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기대했지만 실망만 안겨준 - HobNob Shiraz 2006

까브드맹 2010. 10. 22. 09:23

홉노브 쉬라즈 2006

1. 홉노브 빈야즈(HobNob Vineyards)

홉노브 빈야즈는 호주의 옐로우 테일(Yellow Tail) 와인과 프랑스 보졸레의 죠르쥬 뒤뵈프(Georges Duboeuf) 와인을 미국으로 수입해서 판매하는 W.J. 더치 앤 손(Deutsch & Sons) 사가 보졸레의 유명 생산자인 죠르쥬 뒤뵈프사와 합작해서 만든 회사입니다. 와이너리는 남부 프랑스에 있으며 죠르쥬 뒤뵈프사가 모든 와인의 생산과 품질관리를 맡고 있죠.

홉노브 빈야즈의 목표는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롭고 마시기 쉬우며 사교적인 와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와이너리 이름인 홉노브(Hobnob)부터 고어(古語)로 환담(歡談)을 뜻한다는군요. 그래서 홉노브 와인의 특징은 "품질에 관한 프랑스의 전통성"과 "신세계 와인 스타일의 마케팅"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홉노브 와인의 생산자들은 "레이블부터 쿨하고 깔끔하며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스타일을 중시하는 차세대 소비자들을 흡수할 것이며, 이러한 차세대 소비자들은 사회적 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홉노브를 사교를 위한 주류 와인으로 선택할 것이다."라고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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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레이블의 디자인도 중요하고 마시기 쉬운 스타일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와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맛과 향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맛없는 와인은 한두 번 정도는 고를지 몰라도 비교가 되는 다른 와인이 있는 한 더는 선택되진 못합니다. 홉노브 쉬라즈는 분명히 생산자의 테이스팅 노트처럼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모이는 자리에서 부담 없이 즐기기에 적격인 와인"이기는 합니다만, 그 이상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고요. 같은 가격에 더 맛있으면서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 많이 있습니다.

홉노브 피노 누아는 가격에 어울리는 맛과 향을 가졌고,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 구별되는 개성적인 면이 있어서 만족스럽게 마셨으나 홉노브 쉬라즈는 맛과 향에서 많이 떨어집니다. 깊은 맛과 향은 없더라도 부담 없이 마시기 편한 와인을 기대했다가 품질에 실망했습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홉노브 쉬라즈는 남부 프랑스(Sud de France)에서 기른 쉬라즈(Shiraz) 100%로 만드는 IGP Pay d'Oc(뱅 드 뻬이 독(Vin de Pays d'Oc)) 와인입니다.

매우 짙은 흑적색으로 테두리의 부분은 자줏빛입니다. 깨끗하지만 반짝반짝하면서 매끄러운 빛은 보이지 않습니다. 쉬라즈답게 다양한 향신료 향이 나는데 조금 독특합니다. 다른 쉬라즈 와인에서 곧잘 맡을 수 있는 후추 향이 아니라 은은하고 부드러우며 단 기운이 있는 정향(Clove)의 향입니다. 한증막에서 맡을 수 있는 한약재 향도 나고요. 물론 서양 자두 같은 과일 향도 느껴집니다.

살짝 떫은 기운이 느껴지나 거슬리진 않습니다. 숙성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레드 와인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약합니다. 개봉 후에 잔에 바로 따르면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미세한 양의 탄산가스가 톡톡 올라오는 것이 보이며 와인을 마실 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길게 이어지진 않고 5~10분 정도 지나면 사라지죠.

 

 

맛은 매우 평범하고 단순하며 와인을 많이 마셔보지 않은 사람도 맛있다고 느낄 만큼 대중적입니다. 약간의 산미와 단맛이 어우러지면서 끝부분에 살짝 쓴맛이 느껴지는데 깊고 풍부한 느낌은 아닙니다. 입안에선 미디엄에서 살짝 라이트 쪽으로 기운 정도의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W.J. 더치 앤 손사가 호주 옐로우 테일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회사라서 그런지 옐로우 테일 쉬라즈 같은 느낌도 나옵니다. 1시간 정도 지나면서 분 내음 같은 향이 느껴지면서 맛이 안 좋아지니 되도록 빨리 마시는 게 좋습니다. 여운의 풍미와 길이는 평범하며 가격과 비례하는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탄닌과 산미, 알코올 등의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대중적인(!) 맛을 보여줍니다. 치킨과 피자처럼 대중적이고 가벼운 요리 등이 어울립니다.

2010년 10월 7일 시음했으며 개인적인 평가는 D로 맛과 향이 부족한 와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