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가축의 젖을 식생활에 사용해온 유럽에서는 치즈((Cheese, Fromage)가 굉장히 발달했습니다. 종류가 수백 가지에 이르며 프랑스만 해도 400종이 넘는 치즈가 있죠. 이탈리아도 프랑스 못지않은 치즈 강국으로 종류가 400종이 넘습니다. 과거에는 영국도 두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1860년대에 퍼진 가축 전염병으로 축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치즈 산업이 몰락했죠. 하지만 최근 다시 치즈 왕국으로 부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수백여 가지가 넘는 치즈는 원유의 종류와 수분 함량, 경도 등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지만. 크게 생치즈, 흰곰팡이가 핀 연성 치즈,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 염소젖 치즈, 블루 치즈, 반경성 치즈, 경성 치즈, 가공 치즈의 8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분 함량에 따라 더 간단하게 부드러운 연질 치즈(Soft Cheese), 조금 딱딱한 세미-하드 치즈(Semi-hard Cheese), 딱딱한 경질 치즈(Hard Cheese)의 3가지로 나누기도 하죠.
8가지 분류에 따라 주요 프랑스 치즈를 알아보고 어울리는 프랑스 와인도 살펴보겠습니다.
1. 생치즈
부드러운 맛을 간직한 치즈로 발효하거나 숙성하지 않은 상태의 치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드럽고 엉기는 듯한 맛이며 우유의 신선한 흰 빛을 그대로 갖고 있죠. 우유나 저온 살균한 크림으로 만들며 신선하고 약간 시큼한 듯한 맛 덕분에 언제 어느 때라도 먹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은 아침 식사를 할 때 먹을 수 있으며 어떤 것은 날음식과 함께 식전에 먹을 수 있죠. 혹은 식사가 끝날 무렵에 빵과 함께 먹을 수 있으며 향신료와 함께 디저트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차가운 생치즈는 과일 향이 나는 가볍고 시원한 와인과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① 프레시 고트 치즈(Fresh Goats Cheese)
② 데미 셀 치즈(Demi-sel Cheese)
③ 쁘띠 쉬스(Petit-Suisse)
④ 플레이버드 소프트 치즈(Flavoured soft Cheese)
⑤ 프로마쥬 프레 아로마티(Fromage frais aromatié)
2. 흰곰팡이가 핀 연성 치즈
흰 솜털 모양으로 곰팡이가 덮인 전통적인 치즈로 부드럽고 엉기는 듯한 맛이며 속살은 대부분 밝은 노란색입니다. 생치즈와 다른 점은 구멍 뚫린 틀에 넣어서 물기를 뺀 후 2~6주간 숙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름과 맛이 널리 알려진 치즈가 많으며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가장 많이 수출합니다. 부드러우면서 신맛과 떫은맛이 균형을 이루는 꼬뜨 뒤 론(Cotes du Rhone)과 보졸레의 부루이(Brouilly), 쌩-테밀리옹(Saint-Emilion)의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립니다.
① 샤로우즈(Chaource)
② 생-마르슬랑(Saint-Marcellin)
③ 까망베르(Camembert)
④ 브리(Brie)
⑤ 까레 드 레스트(Carré de l’Est)
⑥ 누샤텔(Neufchâtel)
⑦ 쿠루미르(Coulommiers)
3.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
미끈미끈하고 반짝이며 붉은 오렌지빛이 도는 아름다운 노란색의 말랑말랑한 껍질을 가진 치즈입니다. 껍질을 연하게 하고 맛을 더 강하게 만들려고 미지근한 소금물에 씻는 과정이 있어서 연성 치즈보다 풍미가 더 진합니다. 그래서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은 후에 먹어도 어울리죠. 잘 맞는 와인으로는 꼬뜨 드 뉘(Cote de Nuits)의 부르고뉴 와인, 꼬뜨 뒤 론이나 샤토네프 뒤 빠프(Chateauneuf-du-Pape) 등입니다.
