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꼬또 뒤 레이용 개요
프랑스 남동부의 중앙 고원지대에서 발원해서 대서양으로 흐르는 루아르 강을 따라 형성된 루아르 밸리(Loire Valley)의 와인 생산지는 크게 센트럴 빈야드(Central Vineyard), 투렌(Tourraine), 앙주-소뮈르(Anjou-Saumur), 낭떼(Nantais)의 네 지역으로 나뉩니다. 이 지역들은 주로 재배하는 청포도가 다릅니다. 센트럴 빈야드에서는 소비뇽 블랑을, 투렌과 앙주-소뮈르에서는 슈냉 블랑(Chenin Blanc)을, 낭떼에서는 믈롱 드 부르고뉴(Melon de Bourgogne)라는 청포도를 많이 재배하죠.
앙주-소뮈르 지역은 슈냉 블랑으로 만드는 최고의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자라는 슈냉 블랑은 계곡에서 피어나는 안개 때문에 보트리티스 시네레아(Botrytis Cinerea, 귀부균)가 자주 발생하죠. 보트리티스 시네레아의 번식으로 포도알엔 당분이 농축되고, 이 당분이 슈냉 블랑의 높은 산도와 결합하면 산도와 당도의 균형이 아주 훌륭한 스위트 와인이 탄생합니다.
특히 앙제(Anger) 서쪽, 즉 남쪽에서 루아르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류인 레이용강(Layon liver)의 깊은 계곡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그런 특성이 더욱 강하죠. 그래서 레이용 강 부근에 있는 꼬또 뒤 레이용 AOC에선 앙주-소뮈르 지역을 대표하는 달콤하고 향긋한 꼬또 뒤 레이용 와인을 생산합니다. 꼬또 뒤 레이용 와인은 신선한 노란 과일의 풍미와 달콤한 맛에 독일 스위트 와인에서 맛볼 수 있는 입에 침이 가득 고이는 산미, 쏘테른(Sauternes) 와인의 높은 알코올 도수와 진한 질감을 섞어 놓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맛을 가진 와인을 만드는데 슈냉 블랑은 중요한 역할을 하죠.
2. 꼬또 뒤 레이용의 포도와 와인
꼬또 뒤 레이용 지역에선 종종 "피노 드 라 루아르(Pineau de la Loire)"란 이름으로도 부르는 슈냉 블랑은 모든 꼬또 뒤 레이용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세미용처럼 껍질이 약한 슈냉 블랑은 계곡에 안개가 많이 끼면 종종 노블 롯(Noble Rot)이 번식하므로 재배자들은 노블 롯에 걸린 포도를 손으로 수확해서 와인을 만듭니다. 농익은 포도알이 햇볕에 바짝 말랐을 때 수확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바짝 마른 포도를 빠세이에(Passerillé)라고 부릅니다. 빠세이에는 프랑스어로 건포도를 뜻하죠.
슈냉 블랑은 하나의 포도송이에 열린 포도알이 익는 속도가 제각각 다릅니다. 어떤 포도알이 완전히 익었을 때 다른 포도알은 덜 익기도 하죠. 그래서 포도가 어느 정도 익기를 기다리다 보면 일부 포도알은 건포도 상태로 수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슈냉 블랑의 이런 특성 때문에 포도 재배자들은 여러 번에 걸쳐 포도를 따야 하고, 기계로 수확하기 어려워 손수확을 해야 합니다.
꼬또 뒤 레이용 와인은 맛이 달지만, 스위트 와인을 만들려고 이탈리아처럼 선반에서 포도알을 말리진 않습니다. 그래서 꼬또 뒤 레이용에서 만드는 와인 중에는 레이블에 "중간 정도로 달다"라는 뜻인 "세미 스위트(Semi-sweet)"라는 글귀를 적은 것이 많죠. 하지만 "설탕 사냥꾼(Sugar Hunters)"이란 별명이 붙은 몇몇 생산자는 심하게 보트리티스에 걸린 포도로 독일의 트로켄베어렌아우슬레제(Trockenbeerenauslese) 와인과 비슷할 만큼 아주 달콤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이렇게 달게 만든 와인 중 일부는 레이블에 "노블 롯에 걸린 포도를 선별해서 만들었다"라는 뜻으로 "셀렉션 드 그랭 노블(Sélection de Grains Nobles)"이란 글귀가 적혀 있죠. 이 글귀는 1990년대 후반에 생산한 와인부터 볼 수 있지만, 극도로 달콤한 맛을 가진 와인을 만들려고 설탕 사냥꾼들은 1990년대 내내 노력해왔습니다.
