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랙의 이미지
사람들은 사물이나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곤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행운을 깃들길 바라는 마스코트나 반복되는 불행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피하려는 징크스 같은 것이죠. 색깔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빨간색은 사랑, 정열, 감성을 의미하며 파란색은 이성, 냉정, 냉혹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죠. 또, 녹색에는 생명과 순수, 중립성의 의미를 붙이곤 합니다. 같은 색이라도 동서양에서 부여하는 의미가 정반대일 때가 있습니다. 동양에서 노란색은 행복, 명예, 지혜, 조화, 문화의 색이며 과거엔 황제의 권위를 나타내는 색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인이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죠. 하지만 서양에선 'Yellow Journalism(선정주의)'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거짓, 천박, 질투의 색이며 비겁과 편견을 상징하는 색으로 취급당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선 하얀색이 애도를 뜻하므로 장례식의 소복에 쓰지만, 서양 문화에서는 순결과 시작을 나타내는 색이어서 결혼식의 웨딩드레스에 사용합니다.
그런데, 검은색은 조금 독특합니다. 동양에선 저승사자가 검은 옷을 입은 존재로 그려지지만, 검은색을 특별히 불길한 색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서양에선 슬픔과 불행을 의미해서 상복은 검은색이죠. 또한, 지옥, 온갖 나쁜 것, 죽은 자의 색이며 악마를 상징하는 색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래서 검은 털을 가진 동물은 악마와 관계가 있다고 여겼던 적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흑염소는 우리나라에서는 몸보신의 상징이지만, 중세 유럽에서는 악마 그 자체로 취급당했죠.
문어도 악마의 물고기처럼 취급받아 그리스를 제외한 다른 곳에선 절대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리가 8개 달린 흉측한 모습뿐만 아니라 검은 먹물을 풍풍 뿜어대는 모습에서 불길함을 느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문어를 똑똑한 물고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몸 안에 학식을 상징하는 먹물을 잔뜩 넣고 다니기 때문이었죠.
이렇게 검은색은 서양에서 죽음, 부정, 종말, 불행처럼 안 좋은 걸 상징하지만, 때때로 정반대의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힘과 권력, 우아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색으로도 사용되는 거죠. 그래서 연회에서 남자들이 입는 연미복은 대부분 검은색이며, 고급 세단도 검은색이 많습니다. 또한, 사용 한도와 혜택이 가장 큰 카드도 블랙 카드일 때가 많습니다.
2. 이 발찌니 블랙 레이블
와인 마케팅에서도 검은색을 긍정적인 의미로 쓰는 일이 많습니다. 레이블 색깔로 와인 등급을 표시하는 와이너리에서는 대부분 최고급 와인을 뜻하는 색으로 검은색을 쓰죠.
이탈리아의 부티크 와이너리인 이 발찌니 역시 최고급 와인에 블랙 레이블을 붙였습니다. 아래는 수입사에서 받은 이 발찌니 와이너리의 소개 글입니다.
“이탈리아 부티크 와인의 명가”
"이 발찌니(I Balzini) 와이너리는 1984년부터 사업과 소믈리에를 병행한 '빈센쪼 디산토(Vincenzo D'Isanto)'씨의 와인에 대한 열정에 의해 1980년 설립되어 1991년도에 처음으로 와인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 발찌니 와이너리는 토스카나 중심부에 있는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의 바르베리노 발 델자(Barberino Val D'Elsa)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발찌니(I Balzini)'라는 이름은 ‘좁은 벼랑이나 경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포도나무가 경작되고 있는 토지의 모양을 따서 지은 것입니다.
이 발찌니 포도밭의 특색으로 이 지역의 응회암과 과일이 익는 시기의 심한 일교차를 들 수 있는데, 이 요소를 통해 포도들은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데 적합한 숙성도를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포도 숙성을 통해 탁월한 맛의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 품종에 부드럽고 우아함이 첨가되어 떫은맛이 강한 산지오베제(Sangiovese) 품종과 블렌딩 하기에 적합하게 되는 것이지요.
현재 빈센쪼 디산또씨와 함께 그의 부인인 안또넬라 디산토(Antonella D'Isanto)씨가 모든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이 발찌니'의 토양을 잘 표현하는 바디와 환상적 균형을 이루는 맛을 가진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생산량을 연간 5만 병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3. 와인의 맛과 향
이 발찌니 블랙 레이블에선 가죽과 커피, 블랙 체리의 아련하고 우아하며 진한 향이 나옵니다. 맛을 보면 부드럽고 달며 중간에 신맛이 강하게 느껴지죠. 이어서 약간 쓴맛이 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마치 검은 실크가 입안을 터치하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마신 후에도 향과 맛의 강한 여운이 사라지지 않고 길게 울려 퍼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당귀와 감초 같은 향긋하고 기분 좋은 한약재 냄새가 풍기며 향이 더욱 좋아집니다. 블랙 레이블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와인입니다.
소고기 등심이나 양고기 스테이크, 소고기 등심과 안심구이, 파스타와 피자 등과 함께 마시면 좋습니다.
4. 수입사에서 제공한 와인 자료
I Balzini - Black Label
• 등급 : IGT / 슈퍼 투스칸
• 품종 : 까베르네 소비뇽 50%, 산지오베제 25%, 메를로 25%
• 생산지 : 토스카나
• 알코올 : 13.5%
• 시음 노트 : 바닐라, 커피, 초콜릿, 딸기향이 인상적이며 탄닌으로 잘 조화된 풀 바디 와인. 훌륭한 아로마의 지속적인 뒷맛. 육류, 고급 치즈와 잘 어울림.
• W/S 9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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