① 말로왈르(Maroilles)
② 랑그르(Langres)
③ 이푸와스(Epoisses)
④ 리바로(Livarot)
⑤ 몽 도(Mont d’Or)
⑥ 불레뜨 다벤(Boulette d’Avesnes)
⑦ 퐁 레베퀴(Pont l’Evêque)
⑧ 묑스테(Munster)
4. 염소젖 치즈
색이 희거나 재가 묻거나 향신료를 뿌렸거나 포도 잎으로 쌌거나… 다양한 형태이지만, 공통점은 염소젖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염소젖의 특이한 맛이 나는 치즈들로 숙성 기간에 따라 연한 것부터 딱딱한 것까지 굳기가 다양하며 기후가 건조하고 석회 토양이 많은 곳에서 주로 생산합니다. 프랑스에서는 3월부터 10월까지가 염소젖 치즈의 최적기이죠. 샐러드와 함께 전채요리(Entree)로 먹어도 좋으며 같은 생산지의 와인인 상세르(Sancerre), 마꽁(Macon), 꼬뜨 뒤 론, 시농(Chinon), 부르궤이(Bourgueil) 등과 잘 맞습니다.
① 발랑세(Valençay)
② 삐코동(Picodon)
③ 쉐브르 록(Chèvre Log)
④ 생트-모우어(Sainte-Maure)
⑤ 끄로탱 드 샤비뇰(Crottin de Chavignol)
⑥ 셀르-쉬르-세르(Selles-sur-Cher)
⑦ 풀리니-생-삐에르(Pouligny-St-Pierre)
⑧ 샤비쇼(Chabichou)
5. 블루 치즈
독특한 맛을 지닌 치즈로 흰 살에 박힌 푸른색 대리석 무늬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습니다. 숙성 기간과 조건이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로크포르는 습도와 온도가 알맞은 천연 동굴에서 3~6개월간 숙성하죠. 로크포르는 양젖으로 만들지만, 보통은 소젖으로 만듭니다. 풍부하고 강한 맛이 나는 블루 치즈는 호도나 건포도가 들어간 빵을 곁들이면 아주 제격이며 항상 치즈 접시의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샐러드, 수플레, 키슈(quiche), 소스 등 다양한 요리에도 사용하죠.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는 쏘테른, 부브레(Vouvray), 꼬또 뒤 레이용(Coteaux du Layon) 같은 스위트 와인과 그라브(Graves), 쌩-테밀리옹, 꼬뜨 뒤 론, 꺄오르(Cahors), 꼬르비에르(Corbiere), 뮈스까 드 리브살뜨(Muscat de Rivesalt) 등이 있습니다.
① 블루 드 젝스(Bleu de Gex)
② 블루 도베르뉴(Bleu d’Auvergne)
③ 블루 드 브레스(Bleu de Bresse)
④ 푸르메 담베 혹은 드 몽브리종(Fourme d’Ambert or de Montbrison)
⑤ 로크포르(Roquefort)
⑥ 블루 데 커스(Bleu des Causses)
6. 반경성 치즈
반경성 치즈는 호두처럼 딱딱한 껍질 속에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속살을 감추고 있습니다. 딱딱한 껍질은 주형틀 안에서 커드를 압착하는 아주 특별한 제조 과정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 치즈들은 1~12개월 동안 진행하는 숙성기간 동안 규칙적으로 뒤집어주고, 씻어주고, 솔질 해주는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반경성 치즈는 아침 식사로는 쌩-폴랑과 똠 드 사부아가 좋고 식전에는 숙성 초기의 깡딸과 미몰레뜨가 잘 맞습니다. 와인에도 다양하게 어울립니다. 프로마쥬 데 피레네와 르블로숑은 과일 향 나는 사부아(Savoie) 화이트 와인이 맞고 깡딸과 쌩-넥테는 부르고뉴(Bourgogne) 와인이, 프로마쥬 데 자베는 보졸레(Beaujolais)가 어울립니다.
