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와인 생산지

[프랑스] 남부 프랑스(Sud de France) & 프로방스(Provence)

까브드맹 2017. 9. 22. 07:00

랑그독 루씨옹의 와인 생산지 지도

1. 남부 프랑스 ? 랑그독-루시용?

남부 프랑스는 원래 랑그독-루시용(Languedoc-Roussillon) 지역이지만, 인지도가 낮고 외국인이 기억하기 힘든 이름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었습니다.

2006년 2월 몽펠리에(Montpellier)에서 열린 제7회 비니수드(VINISUD) 2006 박람회에서 당시 랑그독-루시용의 지방청장인 조르주 프레슈(Georges Freche)는 랑그독-루시용 지역에서 판매하는 모든  농수산물 및 와인을 대상으로 ‘남부 프랑스(Sud de France)’라는 명칭을 쓰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랑그독-루시용 지방에서 생산하는 모든 농수산물과 와인을 적극적으로 판매 촉진하고 홍보하기 위해서였죠.

2. 남부 프랑스의 지역 특성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랑그독-루씨옹에는 와인이 있다.”라고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와인이 생산되는 곳입니다. 포도밭 면적이 283,287 헥타르에 달해 단일 와인 생산지로 세계에서 가장 크며 이 수치 조차 지난 10년간 15만 헥타르나 줄어든 것입니다. 2011년 기준으로 미국 전역의 와인 생산량보다 더 많은 와인을 생산했습니다.

노동자와 농민의 와인이라고 할 정도로 품질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저렴한 와인을 생산하죠. 유럽 와인과 신세계 와인의 특징이 서로 만나는 곳이며, 글로벌 품종으로 개성 있는 단일 품종 와인을 만드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지역 품종을 사용한 와인도 꾸준히 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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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부 프랑스의 지리적 요소

지중해성 기후 지역으로 포도가 자라는 5월에서 8월까지 비가 거의 안 내리고, 겨울에도 날씨가 별로 춥지 않아 유럽종 포도를 재배하기 좋습니다. 평지는 덥고 건조하지만, 남서쪽의 피레네 산맥 일대는 고도가 높고 협곡이 많아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포도 종류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백악 연토질 석회암, 석회석, 자갈이 섞인 토양은 유럽종 포도 재배에 최적입니다.

4. 남부 프랑스의 역사

포도 재배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지만, 엄청나게 많은 와인을 생산하게 된 것은 자연조건보다 역사적 배경이 더 크며 두 개의 역사적 사건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나는 필록세라(phylloxera)라는 해충, 또 하나는 1, 2차 세계 대전이었죠.

19세기 중반에 북미에서 필록세라라는 포도뿌리혹벌레가 유럽으로 넘어와서 수많은 포도밭을 초토화했습니다. 포도나무 뿌리에 기생하면서 수액을 빨아먹는 이 자그마한 해충은 땅속에서 주로 서식해서 발견하기 어렵고 퇴치하기도 만만치 않았죠. 이 벌레에 저항력을 가진 미국종 포도나무 뿌리를 유럽종 포도나무 줄기에 접붙이는 방법을 찾기 전까지 유럽 와인 생산자들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필록세라는 모래가 많이 섞인 땅을 싫어해서 랑그독-루시용의 바닷가 근처 포도밭까지 퍼지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땅에서 잘 자라는 아라몽(Aramon), 알리칸테 부셰(Alicante Bouschet), 까리냥(Carignan) 포도가 랑그독-루시용 와인의 주역으로 떠오르죠. 다만 이 포도들은 수확량은 좋았지만, 품질이 썩 좋지 못해서 와인도 맛과 향이 뛰어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남부와 함께 필록세라의 창궐로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와인을 공급하느라 와인 품질보다 공급을 우선할 수밖에 없었죠.

1, 2차 세계 대전을 치르는 동안 랑그독-루시용 지방은 전선의 군인들과 후방의 시민들에게 보급해야 하는 막대한 양의 와인을 생산하는 공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했습니다.

