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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와인 시음기

[프랑스] 또 다른 보졸레 크뤼? - HobNob Pinot Noir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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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 지역 : 프랑스 > 남부 프랑스(Sud de France)

● 품종 : 피노 누아(Pinot Noir) 100%

● 등급 : IGP Pay d'Oc = 뱅 드 뻬이 독(Vin de Pays d'Oc)

● 어울리는 음식 : 소고기 요리, 닭이나 칠면조 같은 가금류, 파스타, 피자 등 

개인적으로 피노 누아 와인은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 '다른 지역의 피노 누아'로 구분합니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가 맑고 깨끗하며 투명한 적색, 이른바 '버건디 레드(Burgundy Red)'를 보여주며, 멋진 산미에 라즈베리와 크랜베리 향으로 대표되는 과일 향부터 가죽 냄새로 대표되는 동물 향까지 아우르는 굉장히 다양하고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른 지역의 부르고뉴 와인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맛과 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오레곤 피노 누아나 호주,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가 향이나 맛에 있어서 상당한 품질을 보여주고, 가격 대비 상당한 만족감을 안겨주지만, 여전히 부르고뉴 피노 누아는 이들 지역과 남다른 차별성을 갖고 독특한 맛과 향으로 와인 애호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죠. 피노 누아의 불안정한 DNA와 부르고뉴의 독특한 떼루아가 결합한 부르고뉴 피노 누아의 특징은 다른 지역에서 아무리 인위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같아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르고뉴 이외의 지역에서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든다면 부르고뉴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떼루아를 제대로 표현하는 또 다른 피노 누아를 만드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홉노브 피노 누아 역시 와인 자체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는 완전히 다른 피노 누아 와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부르고뉴 피노에 비해 매우 진한 적색입니다. 부르고뉴 피노의 맑고 투명한 기운은 전혀 느낄 수 없이 마치 메를로 와인처럼 진한 적색이죠. 향도 부르고뉴 피노에서 느낄 수 있는 딸기와 체리, 크랜베리 향이 아니라 약간 설익은 붉은 과일 향과 식물 줄기와 잎에서 맡을 수 있는 비릿한 내음이 납니다. 혀에 닿는 첫맛은 달고 부드러우며 이후 약간의 떫은맛이 여운으로 남습니다. 제법 혀를 강하게 자극하는 산미가 이 와인에 들어간 포도가 피노 누아라는 것을 일깨우지만, 피노라기보다 가벼운 메를로 와인 같은 느낌입니다. 쓴맛이 입안에서 약간 맴돌고 맛과 향의 변화는 단순합니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가 관능적이면서 복잡하고 기묘한 성격의 여인 같다면, 홉노브는 직선적이고 강하지만 아직 어린 티가 나는 소년 같습니다. 비릿한 내음이 섞인 풋 익은 과일 향이 지속하고, 풀 내음이 섞인 허브 향이 납니다. 이후 차차 나무 향이 퍼져 나오며 약간 오일리한 느낌이 쭉 이어집니다. 체리와 말린 자두를 섞은 듯한 뉘앙스의 향도 조금씩 피어나는데, 시간이 지나도 메를로인지 피노인지 헷갈리는 맛과 향이네요. 

어쩐지 오래전에 마셨던 와인 느낌이 들어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몇 년 전에 마셨던 보졸레 10크뤼와 비슷한 냄새와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보졸레의 황제라는 조르쥬 뒤뵈프가 합자한 와이너리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홉노브 피노 누아는 피노 누아라기 보다 진한 보졸레 크뤼를 마셨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물론 몇 년 전의 기억이 왜곡되게 전해져서 그렇게 느껴졌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이 와인을 마신다면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2009년 12월 10일 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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