① 깡딸(Cantal)
② 오쏘-이라티(Ossau-Iraty)
③ 모르비에(Morbier)
④ 프로마쥬 데 피레네(Fromage des Pyrénées)
⑤ 쌩-넥테(Saint-Nectaire)
⑥ 쌩-폴랑(Saint-Paulin)
⑦ 똠 드 사부아(Tomme de Savoie)
⑧ 르블로숑(Reblochon)
⑨ 미몰레트(Mimolette)
7. 경성 치즈
경성 치즈는 쥐라와 알프스의 주민들이 겨울 식량(단백질과 칼슘)을 고산지대 목장에서 만들면서 생긴 것입니다. 노란색 껍질에 구멍이 뚫렸으며 크기가 크죠. 반 경성 치즈와 달리 커드를 압착하기 전에 오래 숙성하는 것이 특징인데 1년 정도 이어지는 숙성은 가히 예술적이라 할 수 있죠. 주로 지하창고에서 만들며 많은 손질을 해야 합니다. 얇게 저민 형, 막대 형, 채 썬 형, 개인용 크기 포장 등등 크기와 형태가 다양한 만큼 용도도 많습니다. 과일 향이 도는 맛은 식사 후에 먹든 일상 요리의 재료로 사용되든 사람들의 구미를 돋워줍니다. 산뜻한 화이트 와인이나 드라이한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① 그뤼에르(Gruyère)
② 보포르(Beaufort)
③ 꽁떼(Comté)
④ 에멘탈(Emmental)
8. 가공 치즈
단일한 농도를 가진 가공 치즈는 여러 향이 첨가된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자연적인 향뿐만 아니라 건과류와 마늘, 향초, 향신료를 첨가하며 한 종류 혹은 여러 종류의 경성 치즈를 우유, 버터, 크림과 섞어서 제조합니다.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고 어른과 아이 모두 즐기기 쉽게 포장되었죠. 가벼운 레드와 화이트 와인에 잘 맞고 맥주와 함께 먹어도 좋습니다.
① 페퍼드 치즈(Peppered Cheese)
② 까나페 치즈(Canapé Cheeses)
③ 치즈 위드 월넛(Cheese with Walnuts)
④ 스프레더블 치즈(Spreadable Cheeses)
9. 정리 : 와인과 치즈의 조화
1) 반경성과 경성 치즈
① 경성 치즈 : 에멘탈, 꽁떼
② 반경성 치즈 : 뽀르-쏘(Port-Sault), 쌩-폴랑), 똠 드 사부아, 쌩-넥떼, 깡딸
③ 드라이 화이트 와인과 부드럽고 가벼운 화이트 와인, 섬세한 고급 레드 와인, 로제 와인
2) 연성 치즈
① 흰 곰팡이 핀 연성 치즈 : 브리, 까망베르, 까레 드 레스트
②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 : 퐁 레베퀴, 말로왈르, 묑스테, 리바로
③ 흰 곰팡이 핀 연성 치즈는 바디가 있으나 탄닌은 강하지 않는 부드러운 느낌의 레드 와인
④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 : 향이 풍부하며 알코올 도수가 높은 강한 레드 와인
3) 블루 치즈
① 블루 데 커스, 블루 도베르뉴, 루 드 브레스, 로크포르
② 간식으로 먹을 땐 가벼운 레드 와인을, 만찬과 후식에는 풍부한 향과 함께 탄닌이 적고 부드러운 레드 와인
4) 염소젖 치즈
① 생산 지역에 따른 다양한 타입의 모든 치즈
② 과일 향이 풍부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과 마시기 쉬운 어린 레드 와인
5) 생치즈
① 모든 생치즈류와 짭짤한 맛의 흰색 치즈
② 단맛이 있는 화이트와 로제 와인
6) 가공 치즈
① 웃는 소(Vache qui rit, Belcube), 호도 치즈(Fromage aux noix)
② 단맛이 있는 가벼운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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