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마리아쥬

[마리아쥬] 여름철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들 1/5 - 소비뇽 블랑 와인편

까브드맹 2012. 6. 11. 06:00

소비뇽 블랑 포도 사진
(이미지 출처 :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5/50/Sauvignon_blanc_grapes.jpg)

3대 글로벌 청포도 중 하나인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은 아마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일 겁니다. 풋풋한 풀 내음에 상큼한 시트러스와 청사과 향이 나며, 산뜻한 신맛과 청량한 기운이 가득한 소비뇽 블랑 와인은 차갑게 해서 마시면 매우 싱그럽죠.

따스한 음식보다 차가운 음식에 더 잘 어울리므로 찬 여름 음식과 함께 먹으면 제격입니다. 향도 아주 강해서 바람에 향이 날아가기 쉬운 야외에서 마실 때도 제맛을 잘 느낄 수 있죠. 무더운 여름 대낮에 맥주를 마셔도 좋겠지만, 차가운 소비뇽 블랑 와인을 한잔하면 풋풋하고 상쾌한 신맛이 입맛을 돋우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반응형

 

1. 소비뇽 블랑 와인의 주요 생산지

국제 품종답게 여러 나라에서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합니다. 프랑스와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와인이 가장 뛰어나지만, 미국과 칠레의 소비뇽 블랑 와인도 만만치 않죠.

1) 프랑스

프랑스의 루아르 밸리(Loire Valley) 지역은 역사와 전통이 깊은 소비뇽 블랑 와인 생산지입니다. 내륙 안쪽의 뿌이-퓌메(Pouilly-Fume)와 상세르(Sancerre) 마을에서 아주 훌륭한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죠. 두 마을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다른 곳의 소비뇽 블랑 와인보다 풍미가 더 복합적인데, 특히 플린트(Flint)라고 부르는 부싯돌 향과 엘더 플라워(Elder Flower) 같은 꽃 향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국내에는 두 마을의 다양한 소비뇽 블랑 와인이 수입되어 있습니다. 다만 뛰어난 품질 만큼 가격도 비싼 것이 흠입니다.

파스칼 졸리벳 뿌이 퓌메

푸이-퓌메 지역에서 생산한 소비뇽 블랑 와인은 레이블에 'Pouilly-Fume'라고 적혀 있습니다.

파스칼 졸리벳 상세르

상세르 지역에서 나오는 소비뇽 블랑 와인에는 'Sancerre'라고 적혀 있죠. 매장에 가서 푸이-퓌메 와인이나 상세르 와인을 보여달라 하고 적당한 가격에서 고르시면 됩니다. 두 마을 근처에 있는 메네뚜-쌀롱(Menetou-Salon) 마을의 소비뇽 블랑은 가격이 더 저렴하지만, 국내에선 별로 보이지 않네요.

보르도에서도 소비뇽 블랑만 사용하거나 쎄미용(Semillon) 포도를 함께 사용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합니다. 다른 품종을 섞고 오크 숙성을 해서 좀 더 무겁고 진한 맛이 납니다.

샤토 레이농 소비뇽 블랑
샤토 보네

보르도의 소비뇽 블랑 와인은 레이블에 'Bordeaux', 또는 'Entre-deux-Mers'라는 지역 명칭이 적혀져 있습니다. 가격은 루아르의 와인보다 대체로 저렴합니다.

2)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신세계 와인 생산국 중에서 최고의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합니다.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와인은 향이 아주 풍부하고 강합니다. 풀 내음과 엘더 플라워 같은 꽃 향에 시트러스 풍미가 이어지고, 미네랄 풍미가 더해지죠. 시간이 지나면서 아스파라거스 향이 나오기도 합니다.

제일 유명한 생산지는 말보로(Marlborough)이지만, 다른 곳에서도 좋은 소비뇽 블랑 와인이 나옵니다. 국내에는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와인이 다양하게 들어와 있죠. 저렴하진 않지만 대부분 루아르 와인만큼 비싸진 않습니다. 품질도 뛰어나서 충분히 값어치를 합니다.

빌라 마리아 소비뇽 블랑

빌라 마리아 프라이빗 빈 소비뇽 블랑(Villa Maria Private Bin Sauvignon Blanc)은 국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와인 중 하나입니다.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Kim Crawford Sauvignon Blanc) 역시 흔히 볼 수 있죠.

클라우드 베이 소비뇽 블랑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Cloudy Bay Sauvignon Blanc)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의 뛰어난 맛과 향을 세계 각국에 알리는데 선봉 역할을 한 와인입니다.

펜카로우 소비뇽 블랑

펜카로우 소비뇽 블랑(Pencarrow Sauvignon Blanc)은 말보로가 아니라 마틴보로에서 나오는 소비뇽 블랑 와인이지만 품질은 역시 뛰어납니다.

 

 

3) 미국

와인 생산을 위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 포도라면 빠짐없이 재배하는 미국에선 소비뇽 블랑 와인도 많이 생산합니다. 하지만 주요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의 기후가 소비뇽 블랑을 재배하기엔 다소 더워서 싱그러운 풀 향기를 강조하는 현대적인 소비뇽 블랑 와인을 만들기엔 좋지 않습니다.