두 개의 역사적 사건을 거치면서 랑그독-루시용의 와인 산업은 물량에 치중한 공장식 시스템이 되었고, 이런 구조는 전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다른 생산지는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고급 와인을 만들려고 헥타르당 포도 수확량을 줄여갔지만, 값싼 와인을 대량 생산하는 구조로 굳어버린 랑그독-루시용의 와인 산업은 계속 많은 양의 포도와 와인을 생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청나게 수확한 포도를 전부 와인으로 만들지 못할 지경이라 남는 포도를 브랜디와 건포도로 만들어서 팔았습니다.

 

 

1970년대 초반까지 랑그독-루시용은 유럽인에게 "유럽의 와인 호수(European 'wine lake')로 인식되었고, 와인은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싸구려 제품으로 여겨졌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랑그독-루시용 와인은 변신을 거듭합니다. 와인 생산량을 조절해서 품질과 가격을 끌어올리려 노력했고, 프랑스의 어느 와인 생산지보다 자유로운 규정으로 전 세계 와인 생산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죠. 그래서 수많은 생산자와 양조학과 학생이 랑그독-루시용으로 몰려들어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며 새로운 양조법을 실험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랑그독-루시용의 와인에 반영되었죠.

지난 10년간 15만 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을 갈아엎었지만, 랑그독-루씨용 와인은 여전히 농부와 노동자가 마시는 "막 와인"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와인의 대부분은 프랑스 와인 등급 중 제일 낮은 뱅 드 따블(Vin de Table, Vin de France)이며, 뱅 드 빼이(Vin de Pays)와 AOC(AOP) 같은 위 등급은 아직 전체 생산량의 10%에 지나지 않습니다.

랑그독-루시옹 와인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실속 있는 와인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뱅 드 빼이 와인들은 와인 시장의 평가가 매우 좋아서 "뱅 드 빼이 독(Vin de Pays d'Oc)"이란 명칭으로 불리며 사랑받습니다. 2009년 8월 1일 법령에 의해 프랑스 와인의 뱅 드 빼이 등급은 IGP(Indication Géographique Protégée) 등급으로 바뀌었지만, 사람들에겐 뱅 드 빼이 독이란 이름이 여전히 인기 있어서 랑그독 와인들은 'Vin de Pays d'Oc'이란 표시를 붙이고 나오는 것이 많습니다.

이처럼 랑그독-루시용 와인은 값싸고 평범한 것이 많습니다. 이런 대중적인 와인은 서민들의 식탁 위에서 소박한 음식과 함께 즐거운 기분을 북돋워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죠. 그러나 잠재력이 뛰어난 기후와 토양을 바탕으로 새로운 와인을 만들려는 와인 생산자들의 노력과 혁신적인 현대 양조 기술에 힘입어 오늘날엔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에 못지않은 훌륭한 와인도 많이 나옵니다.

 

 

5. 남부 프랑스의 포도 종류

적포도로 까리냥, 그르나슈(Grenache), 생쏘(Cinsault), 무흐베드르(Mourvedre), 시라(Syrah) 등을, 청포도로 마까베우(Macabeu), 클래레트(Clairette), 픽뿔(Picpoul) 등을 재배합니다.

까리냥 포도의 모습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피노 누아(Pinot Noir),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같은 글로벌 품종의 재배지가 늘고 있습니다.

6. 남부 프랑스의 와인 스타일

최고 등급인 AOP(AOC)와 바로 아래의 뱅 드 빼이 독(Vins de Pays d’Oc) 같은 IGP 등급 와인의 생산량은 10% 정도이지만, 뱅 드 빼이 독은 프랑스 전체 IGP 와인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생산량이 많습니다. 단순히 생산량만 많지 않고 품질도 상당히 뛰어나죠. AOC 규정 때문에 낮은 등급을 받지만, 어지간한 AOC 와인 이상의 평가를 받으며 높은 가격에 팔리는 와인도 있습니다.

