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네토(Veneto)
이탈리아 동북부의 베네토주는 서북쪽의 피에몬떼(Piemonte), 중부의 토스카나(Toscana)주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지입니다. 끼안티(Chianti),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로 유명한 토스카나와 바롤로(Barolo),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모스까토 다스티(Moscato d'Asti)로 유명한 피에몬테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덜 알려진 지역이기도 하죠.
베네토는 상큼한 맛의 발폴리첼라(Valpolicella), 여리지만 상쾌한 맛의 소아베(Soave), 고 알코올에 농후하고 진한 향을 가진 아마로네(Amarone), 달콤한 디저트 와인인 레치오토(Recioto) 같은 유명한 와인을 만드는 곳으로 토스카나와 피에몬테에 못지않은 와인 생산지입니다. 국내에도 베네토의 주요 와인이 많이 수입되었으니 토스카나나 피에몬테와 다른 맛과 향을 가진 베네토 와인을 꼭 한 번 맛보시기 바랍니다.
2. 와인의 맛과 향
베네토의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포도를 주로 사용한 IGT 등급 와인인 마시 모델로 델레 베네찌에는 제법 진한 밀짚 색으로 맑고 깨끗합니다. 달콤한 파인애플 같은 과일 향이 주로 나오며 청포도와 농익은 사과 향도 조금씩 피어오릅니다. 살구씨처럼 비리고 풋풋한 내음도 약간 있네요. 맛은 부드럽고 진하며 신맛과 함께 살짝 단맛이 돌다가 마지막에 가서 쌉쌀한 느낌이 약간 나타납니다. 기분 좋게 침이 고이도록 만드는 신맛과 활달한 단 풍미가 있으며 산도와 당도가 잘 어울려 입안에서 발랄한 느낌을 줍니다. 색깔 때문에 논에서 잘 익은 벼의 모습이 떠오르고 향과 맛에서 벼 사이로 부는 시원한 바람 소리 같은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마치 노을이 지는 초가을의 풍경 같은 와인이로군요.
따자마자 바로 마셔도 제맛이 나옵니다. 신세계 샤르도네 와인처럼 느끼하지 않고 쇼비뇽 블랑처럼 날카롭지 않아서 편안한 느낌을 주는 와인입니다. 조금 강한 신맛을 꺼리지 않는다면 부담 없이 즐겁게 마실 수 있죠. 다만 너무 자연스럽다 보니 깊은 인상이 남진 않네요. 대중적인 스타일이라서 개성 있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쉽게 싫증이 나는 면도 있습니다.
향신료를 많이 사용해 맛과 향이 강한 동양 요리, 매콤한 중국 요리나 양념치킨, 해물 요리, 전이나 나물, 해물을 넣은 피자나 파스타 등과 잘 어울리는 맛과 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