로버트 몬다비 퓌메 블랑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고 미국에선 프랑스 보르도처럼 오크 숙성을 통해 감초와 피망 향이 나면서 제법 묵직한 소비뇽 블랑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캘리포니아산 소비뇽 블랑 와인은 퓌메 블랑(Fume Blanc)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죠. 퓌메 블랑 와인을 처음 고안한 사람은 미국 와인의 대부라고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입니다. 로버트 몬다비는 2008년 5월 16일에 작고했지만, 그가 남긴 퓌메 블랑은 여전히 인기리에 팔립니다.

켄우드 소비뇽 블랑

퓌메 블랑도 있지만, 켄우드 소비뇽 블랑(Kenwood Sauvignon Blanc)처럼 서늘한 생산지에서 수확한 포도로 오크 숙성하지 않고 만드는 일반적인 소비뇽 블랑 와인도 많이 나옵니다. 품질 역시 뛰어나죠.

4) 칠레

포도밭이 산맥의 계곡 지대에 있고 밤낮의 일교차가 심한 칠레는 소비뇽 블랑을 재배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은 위의 세 나라보다 품질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양조기술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오랫동안 소비뇽 블랑으로 알고 재배했던 포도가 알고 보니 소비뇽 베르(Sauvignon Bert), 또는 소비뇨나세(Sauvignonasse)라고 부르는 프리울라노 포도였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소비뇽 블랑의 맛과 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죠.

하지만 최근엔 진짜 소비뇽 블랑 포도로 와인을 만들며, 이에 따라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의 품질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진 프랑스나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와인의 맛과 향에 못 미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생각해보면 소비자 입장에선 유리한 구석이 있죠. 국내엔 다양한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이 들어와 있습니다. 때때로 4만 원이 넘는 비싼 것도 있지만, 2만 원 이하의 값싼 가격에 좋은 품질을 가진 와인도 상당히 많습니다.

산 페드로 1865 소비뇽 블랑

산 페드로 1865 싱글 빈야드 소비뇽 블랑(San Pedro 1865 Single Vineyard Sauvignon Blanc)은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와인에 못지않은 뛰어난 품질을 가졌습니다.

테라 아구스티노스 소비뇽 블랑

아구스티노스 소비뇽 블랑(Agustinos  Sauvignon blanc) 와인은 품질 좋고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에라주리즈 소비뇽 블랑라 호야 소비뇽 블랑얄리 소비뇽 블랑

그 외에 에라주리즈(Errazuriz), 까사 라 호야(Casa la Joya), 얄리(Yali) 등도 품질 좋은 소비뇽 블랑 와인들이죠.

 

 

2. 소비뇽 블랑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들

1) 해물

많은 화이트 와인이 해물과 잘 어울리지만, 소비뇽 블랑 와인은 특히 뛰어납니다. 회, 구이, 찜, 탕 등등 다양한 해물 요리와 잘 어울리며, 농어와 대구 같은 흰살생선과 더욱 잘 맞습니다.

광어회생굴(석화)
독도새우

생선회, 생굴, 생새우 등등 다양한 해산물 회와 잘 맞습니다.

털게찜흰다리새우 찜
꽃게 마늘 볶음

삶거나 찐 갑각류와 함께 먹으면 좋고, 약간 매콤하게 조미한 것도 잘 맞습니다.

전복찜조개찜

찐 조개류도 소비뇽 블랑 와인의 아주 좋은 안주가 됩니다.

생선구이농어찜

굽거나 찐 생선요리도 소비뇽 블랑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이죠.

키조개 관자 스테이크

팬에 버터를 둘러서 구운 조개관자 스테이크는 소비뇽 블랑과 최고의 마리아쥬를 보여주는 음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채소

연어 샐러드해물 샐러드

풋풋한 풀 내음과 채소 향이 나서 그런지 각종 샐러드와 잘 어울립니다.

채소 구이새우월남쌈

굽거나 삶은 채소하고 먹어도 좋습니다. 물론 생채소도 잘 맞죠.

튀김삼색전
양고기 카레

튀김과 전 같은 음식과 잘 맞고, 카레처럼 향신료 풍미가 강한 음식과 먹어도 좋습니다.

 

 

3) 백색육

바비큐 치킨레몬 소스 오리구이
오리탕

쇠고기와 양고기에 맞추기 어렵지만,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 요리와 잘 맞습니다. 불닭처럼 양념이 아주 매운 요리는 맞추기 어렵지만, 향신료를 많이 쓰고 적당히 매콤한 닭요리는 잘 어울립니다.

생햄

돼지 뒷다릿살을 숙성해서 만든 생햄과 먹어도 좋지요.

4) 치즈

모듬 치즈

치즈는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고, 소비뇽 블랑 와인 역시 치즈와 잘 맞습니다. 체다 치즈나 다른 반경성 치즈와 먹으면 참 좋죠.

이렇듯 소비뇽 블랑 와인은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에 잘 어울리며, 청량하고 싱그러워서 여름철에 마시기에 참 좋습니다. 더구나 싼 가격에 품질이 괜찮은 것도 많아서 더욱더 좋죠. 올여름엔 싱싱한 생선회 한 접시에 산뜻한 소비뇽 블랑 와인 한 잔 어떻습니까?

참, 마실 땐 7~10℃ 정도로 차갑게 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2.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