랑그독-루시용의 뱅 드 빼이 와인인 도마스 가삭(Daumas Gassac)
( 랑그독-루시용의 뱅 드 빼이 와인인 도마스 가삭(Daumas Gassac). 뱅 드 빼이 와인인데도 10만 원이 넘습니다)

다른 뱅 드 뻬이 독 와인도 가격과 비교해서 품질이 뛰어나 실속 있는 와인으로 손꼽힙니다. 2009년 8월 1일에 바뀐 법령에 따라 뱅 드 빼이 등급은 IGP(Indication Géographique Protégée) 등급으로 바뀌었지만, 뱅 드 빼이 독이란 이름이 여전히 인기 있어서 "Vin de Pays d'Oc"이란 표시를 단 것이 많습니다. 까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 같은 국제 품종으로 만든 단일 품종 와인인 "뱅 드 세파주(Vins de Cepages)"는 뱅 드 빼이 독 와인의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레드 와인은 토착 품종과 글로벌 품종을 막론하고 다양한 맛과 스타일로 생산되며 품질도 차이가 큽니다. 화이트 와인도 드라이하고 중성적인 특성을 가진 것부터 야생 허브향이 나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로제 와인은 딸기와 허브향이 특징이죠.

뱅 두 나뚜렐(Vins Doux Naturels)은 발효 중인 와인에 브랜디를 부어서 만드는 단맛 나는 주정 강화 와인입니다. 주로 뮈스카(Muscat)와 그르나슈 포도를 사용하죠.

리무 일대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인 크레멍 드 리무(Crémant de Limoux)는 모작(Mauzac) 포도와 샤르도네, 슈냉 블랑을 사용해서 만듭니다.

 

 

7. 남부 프랑스의 AOC

모두 13개의 AOC가 있으며 미네르부아(Minervois), 코토 뒤 랑그독(Coteaux du Languedoc), 코르비에르(Corbieres), 피투(Fitou), 코트 뒤 루시용(Côtes du Roussillon), 코트 뒤 루시용 빌라쥬(Côtes du Roussillon Villages), 리무 등이 대표적인 AOC입니다. 뱅 드 빼이 독에는 아래의 4개 생산지에서 나오는 와인이 모두 포함됩니다.

• 뱅 드 페이 드 로드(Vin de Pays de l’Aude)

 뱅 드 페이 뒤 가르(Vin de Pays du Gard)

 뱅 드 페이 드 레롤(Vin de Pays de l’Hérault)

 뱅 드 페이 데 피레네-오리앵탈(Vin de Pays des Pyrénées-Orientales)

8. 프로방스의 지역 특성

프로방스의 와인 생산지 지도

프로방스는 프랑스에서 최초로 와인 생산이 이뤄진 곳으로 추정됩니다. BC 600년경 고대 그리스인이 오늘날의 마르세이유 일대에 맛살리아(Massalia)라는 식민 도시를 건설하면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죠.

9. 프로방스의 지리적 요소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지대로 일조량이 포도 재배에 필요한 수치의 두 배 가까이 됩니다. 자갈이 많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은 포도 재배에 좋습니다.

10. 프로방스의 포도 종류

적포도는 무흐베드르가 제일 중요하며, 그르나슈, 까리냥, 생쏘, 시라, 까베르네 소비뇽 등을 재배합니다. 청포도는 클래레트, 우니 블랑(Ugni Blanc), 롤(Rolle), 쎄미용(Sémillon) 등을 재배합니다. 남부 프랑스처럼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피노 누아,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같은 글로벌 품종의 재배가 늘고 있습니다.

 

 

11. 프로방스의 와인 스타일 

전체 생산량의 1/4이 AOP(AOC) 와인이며, 그중 80%가 로제 와인일 정도로 로제 와인을 많이 생산합니다. 로제 와인은 생쏘를 사용한 옅은 색의 로제 와인과 시라를 사용한 고품질 로제 와인이 있습니다.

레드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높고 탄닌도 많은 편입니다. 색이 짙고 장기 숙성해야 하는 방돌 와인이 인기가 많죠.

12. 프로방스의 AOC

모두 8개의 AOC가 있으며, 코트 드 프로방스(Côtes de Provence)와 방돌(Bandol)이 대표적인 AOC 입니다.

도멘 탕피에르 방돌 2006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