricova Acorex)입니다. 피노 그리를 필두로 한 경쟁력 있는 국제적 품종 와인으로 수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죠.
4. 몰도바의 포도 품종
몰도바에서는 아주 다양한 품종을 재배합니다. 포도 품종 비율은 유럽에서 건너온 것이 70%, 토착 품종이 16%, 코카서스 일대의 품종이 14%입니다. 전체 포도 품종의 70%가 청포도입니다.
1) 주요 토착 품종
① 페테아스카 알바(Fetească Albă) : 청포도
② 페테아스카 레갈라(Fetească regală) : 페테아스카 알바와 푸르민트(Furmint)의 자연 교배로 탄생한 청포도
③ 라라 네아갈라 : 주로 다른 포도와 혼합하는 전통 흑포도로 까베르네 소비뇽이 보급되기 전까지는 유명한 네그루 데 뿌카리 와인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④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 흑포도
⑤ 플라바이 : 19세기와 20세기 초엽에 인기 있었던 청포도이지만 이제는 희귀해졌습니다.
⑥ 부슈요아까 알바(Busuioacă albă) : 향기로운 청포도
2) 외래 품종
① 청포도 :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 알리고떼, 피노 그리, 피노 블랑, 리슬링(Riesling), 트라미너(Traminer), 뮈스까(Muscat), 실바나(Silvaner), 뮬러-투르가우(Müller-Thurgau), 르카치텔리(Rkatsiteli)
② 흑포도 :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 말벡(Malbec), 사페라비(Saperavi), 가메
③ 최근 도입된 품종: 시라(Syrah),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까리냥(Carignan),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쎄미용(Sémillon), 우니 블랑(Ugni blanc), 뗌프라니요(Tempranillo)를 조건부로 시험 재배합니다.
5. 밀레슈티 미치 와이너리의 와인 저장고
기네스북에 따르면 몰도바의 밀레슈티 미치(Mileștii Mici) 마을에 있는 밀레슈티 미치 와이너리의 지하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와인 컬렉션이 있습니다. 지하 저장고 길이가 250km나 되며, 현재는 120km 정도만 사용하죠. 크리코바 와이너리도 지하에 120km에 달하는 광범위한 터널형 저장 시설을 갖췄습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영문 위키피디아 몰도바 와인 항목
3.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