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이탈리아] 이탈리아인의 활달한 열정이 배어있는 - Castello di Cigognola Dodicidodici 2007

까브드맹 2010. 10. 24. 09:12

까스텔로 디 치고뇰라 도디치도디치 2007

1. 바르베라 와인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이탈리아의 양조용 포도는 토스카나(Toscana) 지역의 산지오베제(Sangiovese)와 피에몬테(Piemonte) 지역의 네비올로(Nebbiolo)입니다. 산지오베제는 끼안티(Chianti)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고, 네비올로는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를 만들 때 사용하는 유명한 포도들이죠.

바르베라(Barbera)로 만든 와인은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국내에 들어온 와인도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선 북부 이탈리아 여러 곳에서 많이 재배하죠. 바르베라는 가티나라(Gattinara)와 겜메(Ghemme)에서 DOCG 등급의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며 달콤하고 원숙한 풍미가 나오는 레드 와인을 만들 때 가장 인기 있는 포도입니다. 네비올로보다 무게감이 덜한 와인을 생산할 때 사용하지만, 잘 익은 포도로 만들면 웬만한 바롤로를 능가할 만큼 뛰어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품종이기도 하죠. 네비올로와 마찬가지로 바르베라도 검고 신맛이 나며 서양 자두 향이 납니다. 네비올로보다 훨씬 먼저 수확할 수 있는 조생종으로 포도 수확도 전통적으로 네비올로보다 먼저 이루어집니다. 충분히 성장하려면 더운 환경이 필요하며, 아스티(Asti)와 알바(Alba)의 와이너리들이 하듯 신맛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까지 따지 않고 나무에 더 오래 놔두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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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베라 와인에 관하여 1990년대에 피에몬테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일 중 하나는 슬로베니아산 큰 나무통에서 숙성하던 관습에서 벗어나 225ℓ짜리 작은 오크통에서 숙성한 새로운 바르베라 와인의 등장입니다. 이 방법은 일찍이 1970년대 중반에 안젤로 가야가 시도해서 큰 성공을 거둔 후 많은 이탈리아 와이너리가 쓰기 시작한 방법이었죠. 그런데 바르베라가 네비올로보다 새로운 오크통에 친화력이 더 있어서 널리 쓰게 된 것입니다.

오랫동안 바르베라 와인은 지나치게 높은 산도와 낮은 타닌 때문에 저평가되었지만, 재배 방법과 양조 기술의 발전, 토착 품종에 관한 새로운 관심 덕분에 근래 점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모스까토 다스티(Moscato d'Asti)로 유명한 아스티 지역은 바르베라 와인으로도 유명하며, 바르베라 다스티(Barbera d'Asti)는 피에몬테의 또 다른 특산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 까스텔로 디 치고뇰라 도디치도디치(Castello di Cigognola Dodici dodici)

이탈리아 롬바르디아(Lombardia) 지방에 있는 까스텔로 디 치고뇰라에서 만드는 도디치도디치도 바르베라로 만드는 DOC 와인입니다. 정확히는 바르베라 90%에 크로아티아(Croatina) 10%를 섞어서 만들었죠. 도디치(Dodici)는 이탈리아어로 숫자 12라는 뜻입니다. 와이너리의 소유주가 이탈리아 세리에 A 소속팀인 인터 밀란의 구단주인 쟌 마르코 모라티(Gian Marco Moratti)인데, 만약에 축구와 관련해서 와인 이름을 지었다면 11이라는 숫자를 썼을 겁니다. 그런데 어째서 12를 사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와인이 12번째 선수와 같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은 것일까요?

도디치도디치는 그동안 바르베라 와인에 덧씌여져 있었던 "저가의 그런저런 품질"이란 인식을 확 바꿔놓을 만큼 멋진 향과 훌륭한 맛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굿 이탈리아 와인 닷컴(www.gooditalianwine.com) 같은 사이트에서는 "(일찍이) 이런 바르베라 와인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았다! (Barbera has never been quite like this wine!)"라고 극찬을 하고 있죠. 90%의 바르베라에 10%의 크로아티나(Croatina)를 섞어서 만들었으며, 마시다 보면 이탈리아인의 활달한 열정이 배어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 넘칠 듯이 뿜어져 나오는 향과 높은 알코올 도수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기운, 그리고 풍부하게 느껴지는 과일 맛 때문에 그런 것이겠죠.

 

 

3. 와인의 맛과 향

광택이 나는 깨끗한 빛입니다. 주변부의 색은 진한 루비색입니다. 풍부하고 부드러우며 압도적인 서양 자두와 체리 향이 뿜어져 나옵니다. 향의 베이스에는 은은한 나무 향이 배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닐라 향이 피어오르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탄닌의 떫은맛은 없는 대신 탄탄하고 강인한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유럽 와인으로는 높은 도수인 14%의 알코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끈한 기운이 매우 인상적이군요. 열정적인 느낌에 충실한 미디엄 바디의 와인입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과일 맛이 흡족합니다. 침샘을 자극하는 산미가 있으며 적당한 당도는 거슬리거나 질리지 않게 입맛을 충족시켜 줍니다. 풍부한 과일 맛이 매력적인 와인으로 오크 향이 심한 와인을 꺼리는 분이라면 매우 만족스럽게 마실 수 있을 듯합니다. 너무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게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매력적입니다.

산미와 당도, 탄닌의 힘이 적절히 균형을 갖춰서 마시기 편하고 즐거운 와인이 되었습니다. 국내 일반 소비자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바르베라라는 품종 탓에 품질보다 저렴한 가격입니다. 치킨과 피자처럼 대중적이고 가벼운 요리와 잘 맞습니다.

2010년 10월 21일 시음했으며 개인적인 평가는 B로 맛과 향이 좋고 매력적인 와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