슈냉 블랑은 원래 신맛이 강하지만, 루아르 밸리처럼 기후가 서늘한 곳에서 자라면 그런 특성이 더욱 강해집니다. 풍부한 산미는 보트리티스균과 햇볕의 작용으로 축적된 높은 당도와 결합해서 뛰어난 스위트 와인을 만들 수 있게 해주죠. 꼬또 뒤 레이용 와인은 매우 오랫동안 숙성할 수 있어서 수십 년간 숙성한 꼬또 뒤 레이용 와인을 맛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래 숙성하지 않는 일반적인 슈냉 블랑 와인은 대부분 드라이하고 가볍지만, 전통 방식으로 만든 상당수의 꼬또 뒤 레이용 와인은 기나긴 병 숙성을 거치면서 꿀과 견과류, 밀짚 같은 향이 생기며 이후에도 오랫동안 최고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단맛이 매우 강한 몇몇 와인은 말린 살구 향이나 숙성 전에 갖고 있던 보트리티스 풍미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있습니다.
3. 꼬또 뒤 레이용의 생산지
꼬또 뒤 레이용 AOC는 여섯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을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보리우-쉬르-레이용(Beaulieu-sur-Layon)
② 파예-당주(Faye-d'Anjou)
③ 라블레-쉬르-레이용(Rablay-sur-Layon)
④ 로쉐포르-쉬르-레이용(Rochefort-sur-Loire)
⑤ 쌩-토뱅-드-뤼녜(Saint-Aubin-de-Luigné)
⑥ 쌩-랑베르-뒤-라따이(Saint-Lambert-du-Lattay)
여섯 마을은 모두 레이블에 마을 이름을 넣을 수 있는데, 보통 'de'나 'sur' 부분은 빠집니다. 그래서 레이블에는 "꼬또 뒤 레이용 보리우(Coteaux du Layon Beaulieu)"나 "꼬또 뒤 레이용 쌩-토뱅(Coteaux du Layon Saint-Aubin)" 같은 식으로 표시하죠. 지역 안의 두 마을이 결합해서 "본조(Bonnezeaux)"나 "숌므(Chaume)" 같은 개별적인 지역 명칭을 이루기도 있습니다. 더구나 숌므 지역에서 특히 더 선호 받는 조그만 구역은 "까르 드 숌므(Quarts de Chaume)"라는 별도의 지역 명칭을 사용합니다. 꼬또 뒤 레이용 와인을 살 때 생산지를 뜻하는 이런 단어를 확인하면 더욱 재밌을 겁니다.
"Coteaux du Layon"이라는 지역 명칭을 받으려면 일반 와인을 만드는 포도보다 포도 숙성도가 더욱 높아야 하며 포도나무의 재배 밀도는 더욱 낮아야 합니다. 그래서 꼬또 뒤 레이용 와인은 대부분 품질이 좋죠. 지역 안에서 가장 좋은 포도밭은 대부분 레이용 강 북쪽 강기슭에 있습니다. 그곳은 대체로 남쪽을 향해 비탈진 곳이라 햇볕이 풍부하게 내리쬐는 곳이죠. 꼬또 뒤 레이용의 포도 재배 면적은 소규모 생산지를 포함해서 2000년대 초반에 1,400헥타르 정도였습니다.
꼬또 뒤 레이용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지는 위에서 언급한 까르 드 숌므와 본조입니다. 둘 다 개별 지역 명칭을 가졌으며 쏘테른 와인과 함께 프랑스에서 만드는 세계 최고의 스위트 와인으로 인정받습니다. 꼬또 뒤 레이용 와인을 더 품질이 낮으면서 드라이하거나 스위트한 앙주 블랑(Anjou Blanc) 등급의 와인으로 강등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와인을 만들 때 무조건 규정에 맞게 만들어야지 규정을 맞추지 못한 와인을 더 낮은 등급으로 만들어서 팔 수 없다는 얘기죠.
꼬또 뒤 레이용의 북쪽에 있는 "꼬또 드 라우방스(Coteaux de l’Aubance)" 지역에서도 꼬또 뒤 레이용 와인과 비슷한 향과 맛을 가진 와인을 생산하지만, 세계 와인 시장에서 덜 주목받습니다. 또한, 루아르 강의 좀 더 상류에 있는 투렌의 세부 생산지인 부브레(Vouvray)에서도 슈냉 블랑으로 스위트 와인을 생산하죠. 부브레의 스위트 와인과 비교해보면, 꼬또 뒤 레이용 와인이 더 풀 바디하고 단맛이 강하지만, 산도는 살짝 낮습니다.
<참고 자료>
1. 휴 존슨, 젠시스 로빈슨 저, 세종서적 편집부, 인트랜스 번역원 역, 와인 아틀라스_The World Atlas of Wine, 서울 : 세종서적(주), 2009
2. 크리스토퍼 필덴, 와인과 스피리츠 세계의 탐구_Exploring the World of Wines and Spirits, 서울 : WSET 코리아, 2005
3. 영문 위키피디아 꼬또 뒤 레이용 항목
4.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